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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시집(32)

저자
박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7.06.30
형태
판형 규격外 | 페이지 수 143 | ISBN
ISBN 10-8954619576
ISBN 13-9788954619578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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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준 시인이 전하는 떨림의 간곡함!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문학동네시인선」 제32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2017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한 저자의 이번 시집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서정(Lyric)’을 담은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지난 4년간 탐구해온 저자는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짙은 사유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인천 발달’,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등의 시편들과 함께 저자의 시집을 열렬히 동반하며 그가 시를 쓰던 몇몇 순간을 호명한 허수경 시인의 발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소개

저자 박준

저서 (총 7권)
박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문학을 잘 배우면 다른 이에게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대학과 대학원에서 알았다.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를 펴냈다. 제31회 신동엽문학상 수상.
저자 박준의 다른 책 더보기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2017.11.13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08.07
시인 박준 세트 시인 박준 세트 문학동네 2017.07.01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07.01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인천 반달
미신
당신의 연음(延音)
동지(冬至)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동백이라는 아름다운 재료
꾀병
용산 가는 길 청파동 1
2:8청파동 2
관음(觀音) 청파동 3
언덕이 언덕을 모르고 있을 때

나의 사인(死因)은 너와 같았으면 한다
태백중앙병원

2부 옷보다 못이 많았다
지금은 우리가
미인처럼 잠드는 봄날
유월의 독서
호우주의보
기억하는 일
야간자율학습
환절기
낙(落)
오래된 유원지
파주
발톱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학(鶴)
옷보다 못이 많았다
여름에 부르는 이름
이곳의 회화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별들의 이주(移住)화포천
광장

3부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
모래내 그림자극
마음 한철
별의 평야
청룡열차
천마총 놀이터
가을이 겨울에게 여름이 봄에게
낙서
저녁금강
문병남한강
꽃의 계단
눈을 감고
날지 못하는 새는 있어도 울지 못하는 새는 없다
꼬마

눈썹1987년

4부 눈이 가장 먼저 붓는다
연화석재
2박 3일
잠들지 않는 숲
입속에서 넘어지는 하루
희망소비자가격
미인의 발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누비 골방
가족의 휴일
유성고시원 화재기
오늘의 식단영(暎)에게
동생
당신이라는 세상
세상 끝 등대 1
세상 끝 등대 2
발문│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허수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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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자리뷰(총 4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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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시리다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전체적으로 좀 많이 슬프고 가라앉는 느낌이다 생소한 단어들도 있지만, 그래도 참 아리다는 느낌이 많다 그래서 또 더 깊이 새겨진다..
서나서나님 | 인터파크도서 | 2017.05.17
이렇게나 멀리 온 일
시는 확실히 다른 차원의 언어란 생각이 든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은 먹는 동안 나는 비논리와 비논리의 결합이 진리를 만들어내고 그 진리가 자아내는 운..
wiredhusky님 | 반디앤루니스 | 2017.03.26
당신의이름을지어다가며칠은먹었다
SNS에선지 어디서인지 박준님의 이름도 들어봤었고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시를 들어봤었다. 조금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볼 법..
20C소녀님 | 인터파크도서 | 2017.02.04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는 시를 왜 읽나? 소설처럼 가공의 세계에서 흥미를 일으키는 자극적인 맛도 부족하고, 철학 서적이나 사회과학 책처럼 실용적 지식을 제공하는 면..
빈류님 | 인터파크도서 | 2017.01.07
16.10.20. 모든것이 진정인듯 - 당신의 이름을 지..
  풋내 없는 체득한 듯 느껴지는 어둔 길을 진정 걸어 본 듯 그 모든 것이 진정인 듯한 시를 만났다.   시집을 들기만 했는데..
우노님 | 인터파크도서 | 2016.12.27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문학동..
시집 읽어본 지가 얼마 만이지.오랜만이구나.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읽다 보면 그분이 정말 83년생이 맞을까라는 의문..
독서in님 | 반디앤루니스 | 2016.12.01

미디어 서평 (총3건)

만해문학상 조갑상, 신동엽문학상 박준·조해진
만해문학상 조갑상, 신동엽문학상 박준·조해진
왼쪽부터 소설가 조갑상, 조해진, 시인 박준.도서출판 창비가 주관하는 제28회 만해문학상 수상자로 중견 소설가 조갑상(63)씨가 선정됐다...
세계일보 | 2013.07.30
[도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도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시집|문학동네|144쪽|8000원'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라는 제목에 발이 걸려 ..
조선일보 | 2013.01.07
가난·누이… 아린 삶 섬세하게 노래
가난·누이… 아린 삶 섬세하게 노래
등단하고 일 년여 쯤이던 2009년 처음 만난 박준(30)씨는 대개 시인들이 그렇듯 시보다 잡문이나 남의 글(대필)을 더 많이 쓴다고 했다. 그..
한국일보 | 201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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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과 마리몬드가 만나 아름다움과 의미를 담은 리커버 한정판을 준비했다. 그간 온라인 서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여타 리커버 한정판과 달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또한 시집으로서는 첫 리커버 한정판이다. 꾸준히 사랑받은, 결이 고운 시집 세 종을 골랐다.

문학동네시인선과 협업한 마리몬드는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을 통해 존귀함을 이야기하는 기업이다. 매 시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고유의 꽃을 부여하는 휴먼브랜딩 프로젝트 ‘꽃할머니’를 진행하고 있다. 할머니의 삶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꽃을 정한 뒤 패턴화하여 제품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이다. 2017년 봄여름 시즌은 전 세계 분쟁지역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나비기금'을 조성한 김복동 할머니와 목련을 선정했다.

세 종의 리커버 한정판은 그 목련 패턴 가운데 세 가지를 골라 디자인했다. 삶의 마디마디를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시인들의 섬세한 언어와, ‘고귀함’이라는 꽃말을 가진 목련의 만남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동, 오래 남는 여운을 선사하리라 기대한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불편한 세계를 받아들이는 어떤 윤리와 애도의 방식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

1.
박준 시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서사성’을 들 수 있다. 일련의 서사 위에 최근 젊은 시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위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대신 낯설지 않은 서정으로 무장해 오히려 참신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것은 특정한 사건사고의 묘사로 읽히는 시가 빈번하다는 점인데, 그것이 시적 화자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을 기록해두는 데 의의를 두는 듯해 더욱 눈에 띈다.

반디미용실에서 처음 낙타를 보았습니다 미용실 누나는 쌍봉낙타 봉 같은 가슴 사이에 제 머리를 묻고 비뚤어짐을 가늠했고 저는 실눈만 떴다 감았다 했습니다 (……) 누나는 동네 아저씨들 술자리의 기본 안주가 되기도 하고 아주머니들의 커피 잔에서 설탕과 함께 휘저어졌습니다 (……) 낙타가 떠난 날은 감나무집 형이 소주를 댓병으로 마신 날이었습니다 형 가슴보다 까맣게 그을린 반디미용실 건물, 석유 말 통과 담뱃불이 반딧불이처럼 날아들어왔다는 미용실 주인은 양귀비 염색약처럼 까맣게 울었습니다 (……) 낙타가 사하라로 갔는지 고비로 혹은 시리아 사막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마음을 걷던 발자국은 아직도 남아 저는 요즘도 간혹 그 발자국에 새로 만나는 미인들의 흰 발을 대어보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인의 발」 부분

총무는 채점을 하다 말고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매년 이차에서 떨어졌던 그도, 탈출해 나왔다면 내년쯤에는 아마 이등병이 되었을 겁니다 그나저나 왜 결핍의 누대(累代)에는 늘 붉은 줄이 그어졌는지 알고 계실까요?

3층에 사는 여자들이 이차를 마치고 돌아온 듯했습니다 공동 주방에서 부치는 달걀 냄새가 온 방실을 점유하고 있었죠 스탠드가 꺼지고 소방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습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 부분

‘반디미용실 화재, 여직원 1명 사망’으로 일간지 사건사고란에 간략히 보도되고 끝났을 일을 시인은 시로 남겼다. 덕분에 우리는 그녀를,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애도할 수 있다. 구청에서 직원이 나올 때마다 정신이 돌아와 바른말을 하는 치매 노인이 실은 사복을 입고 온 군인에게 속아 남편의 은신처를 알려주고 말았던, 그리하여 혼자가 되었던 사연을 기록으로 밝혀줌(「기억하는 일」)으로써 우리는 노인을, 노인의 바른말을 이해할 수 있다. 「유성고시원 화재기」를 읽으면 우리는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떠올려볼 수 있다. 화재가 누전인지 방화인지 끝내 알 수는 없지만 “그동안 울먹울먹했던 것들이 캄캄하게 울어버린 것이라 생각”된다는 진술자의 모호한 말이 어쩐지 명백한 진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역시 ‘유성고시원에서 화재가 일어나 얼마의 재산피해와 인명피해가 있었다’로 요약될 일이었다. 이렇듯 박준 시인은 ‘사건’을 ‘삶’으로 바꾼다. 대개 결핍된 사람들의 삶이다. “결핍의 누대(累代)”를 사는 사람들. 시인은 들리지 않고 볼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리고 보이게 기록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복원한다. 기억되도록 하는 일, 그저 그런 삶이라 치부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 그것은 박준 시인이 불편한 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자 그 안에서 쉬이 잊힌 숱한 삶들을 애도하는 형식일 것이다.

2.
불편한 세계를 사는 시적 화자는 자주 아프다. “나는 매일 병(病)을 얻었지만 이마가 더럽혀질 만큼 깊지는 않았다 신열도 오래되면 적막이 되었다”(「용산 가는 길」), “빛을 쐬면서 열흘에 이틀은 아프고 팔 일은 앓았다”(「2:8」), “눈을 감고 앓다보면/ 오래전 살다 온 추운 집이// 이불 속에 함께 들어와/ 떨고 있는 듯했습니다”(「눈을 감고」),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꾀병」) 등과 같이 시집에는 병의 기록이 무수하다. 어째서인가.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서로의 전부를 쥐여주던 때가 우리에게도 있었다”(「마음 한철」)는 지나간 사실, “가족이 앉은 돗자리 위로 청룡열차 선로가 만든 그늘이 옥(獄)의 창살처럼 내”렸던 유년의 기억,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고 “흙에 종이를 묻는 놀이”를 하며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時差)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온몸에 새겨왔기 때문이다. 요컨대 범박한 일상 속에서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눈썹」)니다가 문득 고독한 자아를 마주하고 세계에 눈을 뜨며 얻은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자신의 병을 ‘꾀병’이라 말하는 것은 자신보다 이 세계가 더 아프리라는 인식에서 시작될 터이다.

3.
아픈 ‘나’의 이마를 짚어주는 손이 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라고 웃으며 말하는 ‘미인’이다. ‘유서도 못 쓰고 아픈’ 내 곁에 누워 잠든 미인(「꾀병」), “김치를 자르던 가위를 씻어/ 귀를 뒤덮은 내 이야기들을 자르기 시작”하는 미인(「호우주의보」). 시집 곳곳 출몰하는 미인은 ‘나’와 세계를 연결하고, 죽음과 삶을 연결하는 매개자로서 활약한다. 때로는 그리움의 대상이자 연정의 대상이기도 한데, 그것이 이성(異性)으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의, 그리고 시 세계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인의 열망, 이상향으로서의 ‘미인’으로도 충분히 읽히며, 이는 끊임없이 앓고 있는 시적 화자를 지탱해주는 지향점으로 기능한다.

그는 이 세계가 자신의 위장 속에서 결국 소화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린다. 위장 안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세계도 언젠가는 불쑥 바깥으로 나온다. 아마도 더이상 이 세계를 위장 안에 담고 있지 못할 거라는 시달림. 그 시달림은 소화되지 못한 세계를 바깥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동력이다. 시달림은 “애인의 손바닥,/ 애정선 어딘가 걸쳐 있는/ 희끄무레한 잔금처럼 누워”(「미신」) 있는 상태의 떨림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 떨림의 간곡함이 언어로 환원되었다. 우리는 그 결과를 ‘박준의 첫 시집’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허수경 발문,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며 시인은 시를 쓰네」 부분

세계는 내내 불편한 것일 터이고, 개인의 고통 역시 사라질 수 없는 것, 그러나 그것들 모두 쉽게 잊진 않으리라는 박준 시인의 윤리의식은, 그 ‘떨림의 간곡함’은 진정성 있는 언어로 남아 독자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동을 남길 것이라 기대한다.

책속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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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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