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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의 서재김석희, 내가 만난 99편의 책 이야기(15)

번역가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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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석희 지음
출판사
한길사 | 2008.05.30
형태
판형 A5 | 페이지 수 619 | ISBN
ISBN 10-8935658812
ISBN 13-9788935658817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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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번역가인 저자가 20여 년간 작품들을 번역하며 작업을 정리하는 의미의 역작 후기를 모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책을 번역할 때마다 썼던 역자 후기 99편을 '사상의 모험', '인간의 초상', '역사와 문명', '사랑과 예술', '환상과 몽상', '쥘 베른 컬렉션', '인간과 동물', '종교와 그 너머', '일본 속의 한국인'의 9 부분으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책을 만들고 쓰는 저자와 출판사와 독자들 사이에서 그 이해와 소통의 다리로 살아온 20여년의 세월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번역가 김석희의 20년 번역 인생을 돌아보는 서지(書誌)

영어·일어·불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 중인 번역가 김석희가 20년 번역 생활을 갈무리하는 책을 펴냈다. 1979년 친구의 강청에 못 이겨 『아돌프』를 번역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번역의 세계에 뛰어든 해는 1987년, 그 후로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번역한 책이 150여 작품, 권수로 헤아려 200권이 넘는다.

『번역가의 서재』에는 최초 번역작인 『아돌프』에서부터 번역가로서 절정을 이뤘던 시기에 번역한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쥘 베른의 『황제의 밀사』에 이르기까지 엄선한 99편의 역자 후기가 실려 있다. ‘사상의 모험’ ‘인간의 초상’ ‘역사와 문명’ ‘사랑과 예술’ ‘환상과 몽상’ ‘쥘 베른 컬렉션’ ‘인간과 동물’ ‘종교와 그 너머’ ‘일본 속의 한국인’이라는 주제로 크게 9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대상이 된 책들은 영미권 소설이 주종을 이루며, 역사·인문서, 재일 한국인 문학, 기타 에세이 등으로 대별된다. 쥘 베른 컬렉션이 하나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그는 번역가이면서 동시에 충실하고 친절한 서평가이기도 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을 번역할 때마다 역자 후기를 쓰는 일에 정성을 쏟아왔다. 이 책을 펴내면서 원래 발표할 때와는 달라진 저자의 사정 때문에 고치거나 덧붙인 부분도 있고, 역자 후기 대신 다른 글을 실은 경우도 있다. 번역 인생 10년을 정리하며 출간했던 역자 후기 모음집,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60』(1997, 한길사)에 실렸던 글들도 얼마간 재수록했다. 『번역가의 서재』를 20년 번역 작업의 서지(書誌)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99편의 글들은 해당 책을 이해하기 위한 충실한 안내서로도 손색이 없다. 원제목, 수상이력 등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문체의 특성, 타 작품과의 연관성까지 파고들어간다. 원서를 처음 대했을 때의 인상이나 책이 번역되기까지의 여러 곡절들을 소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자에 대한 소개, 책이 출간될 당시의 역사적 배경, 학술적·문학적 의미망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무게와 매력에 압도당한 책 앞에서는 독자의 위치로 돌아와 함께 감탄하고, 역사적 현실에 부대꼈던 재일동포들의 책을 다루며 저자의 고통스러운 시선에 공감하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여타 언론과 서평지의 평을 소개해 보다 객관적 판단을 돕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읽고 싶은 책 목록이 더욱 풍성해지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다.

장미밭에서 춤추는 번역가: 고통 속에 꽃피는 아름다운 결실

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책을 옮긴 번역가의 소회를 들어보는 것도 큰 수확이지만 이 책의 장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역자 후기 한편 한편이 그 자체로 글읽기의 즐거움을 준다. 정보와 사실들 사이에 인간과 사랑, 사회와 역사에 대한 성찰이 문학적인 필치로 놓여 있다.

그가 옮긴 글들에는 번역투의 문장이 거의 없다. “번역은 기본적으로 글쓰기”라는 그의 번역관을 떠올릴 때 이는 당연한 일이다. 문장을 허겁지겁 따라가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문을 해체해 한국어로 다시 쌓는 과정이 그가 생각하는 번역이다. 한국어 능력이 뒷받침이 되었기에 그의 번역문들은 읽는 맛이 좋고 나아가 문자의 향기까지 풍길 수 있었다. 소설 창작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김석희는 번역가이자 소설가이다.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번역을 밥벌이로 삼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니 비슷한 시기에 소설과 번역을 양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다.

문학을 꿈꾸며 어렵사리 등단한 그에게 소설가라는 신분도 소중했고, 생활의 방편이자 애써 익힌 외국어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번역 또한 중요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창작의 어려움 때문에 소설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용기와 명분을 준 것이 『로마인 이야기』와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이 책들을 번역하면서 한편으로는 글쓰기의 욕망과 창작의 갈증을 대리만족의 형태로나마 달랠 수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만한 작품을 써낼 수 없다면 아예 글쓰기를 작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시시한 소설 쓰느라 끙끙대느니 좋은 책을 번역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게 훨씬 뜻있는 작업이자 수지맞는 사업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웬만한 두께의 책은 한 달 안에 번역을 끝낸다. 하루에 8시간을 자고, 8시간은 놀고, 8시간은 일하는 ‘8·8·8 원칙’을 고수하는 번역가. 살림집이자 작업 공간인 집을 ‘번역공장’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번역은 “등산처럼 한 발짝 한 발짝 빠짐없이 옮겨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번역은 ‘장미밭에서 춤추기’라는 그의 오랜 명제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고통 속의 쾌락, 거기에 번역의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역자 후기 모음집인 이 책은 그러므로, 지난한 고통 속에 꽃핀 아름다운 결실이다.

번역가의 서재에서 나누는 행복한 대화

‘번역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층위를 달리한 채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고 있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슐레겔의 저 유명한 말을 필두로, 번역 현장에서 필요한 지침들을 담은 실용서를 비롯해 번역의 역사를 살피거나 개념을 정의하려는 책들도 눈에 띈다. 근래에는 『번역비평』이라는 잡지까지 나왔다. 번역을 보다 적극적인 개념으로 해석한 논의들도 있다. 번역을 통해 근대를 받아들인 일본의 경험을 바탕으로, 번역이 한 사회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 책들이 대표적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생긴 번역어들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한 개인의 세계관, 한 사회의 전체상을 들여다보는 프리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번역을 홀대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전공 분야의 고전을 번역해도 연구업적으로 대접을 안 해주는 학계의 풍토는 연구자들을 점점 번역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한국어 능력은 경시한 채 외국어 실력만으로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양질의 번역서 출간을 어렵게 하고 있다. 번역가 김석희에게 더욱 기대를 모으게 되는 이유이다.

그는 『번역가의 서재』 머리말에서 “앞으로 10년만 더 작업한 뒤에 세 번째 ‘역자 후기 모음집’을 펴내면서 은퇴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자신을 아끼고 성원해준 출판사와 독자들도 그때까지 건승하기를 기원했다. 행복한 번역가일 수 있었던 까닭을 좋은 저자, 좋은 출판사, 좋은 독자들을 만난 행운 덕분이라고 말하는 김석희. 제주도로의 귀향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에게 앞으로의 10년이 지난 20년보다 더 행복한 나날이기를 빌어본다. 독자들은 때때로 그 행복한 번역가를 방문해 서재에 꽂힌 책들을 탐독하고 담소 나눌 수 있다면 좋으리라.

저자소개

저자 김석희

저서 (총 204권)
김석희 1952년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국문학과를 중퇴했으며,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가로 등단했다. 한때 창작과 번역을 병행했으나 소설집 『이상의 날개』와 장편소설 『섬에는 옹달샘』을 발표한 뒤에는 번역에만 종사하여,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 걸작선’(20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등 많은 책을 번역했다. 역자 후기 모음집 『번역가의 서재』와 귀향살이 이야기를 엮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펴냈으며, 제1회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했다.
저자 김석희의 다른 책 더보기
하루나기 하루나기 열림원 2015.12.15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웅진지식하우스 2012.03.27
번역가의 서재 번역가의 서재 한길사 2008.05.30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 한길사(도) 1997.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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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리뷰(총 6건)

리뷰쓰기
번역가의 서재
처음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시오노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번역한 사람이 김석희라는 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책을 번역하였다는 것을 알게..
소리42님 | 반디앤루니스 | 2016.06.28
르네상스의 요체가 지금 시대에 하나의 실마리를..
자아라는 의식이 생길수록 좋고 싫고가 분명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늘 똑같은 커피나 색깔, 심지어 책마저도 자신이 좋아하는 책 종류만 읽고 그것과 ..
보라빛 소님 | 인터파크도서 | 2012.06.04
유명한 번역가 김석희씨는 서평을 어떻게 쓸까?
 이 책은 김석희씨의 후기모음집이다. 부제는 '김석희, 내가 만난 99편의 책 이야기'. 최근 번역가 되는 법 그리고 번역가로 먹고사는 법..
YES24 | 2012.05.08
번역가의 서재에 꽂힌 책들
  이 책은, 번역가 김석희 님이 즐겨 보는 책들을 소개한 책이 아니라 그분이 직접   번역하신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20여년 동안 번..
초연한뜬구름님 | 인터파크도서 | 2011.05.23
번역가로서의 꿈을 키우다
이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번역가 '김석희'씨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지난해 읽은 힐러리 클린턴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과 익..
YES24 | 2009.05.31
좋은 책을 만드는 사람의 향기
번역가 김석희가 번역한 책의 후기 99편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김석희씨는 로마인 이야..
9| 강윤흠님 | 2008.07.18

미디어 서평 (총4건)

[조정진 기자의 책갈피] '공부의 즐거움'과 '번역..
>&lsquo늦깎이&rsquo라는 단어가 있다. 원래는 늦은 나이에 머리를 깎은 사람, 즉 나이가 많이 들어서 중이 된 사람을 뜻한다. 그러나 요즘..
세계일보 | 2008.06.28
‘번역인생 20년’ 두번째 들려주는 뒷이야기
[한겨레] 〈번역가의 서재-김석희, 내가 만난 99편의 책 이야기〉 김석희 지음/한길사·1만8000원 “번역을 밥벌이 삼아 살아온 지도 어언..
한겨레 | 2008.06.27
‘번역가의 서재’펴낸 김석희 “번역은 고통속 ..
번역가 김석희(56)씨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1987년 번역의 세계에 뛰어든 후 영어 일어 불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
국민일보 | 2008.06.26
<인터뷰> 역자후기 묶어낸 번역가 김석희씨
(서울=연합뉴스) '로마인 이야기',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프랑스 중위의 여자' 등을 번역한 번역가 김석희(56)씨가 최근 20여년의 번..
연합뉴스 | 2008.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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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나에게, 이젠 번역에 도가 트였겠다고 우스개를 던지기도 합니다.하기야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 동안 한 우물을 팠으면 나름대로 일가를 이루어, 일필휘지하듯 작업을 단숨에 해치울 수도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일감을 앞에 두면 언제나 막막한 기분에 휩싸이곤 합니다. 책을 새로 만나고 페이지를 새로 열 때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그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그 미지의 곳에 들어서야 합니다. 그때만큼 긴장될 때도 없지만, 그때만큼 가슴이 설레는 때도 없습니다. 긴장과 설렘의 교차, 여기에 번역의 매력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매력에 사로잡혀 지금까지 번역을 계속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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