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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황선미 작가의 판타지 동화로, 작품 속 배경인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샘마을 몽당깨비」이후 7년 만에 내는 판타지 작품입니다.
어릴 때부터 천식을 앓아온 나온이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날, 나온이는 아빠의 심부름으로, 어릴 적에 살았던 낡은 넝쿨 집으로 가게 됩니다. 거기서 라온이라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나온이는 자신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라온이에게 점점 끌립니다. 게다가 넝쿨 집의 수풀이 우거진 뜰이 좋아 엄마 몰래 넝쿨 집에 오기 시작하는데...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커집니다. 주인공 나온이는 신비스런 넝쿨 집 공간에서 나온이의 지병과 가족에 얽힌, 숨겨진 과거를 조금씩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라온의
할머니라는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죽음의 문제를 우리 전통과 더불어 풀어간 점이 돋보입니다.
머리말 - 사전에 나온 아이들
1 넝쿨 집 소문
2 날씨가 나쁜 탓
3 엄마가 모르는 심부름
4 잡초투성이 집
5 엄마 아빠 틈으로 달아나기
6 없어진 '나의 왼손'
7 누가 침입자야?
8 내 머리가 이상해지나 봐
9 슬프게 하는 비밀들
10 나, 넝쿨 집에 가요
11 향기를 모으는 아이
12 비 오는날의 기습
13 나머지 아이들
14 다락방이 숨어 있다!
15 라온과 할머니
16 라온이 보낸표시
17 나는 넝쿨 집에 살고 있을 거야
18 무너진 뜰, 차가운 그림자
19 나의 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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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화작가 중 한 사람인 황선미의 신작이 나왔다.『샘마을 몽당깨비』(창비아동문고 177) 이후 7년 만에 나온 신작 판타지 동화다. '판타지 동화'라고 하면 먼저 외국 동화들을 떠올리게
되는 우리 현실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 현실에 깊이 닿아 있는 주제 의식과 아이들 마음속을 파고드는 섬세한 심리 묘사,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전해 온 그녀의 특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이번 작품에도 여실히 살아있다.
"아빠는 말이다.... 네가 이 집에 와 봤으면 했다."
어릴 적부터 천식으로 고생한 나온이는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부담스럽기만 한 오학년 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운동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여자다워야 한다며 바지도 못 입게 한다. "식구들을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고집쟁이" 엄마로 인해 나온이와 엄마 사이에는 자꾸 거리가 생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개발지역으로 정해져서 여름이 되기 전에 이사를 가야 하는 나온이네는 근처 다른 아파트를 구할 큰돈이 없어 걱정이다. 하지만 교외에 엄마가 어릴 적에 살았고 나온이도 태어난 낡은
넝쿨 집이 있다. 그런데 엄마는 그 집을 팔고 싶어하는 반면, 아빠는 그 집이 있는 동네로 학교까지 옮기고 엄마 몰래 일 년여 동안 그 집 수리를 하는 등 넝쿨 집에 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아빠의 심부름으로 넝쿨 집에 가게 된 나온이. 그 집에는 "우거진 수풀 뒤에 멋진 풍경이 있는" 뜰이 있었다. 건강하게 자란 담쟁이넝쿨과 잎이 우거진 나무들, 이곳저곳에 자라 있는 갖가지 꽃들 속에서
나온이는 "기막히게 좋은 향기"를 맡는다. 그 향기는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안개 속에 스쳐가며" 나온이의 가쁜 숨을 진정시켜 준다. 그리고 그곳에서 낯선 남자 아이를 만난다. 나온이는 넝쿨 집이 낯설지가
않고 수풀이 우거진 뜰이 좋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자꾸 궁금해진다. 하지만 엄마는 나온이가 넝쿨 집에 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한다. 이런 이유로 나온이는 엄마 몰래 넝쿨 집에 다니기 시작한다.
"넌 나와 등을 댄 아이야."
나온이가 넝쿨 집에서 만난 남자 아이, 라온이는 진작부터 나온이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허물없이 대한다. 나온이는 이 아이를 처음 보는데 말이다. 그리고 라온이는 넝쿨 집을 제 집인 양 드나들며 뜰을
멋지게 가꾸어 놓았다. 게다가 뜰을 "여긴 내 방이야."라고 소개하며 나온이를 자기 방에 초대했다고 말한다. 잠긴 대문을 어떻게 열었는지, 왜 자기가 혼자 올 때만 라온이가 넝쿨 집에 있는지 나온이는 이 아이에
대해 궁금한 게 많지만, 라온이가 키우는 꽃들 구경을 하고 라온이가 건네준 초롱꽃 향기를 맡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논다. 게다가 라온이는 풀에 손이 벤 나온이의 상처를 흉터 없이 낫게 해주는 향기로운
약물도 가졌다. "나랑 꼭 맞는 친구를 하나만 보내 달라고" 날마다 빌었다는 라온이. "나랑 꼭 맞는 애가 왜 너인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이젠 알아. 넌 나와 등을 댄 아이야."라는 이상한 말을 건네는 라온이.
나온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라온이. 대체 라온이는 어떤 아이일까? 왜 나온이는 이 낯선 아이에게 자꾸만 끌리는 것일까.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완벽한 공존
이 작품의 매력 중 하나는 배경이 되는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람에 날리는 커튼처럼 흰 무리가 뿌옇게 일렁이는" 신비스런 넝쿨 집은 현실의 시간이 지배하지
않는 공간이다. 나온이가 드나들 때마다 현실의 시간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실제로는 여름인데 넝쿨 집 뜰은 "찬물을 들이킬 때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공기"를 내뿜으며 "가을 들판처럼 알록달록 물이 든 잎들을"
선보인다. 또한 실제로는 거뭇거뭇한 벽돌집과 자그마한 뜰이 있는 공간이지만, 나온이가 갈 때마다 "꼭 너른 들판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며 일반적인 공간감을 확장시킨다. 완벽하게 잘 처리된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공존은 리얼리티가 요구되는 판타지 동화의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는 우리 아동문학의 한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우리식 판타지로 국내 판타지 동화의 수준을 높이다
『나온의 숨어 있는 방』은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커진다. 신비스런 넝쿨 집 공간에서 나온이 가 자신의 병과 가족에 얽힌, 숨겨진 과거를 헤쳐 나가는 암시가 조금씩 보이며 그 실마리가 풀려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라온이 넝쿨 집 뜰에서 하는 일, '나머지 아이들'의 존재, 이 아이들을 치료하는 라온의 할머니가 등장하면서 궁금증은 더해진다. 또한 죽음의 문제를 우리 전통과 더불어 풀어간 점은 외국 판타지
동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 우리식 판타지를 개척한 좋은 시도다. 그래서 국내 아동문학에서 판타지 동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줄 작품이라고 본다.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여러 가지 요소들
이 외에도 이 작품에는 이야기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는 여러 요소가 있다. 나온이가 반복해서 꾸는 꿈, 넝쿨 집의 라온이를 통해서 다시 듣게 되는 꿈속 말들, 나온이가 왼손으로만 적는 비밀 일기장 '나의
왼손', '나의 왼손'에서 깨끗이 사라져버린 꿈 내용과 초롱꽃, 라온이 곁을 떠나지 않는 점박이 토끼 오른눈이, 넝쿨 집 다락방에서 나온이가 발견한 아기 장난감들, 오랜 기침을 다스리는 약을 주는 베어진 모과나무,
엄마의 꿈에까지 나타난 나온이와 라온이 등의 갖가지 장치들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미스테리한 이야기의 흐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강우는 모여 살 가족을 그리워하고, 우리는 모여 살 집을 그리워한다."
병약한 나온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이웃집 아이 강우네 집은 모든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부서진 조각을 겨우 붙잡고 있는" 할머니와 강우는 둘이 산다. 엄마와 아빠, 온 가족이 같이 살았던
옛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기 위해 강우는 가출을 하기도 한다. 서로 늘 삐걱대기만 해서 강우를 변덕쟁이에다 이상한 애라고 생각해온 나온이는 깨닫게 된다. 나온이네가 화목하게 모여 살 집을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하게
강우는 같이 살 가족이 그리운 거라고. 그 가족이 옆에 없기 때문에 자꾸 삐딱해지는 거라고. 이 작품은 나온이와 라온이의 이야기, 나온이와 강우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도 되새기게 해준다.
신비로우면서도 밀도 높은 그림
이 작품의 그림을 맡은 김윤주는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오래된 아파트 주변의 낡은 풍경과 갈등을 겪는 가족들의 모습은 색을 많이 쓰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건조하게 표현했고, 갖가지
계절과 아름다운 풍경을 숨기고 있는 판타지 공간은 다채로운 색으로 멋지게 표현했다. 그래서 현실 공간과 판타지 공간의 대비가 잘 드러난 신비롭고 밀도 높은 그림이 눈길을 많이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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