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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그녀들이 품었던 은밀하고 오싹한 소원!
몽환적인 공포를 보여준 《모던 팥쥐전》의 작가 조선희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기묘한 이야기 『모던 아랑전』. 이번 소설집에는 아랑 전설, 장화홍련, 심청전을 변주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익숙한 전래동화에 ‘만약’이라는 가정을 덧붙였다. 만약 아랑과 장화홍련의 한을 풀어준 사또가 없었다면, 만약 인당수에서 돌아온 심청이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면, 착한 나무꾼이 처음부터 원했던 것은 금도끼였다면…. 풍부한 상상력으로 새롭게 풀어낸 오싹하고 몽환적인 여섯 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아름답고 착하기만 했던 동화와 전설 속 인물들의 은밀한 욕망을 끄집어내며 섬뜩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의 전통을 기반으로 한 ‘조선희식’ 한국형 기담을 만날 수 있다.
영혼을 보는 형사 : 아랑 전설
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 금도끼 은도끼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 : 심청전
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 토끼전
오래된 전화 : 할미꽃 이야기
29년 후에 만나요 : 북두칠성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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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온다 리쿠 조선희가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
콩쥐팥쥐, 여우누이, 선녀와 나무꾼 등 우리가 알고 있던 전래 동화의 모든 것을 뒤집어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모던 팥쥐전》. 몽환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이 작품 하나로 ‘한국의 온다 리쿠’로 불리며 독자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던 조선희가 이번에는 아랑 전설, 장화홍련, 심청전을 변주한 《모던 아랑전》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에 ‘만약’을 가정해보자. 만약 아랑과 장화홍련의 한을 풀어준 사또가 없었다면? 인당수에서 돌아온 심청이 사실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면? 금도끼 은도끼의 착한 나무꾼이 처음부터 원했던 건 번쩍거리는 금도끼였다면……? 무한한 상상력의 바다에서 건져 올려낸 오싹하고 몽환적인 여섯 편의 이야기들이 여기 있다.
아름답고 착한 그녀들의 잔인한 대반격!
아랑, 장화홍련, 심청이 보여주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
《모던 아랑전》의 주인공들은 더 이상 아름답고 착하지 않다. 오히려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타인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는 우리의 욕망과 불안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에서 소녀들은 소원을 버들고리 바구니에 넣는다. 여기서 조건은 세 명 중 한 명이 죽어야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타인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소원을 바라는 어여쁜 소녀들……. 심청이 죽을 걸 알면서도 눈을 뜨고 싶은 욕심에 그녀를 마지못해 인당수로 보냈던 심학규의 마음처럼, 친구가 죽자 소녀들의 마음 한켠에서 잠자고 있던 괴물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동화와 전설 속 인물들의 은밀하고 오싹한 욕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실한 가장이 되기 위해 쇠도끼를 선택했던 나무꾼이 바라보고 있던 것은 언제나 번쩍거리는 금도끼였고(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아랑의 한을 풀어줬던 사또는 오히려 죽은 여인과 산 여인의 욕망 사이에서 함정에 빠진다(영혼을 보는 형사). 호랑이와 모종의 뒷거래를 한 덕분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사연이 있는가 하면(29년 후에 만나요), 자식들을 만나러 가다가 그대로 꽃이 되었다는 할미꽃 전설이 무색하게 현대의 어머니는 가족에게서 멀리 달아난다(오래된 전화). 토끼의 간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결국 얻을 수 없던 별주부처럼, 막막한 갈망과 절망이 아들과 아버지를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형 공포 기담 문학을 창조해낸
탁월한 이야기꾼 조선희
조선희의 전작《모던 팥쥐전》은 출간 즉시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앱북, 라디오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었다. 특히 2012년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 ‘콩쥐, 팥쥐’ 편의 원작 소설로, 공포 문학이 가지는 오리지널 텍스트로써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희식 기담의 강점은 그의 이야기가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요괴, 신을 소재로 한 일본의 기담은 문화 전방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모던 팥쥐전》으로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한국형 기담의 포문을 연 조선희 작가는 《모던 아랑전》에서 일상적인 금기, 잊고 살았던 전통의 면면을 더 자세하게 담아낸다. 귀신의 날에는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 마라, 돌탑을 쌓고 소원을 빌면 노송 할머니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준다, 노루 발자국에 고인 물을 마시지 말라, 버들고리 안에 소원을 담아두면 귀신이 집어간다 등. 호기심에 기반한 금기와 전통들은 면밀하게 이야기와 만나고 있다.
“소첩의 친정은 명문거족이오나 집안이 기울어 혼인을 하여 후처가 되었습니다. 양반집 처녀의 몸으로 남의 후처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감색 진에 가죽 부츠, 펄럭이는 바바리 코트, 포커페이스, 무감성의 소유자인 젊은 형사 정동호가, 아니 정동호를 연기했던 허중인이 여자처럼 소매를 들어 눈물을 훔치며 계속 말했다. <영혼을 보는 형사 : 아랑 전설> 44페이지
여자가 돌아보았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여자가 돌아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아본 것이 아니었다. 그건 여자가 아니었다. 여자처럼 허리가 가느다란 어린 편백 두 그루가 마치 사람이 걸어가는 품새처럼 엇갈려 서 있었을 뿐.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저 나무였을 뿐인데 그 나무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스산하고 한적한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나를 문득 발견했던 것이다. <스미스의 바다를 헤맨 남자 : 금도끼 은도끼> 76페이지
"버들고리는 옛날 바구니 같은 거야. (…) 거기 들어갈 소원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 것이어야 하고 앞으로도 입밖에 꺼내지 않겠다고 맹세해야 해. 그리고 한 번 묻은 소원은 절대 꺼내보면 안 되고. 꺼내보면 후회하게 된다고 했어. (…)
이 소원은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야. 대가가 필요해. 귀신은 소원을 집어가면서 버들고리에 소원을 담은 사람 중 하나의 목숨을 대가로 가져가." <버들고리에 담긴 소원 : 심청전> 144페이지
“공장에서 야근이 끝나고 모두 퇴근한 후였어. 혼자 남아 마무리 작업 중이었는데 무두질이 끝나고 쌓여 있는 원단 가죽 앞에 웬 벌거벗은 여자가 서 있더라고.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운 찰나에 갑자기 그 여자가 가죽 한 장을 휙 둘러쓰더니 오소리로 둔갑했어.(…) 차곡차곡 쌓여 있던 가죽들이 한 장씩 일어나 어기적거리며 그 여자를 따라가는데 나도 모르게‘헉’소리가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더라구.”<오소리 공주와의 하룻밤 : 토끼전> 220페이지
어느 날 엄마가 신애에게 말했다.
“나 좀 살자. 숨 좀 쉬어야겠다. 나, 네 아버지랑 안 살란다. 더는 같이 살기 싫어. 진저리가 나.”
참을 만큼 참았다,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엄마는 구조를 요청하고 있었다. 신애는 질식 직전에 놓인 공허한 엄마의 눈을 분명히 보았다. <오래된 전화 : 할미꽃 이야기> 247페이지
동아줄에 매달린 오누이는 무사히 하늘에 도착했다. 구름 뒤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시험 통과!”
“무슨 시험요?”
오빠가 물었다.
“해지기와 달지기를 뽑는 시험이지. 축하한다.”
(…)
“아뇨, 저희는 다시 내려가서 엄마를 기다려야 해요. 우리가 집에 없어서 엄마가 걱정할 거예요.”
“음, 엄마는 이제 너희를 기다리지 않는단다.”<29년 후에 만나요 : 북두칠성> 33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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