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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비가 온다 / 후드득 떨어지는 / 빗방울마저도 견디지 못하는 / 생잎 하나 떨어진다 / 길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 싸리비를 든 / 청소부도 쓸어내지 못한다 // 떼어버릴 수 없는, 그러나 / 언젠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 키만 머쓱하게 자란, / 나무야! 나무야! / 나는, 집으로 가기가 싫단다 (본문 中에서 '집으로 가는 길-아들에게')
1
갈대日家
목탁 소리
그믐달
봄이 오기까지
악착같이 파래지는
붉은 능선
안개 속에서
눈꽃
장마
지탱하는 꽃잎
더는 어쩌지 못하는
오후 두 시
그 회화나무의 혹
눈?T
모래 마을
그늘이 등나무를 키웁니다
마른 냇가에서
한 목소리
선물
쌍곡계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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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 시인의 첫번째 시집이 세계사에서 출간되었다. 1997년 늦깎이로 등단한 이후 6년 만에 처음 펴내는 시집이니만큼 이 시집에 쏟은 시인의 정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3부로 나누어진 시집『집으로 가는 길 』에 수록되어 있는 시편들은 자연과 어머니라는 두 개의 동심원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두 개의 동심원을 일으킨 파문의 중심에는 고향이 있다. 고향을 중심으로
자연과 어머니라는 두 개의 동심원이 시세계의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에 펼쳐져 있는 자연과 고향의 풍경은 실재하는 것보다도 아름답고 소중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것은 시인이 그 풍경을 유년시절에 존재했던 마음 속 추억의 풍경으로 변화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 몸을 성장시켜 준 터전이었다는 점에서 고향은 단지 시골이라는 지리상의 좌표가 아니라 마음의 좌표가 되어 추억의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유년시절의 순수하면서도 비의로운 그 <눈빛>으로 시인이 이 시집의 작품 전체에서 유난히 주목하는 자연의 대상은 <냇물>이다. 성인이 되어 찾아간 고향의 냇가에서 잠자리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유년시절의 추억에 비유함으로써 더욱 생생한 실감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종국의 시세계가 마음의 좌표를 온통 유년시절이라는 과거의 풍경 속에 열어놓고 그것에 대한 그리움을 그려내는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시집의 어떤 시편들은 지금 이곳에 놓여 있는 삶의 풍경을 응시하고 껴안으려는 시인의 자세를 드러내기도 한다.
박종국의 시집은 유년시절을 대표하는 추억의 <냇가>를 서성이는 마음과 쇠락해 가는 삶의 현실을 견뎌내려는 마음을 그려 보인다. 과거를 돌아보는 마음에는 유년시절의 자연과 어머니가 고향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것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아름답지만 차지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만 남아 있다. 추억의 이름으로 미화되는 모든 마음의 풍경들은 삶의 진실을 담아내기 어렵다. 삶의 진실은 대립적인 것과
이질적인 것들이 혼융되거나 들끓는 마음의 풍경을 보여준다. 고통과 기쁨이 함께 버무려지는 자연의 풍경을 마음의 풍경으로 옮겨놓았을 때 비로소 시는 진실의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박종국의 시세계는 한동안 이러한
진실의 사례들을 어떻게 절실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빚어낼 것인가를 탐구해야 하는 과제 또한 안고 있는 셈이다.
▷박종국 시집을 읽고
박종국의 시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짙은 육친애이다. '배'나 '집으로 가는 길'에서처럼 어머니나 아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짧은 단시로 나타나지만 그 시적 강도는 남다르게 예리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육친애가 결국은 자기 자신에 대한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집약된다는 점이다. 박종국의 시들은 소재나 형식의 새로움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의 시가 서정시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모태로 쓰여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랑의 강도로 인해 짧고 간결한 이미지들이 고도의 긴장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제 그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연륜을 지닌 그가 뽑아낸 순도 높은
서정시들은 신산한 인생의 깊은 맛을 진솔하게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자기 세계를 드러내 준다.
최동호(시인/고려대 국문과 교수)
박종국의 첫번째 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시편들은 자연과 어머니라는 두 개의 동심원이 그려내는 파문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두 동심원을 일으킨 파문의 중심은 고향이다. 고향을 중심으로 자연과 어머니라는 두
개의 동심원이 시세계의 문양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세계의 문양은 우리 시의 전통에서 서정의 본령을 구축하고 있다. 아마도 시인의 만만치 않은 삶의 연륜이 이러한 시세계의 문양에 자연스런 애정과 실감을
부려넣은 듯하다.
이경호(문학평론가)
시인
박종국
1948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났으며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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