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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종이책

홍루몽. 3: 정월 대보름의 잔치

저자
조설근 , 고악 지음
역자
최용철 옮김 역자평점 0.0
출판사
나남 | 2009.07.10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517 | ISBN
ISBN 10-8930009034
ISBN 13-9788930009034
정가
14,000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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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내 최초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의 완역본!

중국 근대소설의 효시로 꼽히는『홍루몽』완역본.『홍루몽』은 18세기 중반에 나온 명작소설로, 나온 지 2백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전 세계 20여 종의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인간의 감성세계를 정교하게 그려낸 이 소설에는 중국인의 의식구조와 생활습속이 담겨 있다. 또한 인생의 진리와 인간관계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차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랑과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가 펼쳐진다. 제목인『홍루몽』은 '붉은 누각의 꿈'이라는 뜻이다. 붉은 누각에서 꾸는 꿈은 짧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꿈이지만, 인생의 봄날은 결코 길지 않다. 이 소설은 바로 꿈이라는 은유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절절한 심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비극적 죽음, 가문의 몰락 등 꿈들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 인생과 우주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이번 완역본은 우리나라 홍학(紅學)을 대표하는 최용철 교수와 고민희 교수의 9년여의 작업 끝에 출간되었다. 두 전문연구자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이루어낸 성과로, 국내 최초로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에 의한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그동안의 홍학연구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홍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잘 반영하였다.

저자소개

저자 조설근

저서 (총 48권)
『홍루몽』의 작자 조설근(曹雪芹, 1715?∼1763)은 중국 청나라 사람으로 남경의 강녕직조(江寧織造)에서 귀공자로 태어났다. 그의 증조모가 강희제의 유모였으므로 가문은 3대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다. 그의 조부 조인(曹寅)은 남경의 문화계 인물로 폭넓은 교유 활동을 펼치고 있었고, 시사와 희곡 등에 정통해 강희제의 칙명에 따라 양주에서 『전당시(全唐詩)』를 간행하기도 했다. 옹정제 즉위 이후 백년영화를 누리던 조씨 가문은 마침내 몰락해 북경으로 이주하게 되었다.조설근은 어린 시절 잠시 가문의 문화 전통을 맛보았지만 집안이 몰락하자 커다란 충격에 빠져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 중년 이후 북경 교외 향산(香山) 아래로 옮겨 빈궁한 속에서도 시와 그림을 즐기며 필생의 역작 『홍루몽』을 창작했다. 그의 생전에 『석두기』 필사본 80회가 전해졌으며 그의 사후에 고악(高?)이 이를 수정 보완했고 정위원(程偉元)이 『홍루몽』 120회본을 간행했다.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가문을 모델로 당시 귀족 집안의 파란만장한 인간사를 그리고 있으며,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차 등의 청춘 남녀의 사랑과 슬픔을 핍진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 속의 대관원은 지상낙원의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나 하나같이 불행해지는 젊은 여성들의 비참한 운명 앞에 무기력한 로맨티시스트 가보옥은 깊은 고뇌에 빠진다. 근대 이후 중국의 지성인들은 『홍루몽』의 사상과 예술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다양한 논쟁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이 소설은 중국의 전통문화를 폭넓게 담고 있는 백과사전으로 인식되어 오늘날 다양하게 펼쳐지는 홍루 문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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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악

저서 (총 33권)
고악(1763~1815)은 자를 난서(蘭墅), 호를 홍루외사(紅樓外史)라고 했으며, 요동(遼東)의 철령(鐵嶺)사람이다. 건륭 53년(1788) 향시에 합격하여 거인(擧人)이 되었으나 진사 시험에는 계속 낙방하였다. 건륭 56년(1791) 친구인 정위원(程偉元)의 부탁으로 그가 수집한《홍루몽》후반부 30여 회를 수정 보완하여 활자본 120회를 간행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역서(총 24권)
역자 최용철 (역자평점 0)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고려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타이완(臺灣)대학에서《홍루몽》연구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고전소설과 동아시아 비교문학 등의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박사논문 “청대 홍루몽학의 연구” 외에《홍루몽의 전파와 번역》과 “조설근 가세고”, “구운기에 나타난 홍루몽의 영향연구”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목차

제41회
묘옥의 매화차
가보옥은 농취암에서 매화차 맛보고
유노파는 이홍원에서 술 취해 잠드네

제42회
석춘의 대관원도
설보차는 좋은 말로 의혹을 풀어주고
임대옥은 재담으로 향기로움 더하네

제43회
희봉의 생일잔치
가부에선 돈을 모아 희봉 생일 축하하고
가보옥은 분향하러 수선암에 몰래가네

제44회
들통난 가련의 외도
의외의 변고에 희봉은 질투를 드러내고
뜻밖의 기쁨에 평아는 화장을 새로 하네

제45회
도롱이를 쓴 보옥
오가는 우정 속에 흉금을 털어놓고
비바람 부는 저녁 풍우사 읊조리네

제46회
청혼을 거절한 원앙
난처한 형부인에겐 거북한 일만 생기고
올곧은 원앙은 맹세코 첩되길 거절하네

제47회
매를 맞은 설반
어리석은 설반은 모진 매질 당하고
쌀쌀맞은 상련은 화를 피해 떠났네

제48회
시를 배우는 향릉
개망나니 설반은 머나먼 유람의 길 떠나고
시인을 사모한 향릉은 고심하며 시구를 읊네

제49회
눈에 덮인 대관원
유리 같은 눈꽃 세상 붉은 매화 향기롭고
아리따운 규중처녀 사슴 고기 구워먹네

제50회
설경시와 수수께끼
노설엄에선 다투어 설경을 연작으로 읊고
난향오에선 다함께 설날의 수수께끼 짓네

제51회
설보금의 회고시
보금은 회고시 열 수를 새로 지었고
의원은 엉터리 처방을 마구 내렸네

제52회
공작털 짜깁기한 청문
영리한 평아는 새우수염 팔찌 훔친 일 덮어주고
용감한 청문은 공작털 외투를 병중에 기웠네

제53회
그믐 제사와 보름 잔치
녕국부에선 섣달그믐 제사 지내고
영국부에선 정월보름 잔치 열었네

제54회
재롱부린 왕희봉
사태군은 재자가인 진부하다 설파하고
왕희봉은 색동옷의 노래자를 본받았네

제55회
딸을 욕하는 조이랑
미련한 소실은 제 자식을 욕하며 다투고
간교한 시녀는 어린 주인 얕보고 비웃네

제56회
살림 잘하는 탐춘
영민한 탐춘은 묵은 병폐 없애고
때맞춘 보차는 모두를 이롭게 하네

제57회
보옥을 떠보는 자견
슬기로운 자견은 보옥을 시험하고
자비로운 설부인 대옥을 위로하네

제58회
창극 배우의 진정
살구나무 밑에서 우관은 적관을 위하여 통곡하고
명주 창문 아래서 보옥은 우관의 진심을 짐작하네

제59회
곤경에 빠진 시녀
유엽저에서 앵아와 춘연이 욕을 먹고
강운헌에서 보옥이 시녀를 두둔하네

제60회
말리분과 복령상
장미초 대신하여 말리분을 건네주고
매괴로 주고 나서 복령상을 얻어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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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빠른 '남성성'을 능가하는 '여성성'의 경..
강하고 빠른 '남성성'을 능가하는 '여성성'의 경지
[한겨레] 내 서재 속 고전 홍루몽 조설근·고악 지음 최용철·고민희 옮김 나남출판사(2009)갑오년 봄은 유달리 빨리 왔다. 4월이 채 되기도..
한겨레 | 201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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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이미지

국내 최초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의 완역본!

중국 근대소설의 효시라 불리는《홍루몽》(全6권 완역본)이 우리나라 홍학(紅學)을 대표하는 고려대 중문과 최용철 교수와 한림대 중국학과 고민희 교수의 9년여의 작업 끝에 출간되었다. 두 홍학 전문연구자가 함께 심혈을 기울여 이루어낸 성과로, 국내 최초로 정통 중국문학 학자들에 의한 완역본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발간된 여타의《홍루몽》과는 그 가치의 수준이 다르다. 나남에서 출간된 이 완역본은 기존의 번역본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정통 중국문학 연구자를 대표하는 고려대 최용철 교수와 한림대 고민희 교수, 두 홍학 전문가에 의해 완역본이 나왔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는 매우 크다. 역자들은 근 30년 동안 한국에서《홍루몽》연구의 기틀을 다진 전문 연구자로서 그동안 홍학연구의 경험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홍학계의 최신 연구성과를 잘 반영하여 완역본을 완성하였다.

중국에서 현재진행형인《홍루몽》열풍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중국고전을 꼽으라면 아마도 단연《삼국지연의》가 될 것이다. 조선시대 군담소설(軍談小說), 판소리 등에서부터 오늘날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이르기까지《삼국지연의》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에 미친 영향은 그 분야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너무도 의아해한다.《삼국지연의》가 명작임에는 틀림없지만 한국인들이 유독 이 작품에만 열광하는 이유를 스스로 알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는《홍루몽》이 한국에서 별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접하면 또 한 번 놀라워한다. 중국은 이렇듯 우리에게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먼 나라이다.
일찍이《홍루몽》을 다섯 번이나 읽은 마오쩌둥(毛澤東)은 “《홍루몽》을 읽지 않으면 중국의 봉건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홍루몽》은 중국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는 백과사전이자 중국인들의 정신을 대표하는 보고(寶庫)로,《홍루몽》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국인들의 그것에 견줄 만하다. 이 때문에《홍루몽》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과거에 묻혀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홍루몽》의 인물들이 어디에서 살았고 무엇을 먹었고 어떻게 입었는지에 대한 관심은 늘 뜨겁다. 예컨대 이야기 배경이 되는 대관원(大觀園)은 중국황실 황비의 친정나들이를 위해 지은 것인데,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 재현되어 1년 내내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홍루몽》의 연회를 재연하는 홍루연(紅樓宴)은 베이징이나 타이베이의 최고급 호텔에서 매번 개최될 때마다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처럼《홍루몽》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연구하려는 중국인들의 관심으로부터 이른바 ‘홍학(紅學)’이라는 학풍이 형성되었는데, 홍학관련 연구단체가 학술 전문가뿐 아니라 동호인들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사실은《홍루몽》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또한《홍루몽》은 최근 중국의 문화콘텐츠 시장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베이징TV에서 50부작 드라마《홍루몽》이 제작중인데 베이징TV가 출연진 선정에 공개오디션 방식을 취하면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중국대륙 전체에 오디션 열풍을 일으켰다. 2006년 당시 최종적으로 13만 8천 명이 오디션에 지원하였고 그 중에서 남자 주인공인 가보옥(賈寶玉) 역에 4만 500명, 여주인공인 임대옥(林黛玉) 역에 1만 2천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신청인 중에는 60%가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제작진의 상업적인 전략이 맞물려있겠지만《홍루몽》에 대한 관심이 젊은 층에도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홍루몽》은 18세기 중반에 나온 중국 최고의 명작소설이다.《홍루몽》이 나온 지 2백여 년이 지났지만 일찍이 19세기 초반에 영어번역문이 나온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20여 종의 언어로 약 100여 종의 번역이 나올 정도로 그 인기는 현재까지 온전하다. 수 세기 동안 읽혀 온《홍루몽》을 다시 손에 들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홍루몽》이 중국인의 의식구조와 생활습속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성세계를 정교하게 그려낸 소설로서 인생의 교과서와 같은 이 작품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인생의 진리가 보이고 인간관계의 이치란 무엇인지 새롭게 깨달을 것이다.
잔잔한 선율과도 같은《홍루몽》은 거창한 명분이나 이론을 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강한 것’이 아니라 ‘약한 것’이,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궁극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애잔한 느낌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무주의 혹은 현실에서의 패배처럼 보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중국 근대소설의 효시

‘비극적인 사랑’과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

《홍루몽》은 청대(淸代) 18세기 중엽 조설근(曹雪芹)이 쓴 장편소설로 당시 세상에 알려지면서 곧바로 독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고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독자층 또한 상당히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홍루몽》은 가(賈), 사(史), 왕(王), 설(薛) 등 네 가문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로 등장인물만 해도 500명이 넘는다.《홍루몽》이라는 이름 외에도《석두기》(石頭記),《정승록》(情僧錄),《풍월보감》(風月寶鑒),《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 등의 제목으로 불리는 것을 보더라도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과 주제 역시 매우 방대하고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한 마디로 전체를 개괄하기는 어렵지만 작품의 핵심 줄거리를 크게 두 축으로 말하자면 가보옥(賈寶玉)과 임대옥(林黛玉), 설보차(薛寶釵)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랑’과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라 할 수 있다.

루의 봄날은 꿈결처럼 사라지고
주인공 가보옥은 당대 최고 귀족 집안인 영국부에서 할머니 대부인의 비호를 받으며 애지중지 자란 귀공자이다. 무엇보다 입신양명에 눈이 먼 사대부들을 혐오하며 섬세하고 여성적인 가치들을 인생의 진리로 여긴다. 많은 사람들의 사치와 대관원(大觀園) 등의 건축으로 차차 기울기 시작하는 가씨 집안에서, 보옥은 가정적이며 건강한 설보차에 대해서도 호감을 가지지만 사촌누이인 임대옥과의 결혼을 더 원한다. 그러나 집안의 실권을 쥔 할머니 사태군은 대옥의 몸이 허약하여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계략에 속은 보옥이 보차와 결혼하던 날, 대옥은 쓸쓸히 숨을 거둔다. 인생무상을 느낀 보옥은 과거장에서 그대로 실종된다. 후일 아버지 가정과 비릉의 나루터에서 만나지만, 보옥은 목례만 보내고 승려와 도사 사이에 끼여 눈길 속으로 사라진다. 언뜻 보면 단순한 러브스토리나 가문변천사로 비춰지는 이 이야기에 중국인들은 왜 이처럼 열광하고 집착하는 것일까?

《홍루몽》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붉은 누각의 꿈’이다. 그 화려한 붉은 누각에는 부잣집의 귀한 딸들이 살고 있으며 여인들의 천국이자 청춘이 피어나는 아늑한 정원이다. 하지만 인생의 봄날은 결코 길지 않다. 따스한 봄이 저만치 가버리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꽃잎도 문득 우수수 떨어지듯 청춘은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붉은 누각에서 꾸는 꿈은 짧고도 아름다운 청춘의 꿈이요, 봄날의 꿈이다.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홍루몽》은 바로 꿈이라는 은유를 통해 인생의 허무함을 절절한 심정으로 노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왕궈웨이(王國維)와 같은 대학자는《홍루몽》을 ‘욕망의 비극’ 혹은 ‘인생의 비극’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비극적 죽음, 가문의 몰락 등 인생의 모든 꿈들이 그렇게 사라지는 것에 대해 중국인들은 늘 애통해하고, 이를 통해 인생과 우주의 지극한 이치를 깨닫는다.

영웅호걸을 중심으로 한 이전 소설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면모
루쉰(魯迅)은 “《홍루몽》이 나타난 이후로 전통소설의 모든 사상과 작법이 타파되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 확실히《홍루몽》은 그 이전의 작품들, 즉 영웅호걸을 중심으로 한《삼국지연의》나《수호전》,《금병매》등과는 확연하게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남자주인공인 가보옥은 남존여비와 입신양명을 극도로 혐오하는, 남성중심 혹은 유교중심의 봉건사회에 반항하는 이단아라 할 수 있다. 또한 ‘금릉십이차’(金陵十二釵)라고 불리는 여주인공들도 학식과 교양을 갖춘 여인들로 서로 시를 지으며 우애를 돈독히 하고 내면의 깊은 감성을 교류한다. 이는 그 이전의 작품에서 여주인공들이 남성에게 종속적인 존재로 그려지거나 혹은 작품에서 부수적인 역할로만 묘사되었던 것과는 판연히 다른 점이다.《홍루몽》은 그야말로 세상의 약자인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나간 유토피아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에서의《홍루몽》의 위상
현재 우리나라 독서계에서《홍루몽》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지만《홍루몽》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일찍이 조선시대부터 시작되었다. 1800년대 초《홍루몽》이 조선에 전파되어 궁중의 비빈들이나 권문세가의 여성독자들 사이에서 널리 애독되었다.《홍루몽》의 우리말 번역본은 1884년경 역관 이종태(李鍾泰)를 비롯한 문사들이《홍루몽》120회를 완역한 것이 효시가 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세계 최초로《홍루몽》이 완역된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홍루몽》이《삼국지연의》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체계적인 역주 작업이 없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1918년과 1925년에 양건식(梁建植)이, 1930년 장지영(張志瑛)이 신문에 장기간《홍루몽》을 신문연재소설로 번역하여 게재하였지만 아쉽게도 완역하지는 못했다. 1950년대 이후로《홍루몽》번역서가 수차례 걸쳐 출판되기는 하였지만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일본어 번역본을 중역(重譯)하거나 축약하여 출판한 것이었다. 혹은 완역이라고 하였으나 부분적으로 상당부분 첨역하여 원전과는 다르게 출판된 것이 주를 이루고 있어《홍루몽》의 문학적 가치와 의미를 독자들에게 올바르게 보여주기엔 부적절한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대에 중국 조선족 번역가들이 작업한《홍루몽》번역본은 우리 독자들이 읽기에 생경한 느낌을 주는 조선족 사투리 혹은 북한말의 어투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독서의 즐거움이란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표현된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러한 현실적 제약은 참신하고 세련된 감각을 추구하는 한국의 젊은 독자층에게 쉽게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새롭게 간행된 나남의《홍루몽》
《홍루몽》은 본래 조설근의 원전으로 전80회가 남아 전해지고 있었으며 고악(高?)에 의해 후40회가 정리 보완되어 전체 120회를 이루게 되었는데 이러한 저술과정을 감안하여 역자들은 전80회와 후40회를 구분하여 따로 번역을 진행하였다. 특히 작가 조설근이 생전에 남긴 원전으로서 가장 많은 분량을 지닌《경진본》(庚辰本)을 근거로 한 새로운 교감본인 홍루몽연구소 신교감본(인민문학출판사)을 저본으로 사용하여 꼼꼼하게 원전과 대조하며 번역한 점은 그동안 원전의 판본계통을 별로 중시하지 않던 국내 학계의 일부 관행을 깨고 새로운 학술 전범을 수립한 점은 특히 주목된다고 하겠다. 중국홍루몽학회 명예회장인 펑치융(馮其庸)선생은 손수 쓴 서문에서 이 책의 진가를 더욱 극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서 역자들은 중국문학 전공자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여 원문을 충실히 반영하는 완역을 시도하면서도 한국 독자들의 정서에 맞는 어휘와 표현을 구사하였다. 특히 까다로운 시사(詩詞)의 번역이나 각 장(章)의 소제목 번역은 마치 시조처럼 운문의 리듬을 잘 살려 번역함으로써 원문의 어감을 최대한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이 밖에도 각 회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원전에는 없는 새로운 제목을 따로 달아 독자들의 작품 감상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매 20회를 기준으로 나눈 각 권마다 별도의 제목을 두어 그것만으로도 대하장편소설로서《홍루몽》의 줄거리 변천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였다. 필요한 경우 적절하게 주석을 첨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으며, 시사의 경우 한문을 함께 병기하여 원전의 형태를 보존시킴으로써 독자들이 보다 원전의 분위기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이는 꼼꼼한 원전 대역을 통해 번역의 시가만으로도 시적 감흥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 번역자들의 노력과 역량을 엿보이게 한다.

생동하는 화보가 수록된 독서의 길잡이가 될 해설서
이번 완역본에는 각권마다 청대 화가가 그린 전통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원색화보를 책 앞머리에 실었고, 각회가 시작될 때마다 흑백 인물화를 적재적소에 넣어 작품감상에 도움을 주도록 배려하였다. 독자들이 중국의 전통문화를 보다 현실감있게 느끼기 위해서는 당시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림을 통한 이해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할 것이다.
이와 함께《홍루몽》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붉은 누각의 꿈》(최용철ㆍ고민희ㆍ김지선 저)이라는 별도의 해설서를 함께 출판하였다.《홍루몽》은 소설작품이지만 마치 거대한 시 한 편과도 같아서 곳곳에 상징적이면서 함축적인 표현들이 숨어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그 풍부한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데 이 책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로 기획되었다.《홍루몽》의 철학적 주제, 문학적 의미, 예술적 가치 등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였고, 작품 속에 묘사된 중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다양한 그림자료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어 이를 통해 독자들이《홍루몽》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2009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산동성 펑라이(蓬萊)에서 열리는 2009국제홍루몽학술대회에서는 이 책의 번역자인 최용철 교수와 고민희 교수가 직접 참가하여 중국홍루몽학회에 신역《홍루몽》의 기증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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