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과 누드,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
아마도 여성만큼 예술 작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문학, 음악, 미술 등과 같은 예술 작품에서 여성은 창조의 근원이자 영감의 원천인 것이다. 베아트리체가 있었기에 단테의 <신곡>이 탄생할 수 있었고, 클라라가 있었기에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라는 작품 또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피카소만 해도 솔직히 그 사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실 그에게 올가 코클로바, 마리 테레즈, 프랑수아즈 질로, 자클린 로크 등의 여성이 없었다면, 과연 그가 현대미술의 총아가 될 수 있었을까.
사실 서양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화가들에게 있어 여성이라는 존재는 자연이라는 존재와 더불어 회화의 영원한 오브제였다. 그런 만큼 수많은 화가들이 여성의 얼굴과 몸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와 같은 노력은 그림의 양식이나 기법, 그리고 색채 표현의 발전을 가져왔고, 그에 따라 여성의 존재도 화가의 화폭에서 다양한 상상력의 모습으로 구현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신화 속의 여신이라든가, 성서 속의 성녀라든가, 문학 작품 속의 여인이라든가, 그렇지 않으면 마치 살아 있는 현실 속의 여인 등으로 말이다.
무수히 많은 화가들이 여성에 대한 그림(초상화이든 누드화이든)에 천착한 이유 중에는 모르긴 몰라도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다비드도 말하지 않았던가.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심지어 르누아르는 거기에 한술 더 떠 “만약에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여인의 누드라는 테마에 화가의 일생을 걸기까지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예술 작품에는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고 한 미술 사학자 루이스 스미스의 말은 아주 유효하다. 결국 모든 예술 작품 속에는 인간의 가장 원초척인 욕망, 곧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언제나 숨 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처럼 여성의 이중적 아름다움에 심취한 화가들의 열정이 낳은 작품 100점이 소개되어 있다. 대다수가 미술사의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인정받는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 담긴 여인들은 하나같이 여성 특유의 육체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면서도 조금도 야비한 데가 없고, 저속에 빠지는 법도 없으며, 높은 예술적 감각과 맑고 풍려한 색채로 순수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신의 작품이 모두에게 위안이 되기를 꿈꾸는 화가의 섬세한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또 그 시대를 아우르며 열정적 삶을 살았을 여인들에게 상상적인 색채감을 더한 화가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화가가 그토록 열망했던 색채의 완벽한 질서와 미적 감각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작품들 속에서 발산되는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아우라’를 절로 체감하게 될 것이다.
― 시대를 읽는 아이콘으로서 여성 초상화 작품
미술 작품(그림)은 인류의 탄생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자연히 미술 작품은 어떠한 형태로든 역사를 담고 있으며, 그 시대의 정신과 풍속을 반영하게 마련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미술 작품이 비록 여인에 대한 초상화일지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그 점은 조형예술과 회화사에서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이 저마다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살펴보기만 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에는 여성에게 관대했다. 하지만 금욕적인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성(性)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고, 이 시대에는 성경과 관련된 인물이 아닌 여성을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고대 문화를 재발견하고 육체에 대한 고전적 이상이 부활함에 따라 신화적 형상을 빌려 여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섹슈얼리티와 관능의 관련성에 대해 사람들은 새롭게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경향은 유럽 회화의 모든 중심 국가에 적용되면서 널리 퍼져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발전 과정들을 세세하게 성찰하고 있다. 이 책에 펼쳐 놓은, 각 시대를 대변하는 여성 초상화 작품이 내뿜는 시도와 모색을 통해 우리는 역사와 미술이라는 관계의 망을 다시 한 번 촘촘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다.
― 여성 초상화 작품의 예술사적 특징과 경향 알기 쉽게 정리
미술 작품은 한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곧 시대와 환경을 이해하는 척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부터 여성의 섹슈얼리티라는 주제는 여러 세기를 거쳐 이어지게 되었다.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를 거쳐 고전주의, 낭만주의까지 이어졌고, 비더마이어 시대와 인상주의가 주도한 회화의 변혁에 의해서도 계승되었다. 그리고 상징주의와 아르누보, 표현주의, 네오리얼리즘을 거쳐 1960년대부터 중요한 예술운동이 된 팝아트로 계속 발전했다. 당연히 여성의 초상화도 그와 비슷한 경로를 밟는다. 여기에서도 동일한 스타일의 초상화가 예술사의 발전 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처럼 고대 로마 시대의 벽화에서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고전주의, 인상주의, 아르누보,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팝아트 등 실험 정신과 동시대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 작품이 갖고 있는 예술사적인 특징과 경향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술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는 지침서로 활용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 여성 초상화 작품에 깃든 숨겨진 이야기나 다른 정보도 많이 소개
그림에도 보는 법이 있다. 그림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보는 만큼 알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도 한다. 그 작품에 대해서 얼마나 시대적 배경과 사전 지식을 알고 있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가치가 그만큼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각 작품에 대해서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 모델이 되었던 여인에 대한 정보, 모델과 화가와의 관계, 화가의 개인적 내력, 그리고 자신이 그린 작품이 사회에 끼친 파장 등을 자세하게 전해준다. 그럼으로써 그 작품에 보다 쉽게 다가가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거리감을 줄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동시에 알려주는 훌륭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 회화 변방국의 화가와 여성 초상화 작품도 함께 실어
흔히 미술 하면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유럽의 회화 중심 국가나 미국의 유명 화가와 미술 작품들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런 만큼 동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의 화가나 미술 작품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의 화가들과 미술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일본,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호주 등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술 작품들도 놓치지 않고 함께 소개하고 있기도 한다. 솔직히 미진한 점이 없진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세울 만한 미덕이다. 이른바 유럽의 회화 중심국과 미국 일변도로 치우치지 않고 나름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참고적으로 이 책의 구성은 그림들을 예술사의 기준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소장한 박물관이 있는 나라별로 분류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아마도 이 책이 여행객들이나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진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곳, 즉 이 시대 최고의 미술관에서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성의 초상화를 관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편집자의 마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자매도서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100>을 함께 비교해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추천의 글 _김종근(미술평론가)
여인의 초상,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
“모든 예술작품에는 에로틱함과 신성함이 뒤엉켜 있다.”
미술사학자 루이스 스미스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예술작품 속에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이 숨 쉬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고 말한 아돌프 루스의 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에게 아름다운 여인들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바로 ‘에로틱함과 신성함’ 그 자체가 아닐까? 서양 미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화가들에게 여인은 자연과 더불어 영감의 원천이었다.
앵그르의 스승 다비드는 “미술이란 자연을 가장 아름답게,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이며 미술 작품의 목적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화가들이 여인에 대한 그림(초상화이든 혹은 누드화이든)을 남긴 중요한 이유 중에는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르누아르는 여인의 육체가 지닌 특유의 매력에 현혹되어 누드라는 테마에 일생을 맡기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는 이렇게까지 말했던 것이다. “만약에 여인의 유방과 엉덩이가 없었다면, 나는 결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무수히 많은 화가들이 화필을 통해서 여인들이 발산하는 은밀한 관능과 성스러움의 기쁨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책에 소개된 ‘세계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인들’은, 그처럼 여인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예술가들의 열정이 낳은 걸작들만을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여인의 모습을 모델로 한 작품에는 하나같이 육체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면서도 조금도 야비한 데가 없고, 저속에 빠지는 법도 없으며, 높은 예술적 감각과 맑고 풍려한 색채로 순수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흔히 미술사가들은 여인과 화가와의 관계를 두고 거의 해결할 수 없는 사랑과 증오의 투쟁 관계로 정의하기도 한다. 왜 달리는 엘뤼아르의 부인에게 구혼했던 것일까? 왜 피카소는 마치 운명처럼 에로티시즘과 여자에 천착했던 것일까? 왜 고갱은 남태평양의 섬의 토착 여인에게 빠져 있었던 것일까? 왜 클림트는 일생의 연인이라던 에밀리에 플뢰게와 결혼하지 않았던 걸까? 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의 상세한 작품 해설에 담겨 있다.
그림에도 보는 법이 있다. 그림이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만, 또한 보는 만큼 알 수 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도 한다. 같은 화가의 그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뛰어난 걸작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림을 보는 법과 감상하는 법을 동시에 안내해주는 훌륭한 지침서이다. 이 책에 실린 그림에는 감상자들에게 언제나 진정제와 같은 위안이 되기를 꿈꾸는 화가의 섬세한 손길이 담겨 있다. 동시에 시대를 아우르며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여인들의 모습에 상상적인 색채감을 더한 화가의 내면이 펼쳐져 있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작품의 향연 속에서 ‘영혼을 넓혀주는 핑크빛 색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영광은 언제나 고난과 함께 온다. 이를테면 마네의 그림은 전시를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모딜리아니의 누드 그림은 세간에 물의를 일으켜 경찰에 의해 전시가 강제로 중단되었으며, 또 야니스 파울룩스의 그림은 정부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비판받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사연 많은 원작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나는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에 수록된 원작들과 다른 걸작들을 많이 보아 왔고, 익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그 원작들을 다시 접하게 되니 새삼스럽게 가슴 한켠이 설레면서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그림 속의 여인들을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세계의 유명한 미술관과 화가들도 일대일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이 그림들을 예술사의 기준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소장한 박물관이 있는 나라별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회화의 중심국들은 물론이고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처럼 유럽 회화의 변방국들까지 빠뜨리지 않고 있다. 나아가 미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심지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세계 곳곳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을 속속들이 비교할 수 있다.
이 책에는 모두 100점의 여성 초상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이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거나 혹은 화제가 되었던 작품들이다. 금세기 최고의 미녀 마릴린 먼로의 모습에서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연인 에밀리에 플뢰게, 일리야 레핀의 베라 레피나 등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명작들이 아우러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원에 있는 게이샤의 새침한 모습의 초상화와 힌두교의 종교적인 시를 형상화한 아름다운 스토리 누드화는 이 책의 또 다른 덕목과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너무 친절하게도 매혹적인 여인들의 그림이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소장되어 있는지 지도를 실어 알기 쉽게 보여주고, 그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미술관에서 볼 만한 다른 작품들도 소개해주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에서 유일한 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작품의 크기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작품의 크기란 그 작품의 스케일이나 분위기, 그리고 작가의 의도 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어쩌면 그것은 작품들을 실제로 관람하면서 감동을 직접 체감해보라는 이 책 편집자의 계획된 의도가 아닐까?
이제 이 책을 통해서 우리가 할 일이라곤 한 가지뿐이다. 우리가 그토록 열망했던 색채의 완벽한 질서와 미적 감각이 각각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우리로 하여금 끝없는 지적인 사치와 호기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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