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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언(禁言)이 없는 김언(金言)의 낯선 시세계 … 김언의 두 번째 시집 [거인]재출간, 7편의 신작시 추가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김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인]이 '문예중앙시선'으로 다시 출간됐다. 6년 만에 복간된 이번 시집에서 김언 시인은 일곱 편의 신작시([신기루], [발음], [돌의 생각], [시간], [그림자 두 사람], [길이었는지 뱀이었는지], [노래하는 지도])를 추가하고, 세 편의 시를 덜어냈다. 또한 기존의 3부(部)의 구성을 허물고, [유령-되기] 등의 시를 개작하며 새롭게 편집한 것이다. 이 시집은 제목 '거인'만큼이나 거대한 시의 뼈대, 그 안 보이는 중심축이 더 깊고 더 올곧게 어떤 근원을 향해 탕탕, 못질되고 있는 과정이 잘 드러나며, 전작 [숨쉬는 무덤]보다 훨씬 안정되고 단단해진 김언의 시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김언 시인은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한 후 시집 [숨쉬는 무덤](2003), [거인](2005)에 이어 2009년에는 [소설을 쓰자]를 펴내고 제9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고유한 시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당문학상 선정 심사위원들은, 김언의 시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법"으로 "삶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의 시에는 "그 현실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있고, 또 그 사유 속에는 "멋진 환상"도 포함되어 있다고 상찬한 바 있다. '금언(禁言)이 없는 김언(金言)' 시인은 낯선 언어로, "멋진 환상"이 섞인 독특한 발상법을 사용하여, "익숙하고 때 묻은 삶과 현실의 문제를 낯설게 드러내"는 노련한 솜씨를 가진 한국시단의 '다른' 시인 중 한 명이다.
"있어도 없는 아니, 있어서 없는 존재"들이 걸어 나온다
그사이 나는 아프고 늙지는 않았어요/그날의 햇살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내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내가 어느 시대를 살고있느냐, 그게 문제겠지요//그렇다면 얼굴이 생길 때도 되었는데/얼굴 다음에 표정이 사라집니다/윤곽이 사라진 다음에 드디어 몸이 나타났어요/내 몸이 없을 때 더없이 즐거운 사람//그가 깊은 밤의 명령을 내린다면/내 얼굴은 '아프다'고 명령할 겁니다/그날의 태양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감정의 동료들은 여전히 집이 되기를 거부하지요/돌, 나무, 사람들의 데모 행렬엔 누군가/흘러 다니는 내가 있어요 (…)
('유령 되기' 중에서)
김언의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그 형체가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존재들이 '거품'([거품인간])이나 '유령'([유령-되기])의 형태이거나 '사라진 사람'([사라진 사람]), '잘못한 사람'([잘못한 사람]), '떨어진 사람'([떨어진 사람])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만석 문학평론가는 "(김언의 시에는) 대명사로 시작하는 시편들이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는데, 대표(representation)의 이름을 붙이고 대표의 이름이 부식되는 차원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내), 너(네), 우리, 그, 그것, 아무' 등의 대명사는 애초에 대상의 정확한 상으로부터 이탈되거나 지시할 수 있는 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해설[아귀들과 함께]에서)고 설명하고 있다. 김언의 시에는 이분된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계와 윤곽이 사라진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하여 시 속에 나타나는 존재들에 대해 박수연 평론가는 “대상이 사라지고 주체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물론 그럼에도 주체화의 흔적들은 지속적으로 그들을 덮치거나 "다른 얼굴은 기억하지 못"([다리의 얼굴 2])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혹은 어쩌다가 불행한 표정으로 발견되거나 "흘러 다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나'는 중요하지 않으며 '나'가 거주할 감정의 "집"은 적극적으로 폐기할 것을 권장한다. 주체화의 지대인 얼굴과 그 표정은 사라지고 주체화의 전쟁터인 몸이 사라져야만 '기쁨'이 생성될 수 있다"(해설[아귀들과 함께]에서)고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윤곽이나 혹은 경계에 대한 강박을 지우고서 [거인]의 시편들을 읽어나갈 때, '거품인간', '잘못한 사람', '사라진 사람', '떨어진 사람', '뱀사람' 등등은 그제야 벌떡 일어나 독자들에게로 걸어올 것이다.
키스
키스 2
거품인간
폭발
신기루
장례식 주변
발음
유령-되기
불멸의 기록
다음날
없는 사람과의 이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쏜다
사건 현장
새의 윤곽
바람의 실내악
한 사발의 손
돌멩이
돌의 생각
돌의 탄생
다리의 얼굴
다리의 얼굴 2
그가 토토였던 사람
드라마
잘못한 사람
서 있는 두 사람
차분하게 고통스럽게
모종의 날씨
시간
暗시장
납치
그림자 두 사람
홀
누구세요?
엄마 배고파
드라마 2
판다
가능하다
토요일 또는 예술가
돌멩이 2
길이었는지 뱀이었는지
뱀사람
뱀사람 2
즐거운 식사
숨쉬는 로봇
거인
어느 갈비뼈 식물의 보고서
잠입
노래하는 지도
기원전
사라진 사람
안 보이는 숲의 마을
외투
떨어진 사람
고가도로 아래
이 동네의 길
표면적인 이유
내가 벌써 아이였을 때
청춘
시집
부록
詩도아닌것들이-문장 생각
詩도아닌것들이-탱크 애벗의 이종격투기
해설
아귀들과 함께_ 김만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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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언(禁言)이 없는 김언(金言)의 낯선 시세계 … 김언의 두 번째 시집 『거인』재출간, 7편의 신작시 추가
2009년 제9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김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거인』이 '문예중앙시선'으로 다시 출간됐다. 6년 만에 복간된 이번 시집에서 김언 시인은 일곱 편의 신작시(「신기루」, 「발음」, 「돌의 생각」, 「시간」, 「그림자 두 사람」, 「길이었는지 뱀이었는지」, 「노래하는 지도」)를 추가하고, 세 편의 시를 덜어냈다. 또한 기존의 3부(部)의 구성을 허물고, 「유령-되기」 등의 시를 개작하며 새롭게 편집한 것이다. 이 시집은 제목 '거인'만큼이나 거대한 시의 뼈대, 그 안 보이는 중심축이 더 깊고 더 올곧게 어떤 근원을 향해 탕탕, 못질되고 있는 과정이 잘 드러나며, 전작 『숨쉬는 무덤』보다 훨씬 안정되고 단단해진 김언의 시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김언 시인은 1998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한 후 시집 『숨쉬는 무덤』(2003), 『거인』(2005)에 이어 2009년에는 『소설을 쓰자』를 펴내고 제9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고유한 시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미당문학상 선정 심사위원들은, 김언의 시는 "매우 흥미로운 발상법"으로 "삶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의 시에는 "그 현실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 있고, 또 그 사유 속에는 "멋진 환상"도 포함되어 있다고 상찬한 바 있다. '금언(禁言)이 없는 김언(金言)' 시인은 낯선 언어로, "멋진 환상"이 섞인 독특한 발상법을 사용하여, "익숙하고 때 묻은 삶과 현실의 문제를 낯설게 드러내"는 노련한 솜씨를 가진 한국시단의 '다른' 시인 중 한 명이다.
"있어도 없는 아니, 있어서 없는 존재"들이 걸어 나온다
그사이 나는 아프고 늙지는 않았어요/그날의 햇살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내가 유령인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내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느냐, 그게 문제겠지요//그렇다면 얼굴이 생길 때도 되었는데/얼굴 다음에 표정이 사라집니다/윤곽이 사라진 다음에 드디어 몸이 나타났어요/내 몸이 없을 때 더없이 즐거운 사람//그가 깊은 밤의 명령을 내린다면/내 얼굴은 '아프다'고 명령할 겁니다/그날의 태양과 눈부신 의심 속에서//감정의 동료들은 여전히 집이 되기를 거부하지요/돌, 나무, 사람들의 데모 행렬엔 누군가/흘러 다니는 내가 있어요 (…)
-「유령-되기」 부분
김언의 시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그 형체가 불분명하게 느껴진다. 존재들이 '거품'(「거품인간」)이나 '유령'(「유령-되기」)의 형태이거나 '사라진 사람'(「사라진 사람」), '잘못한 사람'(「잘못한 사람」), '떨어진 사람'(「떨어진 사람」) 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만석 문학평론가는 "(김언의 시에는) 대명사로 시작하는 시편들이 과반수에 육박하고 있는데, 대표(representation)의 이름을 붙이고 대표의 이름이 부식되는 차원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내), 너(네), 우리, 그, 그것, 아무' 등의 대명사는 애초에 대상의 정확한 상으로부터 이탈되거나 지시할 수 있는 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해설「아귀들과 함께」에서)고 설명하고 있다. 김언의 시에는 이분된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계와 윤곽이 사라진 세계가 펼쳐진다. 그리하여 시 속에 나타나는 존재들에 대해 박수연 평론가는 “대상이 사라지고 주체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물론 그럼에도 주체화의 흔적들은 지속적으로 그들을 덮치거나 "다른 얼굴은 기억하지 못"(「다리의 얼굴 2」)하게 방해하기도 한다. 혹은 어쩌다가 불행한 표정으로 발견되거나 "흘러 다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나'는 중요하지 않으며 '나'가 거주할 감정의 "집"은 적극적으로 폐기할 것을 권장한다. 주체화의 지대인 얼굴과 그 표정은 사라지고 주체화의 전쟁터인 몸이 사라져야만 '기쁨'이 생성될 수 있다"(해설「아귀들과 함께」에서)고 한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윤곽이나 혹은 경계에 대한 강박을 지우고서 『거인』의 시편들을 읽어나갈 때, '거품인간', '잘못한 사람', '사라진 사람', '떨어진 사람', '뱀사람' 등등은 그제야 벌떡 일어나 독자들에게로 걸어올 것이다.
김언은 있어도 없는 아니, 있어서 없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들은 "유령"처럼 시공을 흘러 다니다가 "알 수 없는 전화번호"처럼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온다. "뱀사람"같은 혼성 주체(hybrid subject) 역시 "꼭 그만큼의 배고픔"처럼 추상적으로 내버틴다. 플라톤 식으로 말하자면 어떻게든 '더'있기 위해서, 아득바득 존재하기 위해서.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 대상들은 죽음에, 소멸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만다. 그는 이런 식으로 이 시대의 역설과 모순을 드러낸다. 남는 것은 오로지 말, 그리고 그 말이 언제 어디선가 존재했었다는 뉘앙스뿐이다. "길들일 수 없"고 "터지게 마련"인 말들. 따라서 『거인』을 읽는 것은 온종일 가능과 불가능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숨 막히는 일이다. 그는 말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시험하는 것도 모자라 가능성의 불가능성까지 실험한다. 덕분에 우리는 "숨쉬는 무덤"에서 "숨쉬는 로봇"이 걸어 나오는 뜨악한 장면을 목도할 수 있게 된다. 요컨대, 김언(金言)의 세계에서 금언(禁言)이란 없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가능하다". 이카로스의 날개를 달게 된 '거인'은 마침내 추락하며 상승하는 데 성공한다. 한껏 팽창된 "공기가 그를 껴안을 것이다". -오은ㆍ시인
그는 괴롭게 서 있다. 그는 과장하면서 성장한다. 한나절의 공포가 그를 밀고할 것이다. 한나절이 아니라 한나절을 버틴 공포 때문에 그는 잘게 부수어진다. 거품과 그의 친구들이 모두 다른 이름이다. 그것은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공포 때문에.
한 번에 일곱 가지 표정을 짓고 웃는다. 그의 눈과 입과 항문과 성기가 모조리 분비물에 시달린다. 한 명이라도 더 흘러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정오에.
가장 두려운 한낮에 소란을 베껴가며 폭죽은 터진다. 밤하늘의 섬광이 여기서는 외롭다. 표면까지 왔다가 그대로 튕겨나가는 소음들. 밖에서는 시끄럽고 안에서도 잠잠한 소란을 또 한 사람이 듣고 있다. 그는 전혀 다른 공간이다. 그는 괴롭게 서 있다.
공기가 그를 껴안을 것이다.
-「거품인간」 전문
그곳에는 사건과 현장이 보존되어 있다. 한번 죽었던 사람은 그 이전에도 죽고 이후에도 계속 죽는다. 그가 죽었던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제와 오늘 끊임없이 내일이 죽어간다.
웅크리고 죽은 사람은 웅크리고 앉아서 죽어간다. 그는 피를 흘리고 있다. 아랫도리 근처 어제의 피가 말라붙기 전에 오늘의 칼자국이 스윽 지나갈 때 드러나는 그의 애정과 행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어디선가 콧노래를 부른다.
죽기 전에 그가 했던 말은 내일 다시 어느 귓가를 스치고 그가 발견된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가 출입하는 모텔이 있다. 울기 전까지 그의 성기를 부여잡은 수많은 손들이 있다. 꿈같이 달콤한 침을 발라두고 침이 마르기도 전에 그의 성기를 잘라가는 손이 있다.
하룻밤은 반복된다. 하룻밤은 지치지도 않는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 머지않아 그날 밤이 바로 오늘이라 생각되는 장소에서 그는 발견되었다. 웅크리고 앉아서 그는 죽어간다. 그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사건 현장」 전문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을 알고 있다
죽지 않을 만큼 땅이 파이고 피가 고이고
땅바닥은 뚜렷이 그의 얼굴을 알아본다
죽지 않을 만큼 사람들은 놀라고
괴로워하고 실컷 잊을 테지만,
지상에서 지하로 그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그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가 떨어진 자리로부터 땅바닥을 치고
달아난 소문이 끝날 즈음 어디선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그보다 더
무거운 나이가 되었을 때, 그는 떨어졌다
때가 되면 쏟아지는 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한가 싶은 땅바닥엔 그가 남기고 간
얼룩과 행인들의 발 냄새가 간간이 보도블록을 비집고
솟은 엷은 풀 냄새에 섞여 그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죽어서 푸른 그의 낯바닥을 꼭꼭 밟아주기 힘들다
올려다보면 무심히 발 씻는 소리 내려와 쌓인다
그는 떨어지고 있다
-「떨어진 사람」 전문
돌 속에서 돌이 자란다.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를 향해서 달아난다. 바위 안의 바위가 서로를 탐내고 밀어내고 끝내는 흩어지듯이. 빈틈이라곤 전혀 없는 그 방 안에서 돌이 자란다. 벽지를 걷어내면 맨 먼저 보이는 것. 맨살로 단련된 돌의 얼굴이 맨 먼저 어루만지는 것은 순간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얼굴이다. 알 같은 태양이 있는가 하면 식물 같은 성장이 그들의 움직임을 더듬어간다. 윤곽을 더듬어가는 그 방 안의 공기는 그 방 안의 공기로 꽉 차 있다. 바닥에서 천장 끝까지 돌이 쌓아올린 돌의 꼭대기는 미끄럽다. 곧 붕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돌 속의 다른 돌들은 태어나기 직전의 그 자세를 이미 익히고 있다. 달아나기 위하여 뿌리를 갖춰가는 발가락이 벌써 보인다. 공기를 향해서.
-「돌의 탄생」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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