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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우리 시에 비친 현대 철학의 풍경(강신주의 철학적 시읽기)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미리보기 교보문고 YES24
문화체육관광부 우수 교양도서 2010년 철학
저자
강신주 지음
출판사
동녘 | 2010.02.05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432 | ISBN
ISBN 10-8972976091
ISBN 13-9788972976097
정가
16,00010,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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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제공 : 교보문고 YES24 인터파크도서 리브로 북코아

책소개

현대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 없을까?

우리 시 21편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
시로 철학을 읽으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책 읽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니체, 하이데거, 들뢰즈, 벤야민,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아도르노, 데리다, 푸코, 아감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고, 또 알고 싶은 철학자들의 이름이다. 항상 읽어보고 싶은 철학자들이었지만 그들이 쓴 두꺼운 책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도 한 애증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주요 개념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은 책들은 많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워낙 난해해서, 아무리 쉽게 푼다고 해도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과 현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살핀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시를 통해 현대 철학에 접근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는 짧지만, 그 속에 철학책 한 권 못지않은 무한한 고뇌와 사유의 세계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준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가 우리 현대 시인들의 시와 어떻게 행복하게 만나는지 보여준다. 그 철학자들이 고뇌했던 문제들이 우리 현대 시인들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각적인 문장 속으로 녹여내는 저자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시집과 철학책, 과연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분량은 짧지만 시 한 편 속에 담긴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남주의 [어떤 관료]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시 한 편과 철학책 한 권, 이 둘을 양팔 저울에 올려놓으면 어느 쪽으로 기울까? 독자들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어 나가며 눈앞에 나타나는 묘한 평형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강신주는 독자들을 이렇게 신기한 체험으로 이끌고 있다.

강신주는 김남주의 시에 나오는 너무나도 근면, 성실하고 정직한 ‘어떤 관료’의 모습에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지휘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 우리나라를 지배한다고 해도 충직한 관료로 살아남을 ‘어떤 관료’는 이웃 아저씨처럼 너무나도 평범하고 근면한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의 전범이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한 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자의 사유 세계로 들어간다. 21편의 시. 저자가 만들어 놓은 이 21개의 인문학적 봉우리를 넘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조망하게 될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 개념이 김춘수의 시 [어둠]에서 간단하게 설명돼 버린 것처럼 말이다.

다중, 에로티즘, 타자론, 존재론, 주름과 리좀, 부정변증법, 해체론, 호모 사케르, 인정투쟁……
우리 현대 시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
어렵게만 느껴지던 인문학, 영화평론, 문학평론이 술술 읽히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잘 모르는 현대 철학자들의 주요 개념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들뢰즈, 알튀세르, 가라타니 고진, 아도르노 같은 이름이 등장하면 주눅이 든다. 영화평론뿐만이 아니다. 많은 대중들이 읽어내고 있는 진중권이나 고종석의 글에서도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과 개념들이 나올 때, 우리가 느끼는 지적 좌절은 상당하다.

저자는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라는 감성적 코드를 끌고 들어온다.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다중(Multitude)’을,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에로티즘(L’Erotisme)’을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투쟁’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개념을 쉽게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학자의 주요 저서를 인용하고 그 안에 나오는 기본 개념들을 아우른다. 각 장 뒤에 ‘더 읽어볼 책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집과 철학책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난 뒤, 현대 철학자의 주요 저서들, 이를테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같은 책의 제목과 맞닥뜨리더라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 책에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얻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이 책이 들려주는 현대 철학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이제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됐던 어려운 영화평이나 문예지의 글들을 술술 읽게 될 것이다.

철학은 원래 어려운 학문이다. 돌아가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라!
시 읽는 철학자 강신주를 따라가며 깨치는 새로운 철학 읽기의 한 방법
시가 읽히면 철학이 잡히고, 철학이 잡히면 우리의 삶이 보인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어서 오르기에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한다. 시에는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들이, 철학에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용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높은 봉우리의 고도에 적응하기만 하면 우리 삶에 펼쳐진 거의 모든 풍경을 다 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책의 제목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 ‘철학적 시 읽기’란 바로 이렇게 높은 봉우리에 올라 우리의 삶과 인생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와 철학의 독법을 말한다.

시와 철학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와 철학이 우리의 일상에 툭, 하고 던져주는 어떤 혼란스러움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와 철학에 더 가까이 가려면 ‘이해’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저자는 철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문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전작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는 참신하게도 소설과 철학을 연결시켜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해 인문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시와 철학을 연결하는 이번 시도도 삶을 조망하는 저자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는 시와 철학을 포함해 인문학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기쁨’과 ‘자유정신’이기 때문에, 역사에서 철학자와 시인들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기쁨을 박탈하려는 권력의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 왔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제 낯선 세계와 감각을 표현한 시와 어렵게 에둘러 사고하는 철학적 개념과 맞서는 연습으로 단련될 것이다. 그리고 곧 이런 시인과 철학자들의 뒤를 따라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제 여러분들 자신이 21명의 시인들의 뒤를 따라 스물두 번째 시인이 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억압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유 그리고 기쁨을 노래하는 시가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에 울려 퍼질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여러분은 이제 스물두 번째 철학자가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억압을 정당화하는 거짓된 사이비 주장들을 논리적으로 해체하고, 인간에게 자유와 기쁨을 되찾아 주는 새로운 개념과 말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소개

저자 강신주

저서 (총 32권)
강신주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주로 고대 중국의 사상사, 즉 제자백가의 사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제자백가를 통해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유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최근에 그는 중국 고대 철학사를 새롭게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한 제자백가의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할 중요한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연세대, 경원대, 인천대 등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태학사 중국철학 총서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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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는 글 | 프롤로그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노동 해방에서 화엄의 세계로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는 아이러니
다중의 정치와 사랑의 세계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어느 시인의 고독한 죽음
언어에 감추어진 다양한 맥락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근면이 미덕일 수 있을까?
이웃 아저씨처럼 너무나 평범했던 아이히만
사유는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이 아니라 의무이다!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다정히 몸을 부빌 때 물은 어떤 소리를 내는가?
떨어지는 빗소리에서 철학자가 성찰한 것
우발성의 철학 혹은 마주침과 지속의 논리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시인이 서럽게 그리워하는 것
금기도 없다면 에로티즘도 없다!
결혼, 성(性), 그리고 에로티즘 사이에서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욕망의 집어등!
벤야민의 미완의 기획,‘ 아케이드 프로젝트’
백화점, 종교적 도취에 바쳐진 사원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은행나무 아래서 작아지는 시인의 마음
유아론을 넘어 타자에게로
타자 없이 내일도 없다!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신분증에 다 담을 수 없는 꿈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망각의 힘
낙타에서 사자로, 마침내는 아이가 되어라!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4.19 혁명의 뒤안길에서 고뇌하는 두 시인
민주주의 적은 바로 우리 안에 있다
구성된 주체에서 구성하는 주체로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접시꽃’ 같았던 사랑으로부터 ‘가구’ 같은 사랑으로
고진이 비트겐슈타인으로부터 배운 것
사랑 혹은 타자로의 위험한 도약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촛불이 켜질 때 드러나는 것들
세계에 개방되어 있는 존재, 인간!
잃어버린 존재를 찾아서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추운 겨울 새벽 버스 창에 피어난 성에꽃
누구에게나 고유한 주름은 있다!
주름에 대한 통찰에서 리좀의 철학으로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비극적 사랑의 씨앗, 자유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육체가 살로 태어날 때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아우슈비츠에서 돌아와 밥을 먹고 연애를 하며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를 쓰는 것은 야만이다!
동일성(identity)의 사유를 넘어 성좌(constellation)의 사유로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를 부끄러워한 어느 시인
죽음이 없다면 살아있을 수조차 없다
해체에서 해탈로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벌거벗은 생명의 자리에 서서
생명정치(Biopolitics)의 등장
민주주의의 아포리아를 넘어서

17. 육화된 마음-메를로 - 퐁티와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있는 섬
역사와 육체로 얼룩진 나라는 주체!
고독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고독해지는 것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미쓰코시 백화점을 노래했던 모던보이
모던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모던의 동력, 포스트(Post)!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기다림, 기다림, 그리고 기다림!
사랑이란 과연 하나가 되는 것인가?
사랑,‘ 둘’이 만드는 무한한 경험!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시인이 차를 몰고 강물에 뛰어든 이유
타자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인간의 욕망
물화의 세계를 넘어 인정의 세계로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도시 너머에서 발견한 희망
도시 밖의 생명과 사유의 논리
항상 이미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어서 있던 한국적 사유

에필로그 | 참고문헌 | 시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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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책이 없을까?

우리 시 21편을 통해 들여다보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
시로 철학을 읽으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책 읽기가 즐거워지기 시작한다!

니체, 하이데거, 들뢰즈, 벤야민, 비트겐슈타인, 알튀세르, 아도르노, 데리다, 푸코, 아감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테고, 또 알고 싶은 철학자들의 이름이다. 항상 읽어보고 싶은 철학자들이었지만 그들이 쓴 두꺼운 책 앞에서 번번이 좌절하기도 한 애증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철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주요 개념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해 놓은 책들은 많다. 하지만 철학이라는 워낙 난해해서, 아무리 쉽게 푼다고 해도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김수영, 김춘수, 황동규, 황지우, 기형도, 최영미 등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 시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과 현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살핀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시도는 단순히 시를 통해 현대 철학에 접근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는 짧지만, 그 속에 철학책 한 권 못지않은 무한한 고뇌와 사유의 세계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사고의 전환을 가져다준 들뢰즈, 푸코, 사르트르 같은 현대 철학자들의 사유가 우리 현대 시인들의 시와 어떻게 행복하게 만나는지 보여준다. 그 철학자들이 고뇌했던 문제들이 우리 현대 시인들이 고민했던 문제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각적인 문장 속으로 녹여내는 저자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시집과 철학책, 과연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
분량은 짧지만 시 한 편 속에 담긴 사유는 결코 가볍지 않다!

김남주의 <어떤 관료>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시 한 편과 철학책 한 권, 이 둘을 양팔 저울에 올려놓으면 어느 쪽으로 기울까? 독자들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어 나가며 눈앞에 나타나는 묘한 평형을 보고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 강신주는 독자들을 이렇게 신기한 체험으로 이끌고 있다.

강신주는 김남주의 시에 나오는 너무나도 근면, 성실하고 정직한 ‘어떤 관료’의 모습에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지휘한 아돌프 아이히만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 우리나라를 지배한다고 해도 충직한 관료로 살아남을 ‘어떤 관료’는 이웃 아저씨처럼 너무나도 평범하고 근면한 아이히만이 유대인 학살의 전범이 된 것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한 편의 시를 통해 현대 철학자의 사유 세계로 들어간다. 21편의 시. 저자가 만들어 놓은 이 21개의 인문학적 봉우리를 넘다 보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조망하게 될 것이다. 하이데거의 ‘존재’ 개념이 김춘수의 시 <어둠>에서 간단하게 설명돼 버린 것처럼 말이다.

다중, 에로티즘, 타자론, 존재론, 주름과 리좀, 부정변증법, 해체론, 호모 사케르, 인정투쟁……
우리 현대 시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
어렵게만 느껴지던 인문학, 영화평론, 문학평론이 술술 읽히기 시작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글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잘 모르는 현대 철학자들의 주요 개념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들뢰즈, 알튀세르, 가라타니 고진, 아도르노 같은 이름이 등장하면 주눅이 든다. 영화평론뿐만이 아니다. 많은 대중들이 읽어내고 있는 진중권이나 고종석의 글에서도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과 개념들이 나올 때, 우리가 느끼는 지적 좌절은 상당하다.

저자는 이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현대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라는 감성적 코드를 끌고 들어온다.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다중(Multitude)’을,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에로티즘(L’Erotisme)’을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투쟁’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개념을 쉽게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철학자의 주요 저서를 인용하고 그 안에 나오는 기본 개념들을 아우른다. 각 장 뒤에 ‘더 읽어볼 책들’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시집과 철학책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난 뒤, 현대 철학자의 주요 저서들, 이를테면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같은 책의 제목과 맞닥뜨리더라도 전혀 주눅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이 책에서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얻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이 책이 들려주는 현대 철학의 세계로 빠져들다 보면 이제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됐던 어려운 영화평이나 문예지의 글들을 술술 읽게 될 것이다.

철학은 원래 어려운 학문이다. 돌아가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라!
시 읽는 철학자 강신주를 따라가며 깨치는 새로운 철학 읽기의 한 방법
시가 읽히면 철학이 잡히고, 철학이 잡히면 우리의 삶이 보인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시와 철학은 인문학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있어서 오르기에 쉽지 않은 분야라고 말한다. 시에는 주관적이고 낯선 이미지들이, 철학에는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 용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높은 봉우리의 고도에 적응하기만 하면 우리 삶에 펼쳐진 거의 모든 풍경을 다 볼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책의 제목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에서 ‘철학적 시 읽기’란 바로 이렇게 높은 봉우리에 올라 우리의 삶과 인생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와 철학의 독법을 말한다.

시와 철학이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저자는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와 철학이 우리의 일상에 툭, 하고 던져주는 어떤 혼란스러움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시와 철학에 더 가까이 가려면 ‘이해’보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저자는 철학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문학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전작 《상처받지 않을 권리》에서는 참신하게도 소설과 철학을 연결시켜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해 인문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시와 철학을 연결하는 이번 시도도 삶을 조망하는 저자의 시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는 시와 철학을 포함해 인문학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바로 ‘기쁨’과 ‘자유정신’이기 때문에, 역사에서 철학자와 시인들이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기쁨을 박탈하려는 권력의 시도에 단호하게 맞서 왔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제 낯선 세계와 감각을 표현한 시와 어렵게 에둘러 사고하는 철학적 개념과 맞서는 연습으로 단련될 것이다. 그리고 곧 이런 시인과 철학자들의 뒤를 따라 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제 여러분들 자신이 21명의 시인들의 뒤를 따라 스물두 번째 시인이 되어야 할 때가 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야 억압될 수 없는 인간의 자유 그리고 기쁨을 노래하는 시가 멈추지 않고 우리 사회에 울려 퍼질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여러분은 이제 스물두 번째 철학자가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억압을 정당화하는 거짓된 사이비 주장들을 논리적으로 해체하고, 인간에게 자유와 기쁨을 되찾아 주는 새로운 개념과 말을 창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책속으로

나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을 조망하는 데 도움이 되는 21개의 봉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각 봉우리에서마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새로운 전망, 각자의 고유한 개성을 내뿜는 다양한 전망들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봉우리마다 머물고 있는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들이 여러분의 산행을 도와 줄 테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모든 봉우리를 다 좋아할 수는 없으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도 않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의 삶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두 봉우리만을 확인하더라도 큰 수확이 될 겁니다.
_6쪽_<들어가는 글> 중에서

지금 기형도는 화려한 말들의 풍경을 찢고 소리치는 침묵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응시하고 있는 침묵의 의미는 ‘소리의 뼈’라는 생각에 응축되어 있습니다. 사실 대학처럼 말이 많은 곳도 없을 겁니다. 강의실에서도, 캠퍼스 잔디 위에서도, 카페에서도, 술집에서도 아마 대학 시절에 우리는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대부분을 토해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소리의 뼈’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이곳에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의 통찰력에 의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만큼 언어의 문제를 깊이 있게 숙고한 철학자도 없었으니까요
_51쪽_2장 <언어의 뼈-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중에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구절이지요. 그렇다고 우리는 우회해서는 안 됩니다. 이 짧은 구절에 하이데거의 전체 사유가 응결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존재’, ‘ 존재자’, ‘사이-나눔’그리고 ‘존재와 존재자의 차이’라는 상호 연관된 네 가지 사항들이 분명해진다면, 우리의 곤혹스러움도 봄눈 녹듯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존재’와‘존재자’부터 해결해 보지요. 여기서 김춘수의 시가 큰 도움이 됩니다. ‘존재’를 ‘촛불이 열어 놓은 밝은 공간’으로, 그리고 ‘존재자’를 밝은 공간에서 보이는 ‘면경의 유리알, 의롱의 나전, 어린것들의 눈망울과 입 언저리’등으로 생각해 보세요. 이제 하이데거가 존재를 ‘밝히면서 건너옴’으로, 그리고 존재자를 ‘스스로를 간직하는 도래’라고 이야기한 것이 조금은 이해가되지 않을까요?
_230쪽_11장 <밝음의 존재론-하이데거와 김춘수> 중에서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이라면 이런 문둥이들을 ‘호모 사케르(Homo Sacer)’라고 불렀을 겁니다. 호모 사케르는 살해하는 것은 가능해도 희생으로는 바칠 수 없는 존재를 말하기 때문입니다. 소나 양이 희생으로 바칠 수 있는 동물이라면, 지렁이 혹은 작은 벌레들은 그럴 수조차 없는 생물들이지요. 이런 지렁이나 벌레를 죽인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지렁이와 벌레처럼 죽여 버릴 수는 있어도 희생으로 쓸 수는 없는 존재들, 즉 호모 사케르로 지목된 인간이 바로 ‘벌거벗은 생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생명체가 벌거벗었다는 이야기는 사회로부터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구든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그들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는 이미 그들을 인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_311쪽~312쪽_2장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아감벤과 한하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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