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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종이책

사랑, 너에게 분다 세트김선민 장편소설

저자
김선민 지음
출판사
청어람 | 2017.09.14
형태
페이지 수 1048 | ISBN
ISBN 10-1104914158
ISBN 13-9791104914157
정가
26,000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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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김선민 장편소설 『사랑, 너에게 분다 세트』. 십 년 전, 부친의 불륜으로 해아의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마음의 병이 깊었던 모친이 해아를 안고 저택에서 투신하는 사고가 벌어졌고, 그 후 해아의 몸은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회복되지 못해 복합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로부터 십 년 후. 광고계에서는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배우로서는 필모그래피가 약했던 해아는 제작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 [별이 빛나는 밤]에 캐스팅이 되지만, 작품의 작가와 악연으로 얽혀 있어 출연을 고사한다. 한편, [별이 빛나는 밤]의 제작사에서는 무조건 해아를 캐스팅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결국 제작PD인 도영이 해아를 만나러 나선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만남은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선민
저자 김선민은
블로그 blog.naver.com/apple00mint
스무디놀이터 cafe.naver.com/smoothieplayground

[출간작]
따뜻하게 안아줘. 내가 그토록 너를. 내가 나빴다. 동화 스며들다. eternity. 요조신사. 연애시대. 하이라이트. 다시 결혼할까요? 재채기. 그녀가 나를 보고 웃네요. 한 걸음씩. 그대와 사랑을 거닐다. 따끔. 마음이 말랑말랑. 더러운 정 원장과 시월의 크리스마스.

e-book
연애의 감격. 우리의 연애. 비로소 너와 나이기를. 밤의 멜로디. 손끝에 연애.

목차

[1권]
프롤로그.
01. 선택의 기로
02. 뭐지, 이 남자?
03. 나 좋아하지 마요
04. 왜 하필 나를
05. 네가 불어온다
06. 연애라는 건
07. 나랑 같이 가자
08. 못 견디게 좋은 사람
09. 연애가 이렇게 좋은 거였나?
10. 살면서 이런 사랑 한 번쯤은
11. 봄이 온다

[2권]
12. 최선의 선택
13. 그때 그의 손을 잡지 않았더라면
14. 일상의 공유
15.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16. 파국
17. 봄을 기다리며
18. Because of you
19. 사랑, 너에게 분다
20. 둘이 아닌 셋
작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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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상세이미지

“류해아 씨랑 꼭 같이하고 싶습니다.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권도영 PD님, 영업 잘하시네요.”

십 년 전, 부친의 불륜으로 해아의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마음의 병이 깊었던 모친이 해아를 안고 저택에서 투신하는 사고가 벌어졌고, 그 후 해아의 몸은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회복되지 못해 복합적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로부터 십 년 후.
광고계에서는 톱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배우로서는 필모그래피가 약했던 해아는 제작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 [별이 빛나는 밤]에 캐스팅이 되지만, 작품의 작가와 악연으로 얽혀 있어 출연을 고사한다. 한편, [별이 빛나는 밤]의 제작사에서는 무조건 해아를 캐스팅해야만 하는 상황이라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결국 제작PD인 도영이 해아를 만나러 나선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만남은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편집자 서평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십 년 동안 아파한 여자가 있다. 그리고 여기, 그 상처를 치유해 줄 남자가 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남자는 여자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녀의 곁에 서기를 결심하고, 여자는 제 아픔에 그를 끌어들일 수 없어 거절하려 한다. 하지만 결국 마음과 마음은 닿아 서로가 서로를 품고 상처를 치료해 간다. 사랑하기에, 사랑받기에 그 누구보다, 그 언제보다 빛나는 여자와 그로 인해 더 행복해지는 남자의 이야기. 이런 사랑이 내게도 불었으면 좋겠다. /편집자L

대한민국의 톱스타이자 재벌가의 손녀로 부와 명예를 다 가지고 있는 해아에게는 단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모의 사랑이었다. 어긋난 부모의 관계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있어 사랑이라는 감정을, 특히 연인관계, 부부관계에 대한 감정에 회의가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고 받아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생기면서 아픔을 치료해 나갈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인연이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옛말처럼 사랑은 쉬우나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처럼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지켜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편집자C

책 속의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상처를 상대에게 내보일 수 있는 단단한 용기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인물을 만나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 가을날입니다. 해아와 도영이라는 인물이 지금 여기, 그 바람을 맞고 서 있습니다. /편집자Y

[책 속으로 추가]
해아가 아이에게 다가가려 하자, 유미가 그 앞을 가로막아 섰다.
“아이는 아무 잘못 없어!”
“그렇지. 저 애는 아무런 죄가 없지. 죄는 너랑 류태정 씨에게 있지. 너도 잘 아는구나.”
유미는 태정에게서 울고 있는 아이를 건네받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조만간 다시 보게 될 거야.”
해아의 서늘한 경고에 유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백을 쥔 채 꼬리가 빠지게 룸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측근들도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룸 안에는 태정과 해아 둘만 남게 되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니.”
태정의 물음에 해아는 긴 한숨을 내쉬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꼴은 또 그게 뭐고.”
조금 전의 그 환한 미소는 오직 그 아이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모양이다. 다정하고 따뜻한 모습은 해아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왜 전화 안 받으셨어요?”
“전화? 무슨 전화?”
태정은 주섬주섬 슈트 재킷 안쪽 주머니를 뒤적였고 해아가 그것을 낚아챘다.
저장조차 해두지 않은 열한 자리의 번호……. 엄마 경진의 번호로부터 온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순간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이 번호가 누구 번호인지는 알죠?”
온몸의 피를 쏟아내며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에도 엄마는 이런 남자를 붙잡고 있었다.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죽어가고 있으니 이런 날 똑똑히 지켜보라고. 죄책감 가지라고.
하지만 이미 이 남자에게 엄마는 그저 일말의 감정도 남지 않은 법적인 아내일 뿐. 그 생각을 하니 해아는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이었다.
“제가 엄마 전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받아달라고 했잖아요. 그것만이라도 꼭 해달라고 했잖아요!”
해아의 목소리가 텅 빈 홀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밖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둘 문 근처를 서성였지만 섣불리 끼어들진 못했다.
“언제 어느 순간 나쁜 마음먹을지 모르니까, 어느 날 갑자기 급한 일 생길지 모르니까, 엄마가 전화하면 꼭 받아달라고 부탁했잖아요. 내가 그렇게 울면서 사정했는데…….”
움켜쥔 주먹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 사람 앞에선 눈물 한 방울도 흘리기 싫었는데, 너무 분하고 화가 치밀어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해아는 흘러내린 눈물을 손끝으로 닦아내고 다시 태정과 시선을 맞추었다.
“엄마가 왜 이렇게 됐는데. 전부 다 당신 때문이잖아!”
“……미안하다.”
기어들어 가는 작은 그의 목소리에 더욱 분노가 들끓었다.
미안하다라.
“고작 그 말이 전부야?”
“…….”
일주일 전 유미가 아이를 데리고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경진이 몹시 불안해한다는 얘길 전해 듣고 해아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오늘 그 아이의 돌잔치가 있단 얘길 들었다는 경진의 우울한 목소리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해아 양. 오늘 사모님께서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오시질 않아요. 혹시 집으로 와줄 수 있나요?]
메이드의 메시지를 받은 해아는 광고 촬영 중에 그대로 경진의 집으로 달려갔고,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가 손목을 그은 채 축 늘어져 있는 엄마를 마주했다.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경진을 병원에 두고 곧장 이곳으로 온 길이다. 지금도 그녀는 사경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해아는 경진의 피로 흠뻑 젖은 자신의 옷과 손을 쳐다보다가 태정의 앞에 내밀었다.
“지금 당장 한국대병원으로 달려가서, 당신 아내에 대한 예의는 갖춰요.”
그제야 상황 파악을 마친 태정이 서둘러 룸 밖으로 걸어 나갔고, 해아는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잔을 단숨에 들이켠 후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며 룸을 나섰다.
룸 밖에는 아이를 안고 서성이는 유미와 그녀의 일행들이 있었다. 해아는 태정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눈물짓고 있는 유미 앞에 마주 보고 섰다.
“뭘 잘했다고 내 앞에서 울어?”
“오늘…… 우리 아이 첫 생일이에요.”
“그래서? 내가 돌 반지라도 하나 해왔어야 했나?”
유미는 눈을 내리깐 채 가슴이 들썩이도록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뻔뻔하기 짝이 없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류태정 대표 내연녀지.”
“유치하게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올 거예요? 정도껏 해, 류해아!”
유미가 목소리를 높이자 해아는 손을 뻗어 그대로 유미의 머리채를 휘어잡았고, 사방에서 일행들이 달려들어 둘을 떼어놓으려 안간힘을 썼다.
아이는 또 한 번 자지러지게 울었고, 해아는 그럴수록 더욱더 세게 움켜쥐었다.
“으악! 너 돌았니?”
“뭘 정도껏 해? 상간녀 앞에서 내가 지켜야 할 정도가 뭔데? 너야말로 이 정도 각오도 안 하고 기어들어 왔어?”
“이, 이거 안 놔?”
해아는 유미의 코앞까지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엄마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어. 근데 네가 감히 내 앞에서 투정을 부려? 네 아이 첫 생일 잔치를 망쳤다고 날 원망해?”
너무 기가 막혀서 헛웃음조차 나오질 않았다.
해아는 자신의 팔과 허리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털어내고 유미를 바라보았다.
“돌았냐고? 미안하지만 아직은 안 돌았어. 내가 눈 뒤집힐 정도로 돌아버렸다면 넌 진즉에 내 손에 죽었을 거야.”
어깨가 들썩이도록 거친 숨을 몰아쉬던 유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시선을 떨궜다.
“왜. 억울해? 그러게 왜 남의 가정을 깼니? 난 너 때문에 자그마치 십 년을 고통 속에 살았어. 넌 똑똑하니까 그때 일 기억하고 있지?”
바짝 긴장한 유미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 네가 그걸 잊어선 안 되지. 정신 더 똑바로 차리고 살아. 신경질 날 때마다 너 밟으러 올 거니까. 돌아온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거야.”
해아는 유미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걸음을 옮기려다가 낯익은 사람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돌아선 해아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작가님, 여기서 뵙네요.”
나유미의 여동생, 나애리. 요즘 꽤나 인기 있다는 드라마 작가.
애리는 해아에게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고, 망연자실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다음 작품에는 작가님 언니 얘기 한번 써보세요. 대박 날 거 같은데.”
해아는 그들을 남겨두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막 호텔 안으로 들어가려던 도영은 소리 내어 울고 있는 한 여자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건지, 로비 안쪽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출입구 바깥쪽에 서 있는 직원들도 우왕좌왕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도영은 그냥 지나치려다가 돌아선 여자의 얼굴을 확인하곤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배우 류해아였다.
그보다 놀라운 건, 피범벅이 돼 엉망진창인 하얀 원피스와 피가 묻어 있는 얼룩덜룩한 손, 그리고 눈물에 흠뻑 젖어버린 얼굴…….
해아가 정면으로 돌아서자,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하나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가만히 지켜보던 도영은 이런 모습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연히 류해아를 만났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닌 듯했다.
“이게 무슨 개족보야…….”
해아의 아주 작은 혼잣말이 도영의 귀에 들렸다.
그녀는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기둥에 머리를 기댄 채 두 다리를 쭉 뻗었다. 팔짱을 낀 채로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눈물은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다. 본인이 배우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갈 길이 급했지만, 도영은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어깨너머로 들어왔던 아버지와 류해아 집안과의 인연 때문이기도 했고,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서 기획 중인 다음 작품의 여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시에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서이기도 했고, 아주 작은 팬심이 작용하기도 했다.
‘그냥 두고 갈 순 없는데…….’
하지만 지금 당장 약속 장소인 3층 중식당으로 가야만 했다. 늦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약속이었다. 미팅 시간까지 채 5분도 남지 않았다.
고민을 끝낸 도영은 결국 계단을 내려가 해아의 앞에 섰다.
그 순간, 그녀와 정면으로 시선이 딱 마주쳤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도영은 동공이 흔들렸다.
“사인은 해드릴게요. 보시다시피 사진은 힘들어요.”
이 와중에 팬서비스 할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웠다. 그녀는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로 도영에게 손을 내밀었고, 도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하늘섬 스튜디오 제작PD 권도영입니다.”
“아……. 그러시구나.”
신원을 정확히 밝혀주면 그녀가 안심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이 상황에 자기소개를 하고 말았다.
당연히 해아는 별 관심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팔짱을 낀 채 도로 위를 바라보았다.
“제가 지금 좀…… 미친년 같아 보이죠?”
너무나 솔직한 그녀의 말에 하마터면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아니라고 해줘야 하나, 맞다고 하면 털고 일어나려나, 순간 그런 생각들이 도영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니라고 안 하는 거 보니까 미친년 같아 보이긴 한가보다.”
그녀는 허탈한 듯 웃으며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슥슥 닦아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도영의 마음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심란했다.
대체 이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건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 수도 없었다.
“저 여자 류해아 맞지?”
“대박! 호텔에서 류해아 만났다고 SNS에 올려야겠다!”
해아를 알아 본 사람들이 점점 주변으로 모이기 시작하자 도영은 불안했다.
“다리를 오므리든지 얼굴을 숙이든지, 둘 중 하나는 해요.”
도영의 말에, 해아는 옅게 웃으며 순순히 고개를 떨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탓인지 대놓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은 없었지만,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몰래 찍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도영은 해아의 앞에 서서 자연스럽게 가려주면서 재킷을 벗어 어깨 위에 걸쳐 주었다. 다행히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류해아 씨.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거 같은데…….”
도영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텔 안으로 고급 외제차 한 대가 빠르게 들어왔다. 차를 세우기가 무섭게 건장한 남자 한 명이 허겁지겁 내리더니 해아에게 달려왔다.
“류해아!”
“게을러 터져가지고. 빨리도 왔다.”
그 남자는 해아의 매니저인 듯했다.
그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해아를 일으켜 세웠고, 그녀는 그에게 의지해서 힘겹게 걸음을 떼었다. 두 사람은 도영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곧장 차를 몰아 호텔을 벗어났다.
도영은 차창 너머로 보았던 해아의 넋이 나간 표정이 눈에 남아 한동안 그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휘청거리며 걷던 모습도, 고르지 못했던 숨소리도, 아이처럼 눈물을 쏟아내던 것도 머릿속에 깊이 박혀버렸다.
겨우 발길을 옮긴 도영은 3층에 위치한 중식당으로 향하다가 건너편에 위치한 뷔페 입구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애리를 발견했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나애리. 여기서 뭐 해? 무슨 일 있어?”
“미안. 지금은 경황이 없어서……. 나중에 설명해 줄게. 미안해.”
애리는 아이를 안은 채 울고 있는 한 여자를 다독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리가 그 여자를 향해 ‘언니’라고 부르는 순간, 도영은 눈앞이 번쩍하는 것만 같았다.
애리의 언니인 나유미와 류태정의 관계.
그리고 방금 밖에서 보았던 그 남자의 딸, 류해아.
여기 있는 그 누구에게도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이 차례차례 정리가 되기 시작했고 그제야 해아가 왜 밖에서 그러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도영은 뻐근한 뒷목을 주무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채, 애리에게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곧장 약속 장소로 향했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에도 도영의 머릿속에선 류해아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아까 전에 보았던 그녀의 모습은 도영의 기억 속에 두고두고 떠오를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괜찮을까? 괜찮아야 할 텐데…….’
그녀가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기를, 너무 큰 상처를 받지 않기를 도영은 진심으로 바랐다.

책속으로

호텔에 도착한 해아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빠르게 로비로 향했다.
그 짧은 순간에도 해아를 알아본 사람들은 그녀의 모습에 한 번, 입고 있는 옷에 또 한 번 놀라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류해아 아니야?”
“에이 설마. 류해아가 미쳤다고 저러고 다니겠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자 바로 뒤에 올라탄 두 여자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해아는 고개를 숙여 피에 푹 젖은 하얀 원피스와 마른 핏물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제 손을 보고 이를 꾹 다물었다.
사람들이 놀라고도 남을 만큼 몰골이 엉망진창이었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까지 신경 쓸 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해아는 치맛자락에 손을 슥슥 닦으며 허리를 곧게 세우고 턱을 바로 치켜들었다.
내려오고 있는 반대편 에스컬레이터에 선 서너 명의 여자들은 해아를 정면에서 보곤 뜨악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류해아다, 류해아! 류해아 맞지?”
“근데 행색이 왜 저래? 손이랑 옷에 저거 피, 피 같은데?”
“촬영하다가 온 거겠지. 진짜 피겠어?”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해아에게 꽂혔지만 해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발길이 멈춘 곳은 고품격 돌잔치로 유명한 강남의 한 호텔 뷔페.
뷔페 입구에서 안내를 담당하고 있던 직원이 해아의 얼굴을 알아보곤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오늘 여기 돌잔치 있죠?”
“실례지만 예약자분 성함이…….”
“류태정, 아니면 나유미일 거예요.”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쭈뼛거리는 직원의 뒤를 따라 들어가자 가장 작은 규모의 프라이빗룸이 보였다.
한창 돌잔치가 진행 중인 듯 룸 안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바깥으로 고스란히 새어 나왔다. 해아는 문 앞에 서서 주먹을 꽉 움켜쥐고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까.’
마음의 결정을 확실하게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해아는 문을 활짝 열고 들어섰다.
룸 안에는 스무 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정면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내 해아를 발견하곤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진 분위기에 아이를 안고 있던 태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그 곁에 있던 유미 역시 해아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 듯 벌어진 입도 다물지 못하고, 눈조차 깜빡이지 못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꽤 우스웠다.
“해아야.”
해아의 부친, 태정이 제법 따뜻한 음성으로 해아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의 이름은 류찬.
해아가 그 아이를 위해 준비된 돌상 앞에 다가가자 머리가 희끗한 아버지는 이제 갓 첫돌을 맞이한 자신의 아들을 끌어안은 채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네가 어떻게 여길…….”
해아는 태정의 말을 무시한 채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고작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어딜 내놔도 류태정의 아들로 볼 수밖에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서, 해아는 더욱더 기가 막혔다.
“앉아 계신 분들은 지금 여기가 잔치라고 찾아오신 건가?”
류태정과 나유미.
이 둘의 부도덕한 관계를 알고 있으면서도 참석한 몇몇 사람들은 해아의 눈에 띄지 않으려 조심스레 룸을 빠져나갔고, 나머지 사람들도 연신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해아는 유미에게 다가갔다.
올해 나이 서른여덟. 태정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J미디어 류태정 대표의 내연녀.
DBS 정치부 기자 출신에서 DBS의 간판 앵커로 활약하다가 불륜이 발각되자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났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는지 지난주에 아이를 데리고 귀국해 태정의 품 안으로 돌아왔다.
“너를 진작 만났어야 했는데…….”
그랬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유미의 앞에 바짝 다가선 해아는 날 선 눈빛으로 유미를 바라보았고, 유미는 그런 해아 앞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내가 널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나지막한 해아의 말에 유미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해아는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고,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류해아 씨. 여기서 이러지 말고…….”
“무슨 생각으로 한국에 돌아왔어?”
해아가 비아냥거리자 태정이 말리려 해아의 팔을 붙잡았고, 해아는 그런 태정의 손길을 거칠게 밀어내며 돌상 위에 놓인 생화로 장식된 생크림 케이크를 바닥에 밀어 떨어뜨렸다.
모두가 숨을 죽인 채 해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간녀 주제에 류태정 와이프 행세까지 하시려고? 그럼 이제 내가 널 엄마라고 불러야 하나? 엄마라고 불러줄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것은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태정의 품에 있던 아이는 해아와 유미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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