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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 편역
■ 양장본 한정판
<여우 이야기>는 12~13세기의 프랑스, 총체적 무질서와 집단적 광기가 지배하던 그 시절에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꾼들이 남긴 책이다. 1170년경부터 1250년 사이에 약 20여 명의
문인이 제각기 쓴 이야기들을 그 상호 연관성에 따라 묶은 방대한 작품이다. 인간의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수성(獸性)을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옮긴이의 말
생선 도적질
이장그랭의 삭발례
르나르와 에르상
우물에 빠진 르나르
르나르와 띠베르
르나르와 띠에슬랭
띠베르와 두 신부
방랑 시인 르나르
의사 르나르
황제 르나르
작품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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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를 비롯한 무수한 짐승들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이야기, 그리하여 자칫 아이들을 위한 동화쯤으로 인식되기 쉬운 ≪여우 이야기≫는 평화로운 시절의 산물이 아니다. 하기야 특이하고 독창적인 작품이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월에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특히 ≪여우 이야기≫는 프랑스 사람들의 삶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비참했던 시절에 출현한 작품이다. 거듭되는 대기근(1144∼1146년, 1162년,
1224∼1226년), 프랑스와 잉글랜드 간의 끊임없는 분쟁, 십자군 전쟁, 프랑스 서남부 지역을 참혹한 도살장 혹은 폐허로 만들어버린 알비 성전(Albi 聖戰, 1209~1229년) 등의 와중에서, 백성들이
삶보다는 차라리 무덤 속 안식을 갈망할 지경이 되었던 시절이다. 게다가 사제들의 범죄적 책동과 협잡으로 야기된 총체적인 무질서와 광기가 지배하던 사회적 분위기를 틈타, 거대한 신전들(빠리의 노트르담 대사원,
샤르트르 대사원 등)이 파렴치하게 하늘로 치솟고, 도적들의 소굴을 연상시키는 수도원들이 창궐하여 방방곡곡의 토지를 강점하던 시절이다.
≪여우 이야기≫는 그 가엾은 시절에, 즉 1170년경부터 1250년 사이에 약 20여 명의 문인이 제각기 쓴 이야기들을 그 상호 연관성에 따라 XXVI편(가지, branche)으로 묶은 방대한 작품이다.
그러나 총 3만여 수(首)에 이르는 8음절 정형 운문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쓴 이들은 그 이름조차 전해지지 않는다. 작품의 내용을 보건대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북부지역 언어(langue
d'oïl)로 쓰여진 것으로 보아, 빠리 지역을 비롯한 삐까르디, 샹빠뉴, 노르망디, 아르뚜와 등지의 문인들(trouvères)이 지은 것으로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특히 훗날 ≪캔터베리 이야기≫나 ≪데카메론≫의
전형(典型)이 되었음 직한 패설(稗說, fabliaux)들이 대부분 그 지역 문인들의 작품이고, 그것들과 ≪여우 이야기≫ 사이에서 발견되는 짙은 친화력 등을 감안한다면, 그 문인들 중에는 떠돌이
이야기꾼들[jongleurs, 유랑 악사 혹은 옛 그리스의 랍소도스나 조선조의 전기수(傳奇叟)와 유사한 이들]뿐만 아니라, 문예를 아끼던 귀족들이나 사제들도 있었을 듯하다.
황제로부터 농사꾼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계층 사람들과 그들의 행태, 그리고 온갖 간계와 탐욕, 파렴치, 잔혹성, 음란성 등 인간의 깊숙한 곳에 도사리고 있는 수성(獸性)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리하여
어느 면에서는 거칠고 외설스러우며 포악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그 해학성에 있다. 또한 작품의 모든 일화들을 관류하고 있는 해학적인 시각이나 언사는, 뻬리에를 비롯한 15~16세기의 많은
이야기꾼들, 라블레, 샤를르 쏘렐, 몰리에르, 르싸쥬, 몽떼스끼유, 볼떼르 등으로 이어지는 프랑스 풍자문학의 원류가 되었다 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내 여러분에게 차라리 우스개 이야기를 들려드림이 나으리니,
제공께서 어떤 설교나 어느 성자의 전기에 귀를 기울일 분들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Or me convient tel chose dire
Dont je vos puisse fere rire.
Qar je sai bien, ce est la pure,
Que de sarmon n'avés vos cure
Ne de cors seint oïr la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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