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의 <통치론>을 우리말로 옮긴 책. <통치론>은 시기를 달리하여 쓰인 제1론과 제2론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로크 당대에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대륙에서는 주로 제2론만이 번역, 출간되었다. 제2론은 "시민정부의 참된 기원, 범위 및 그 목적에 관한 시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에서도 로크가 서양의 근대 정치사상에 건설적으로 기여한 바를 담고 있는 제2론만을 우리말로 옮겼다. 역자 해제에서는 로크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로크는 영국의 첫 경험론 철학자로 평가를 받지만, 사회계약론도 동등하게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상들은 인식론과 더불어 정치철학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가장 영향력있는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자유주의 이론가의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1632년 영국의 서남쪽 서머싯 주의 링튼에서 시골 변호사이자 중상계층에 청교도였던 부모 밑에서 태어나, 청교도주의의 정결하고도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났다. 로크가 10세가 되던 해 1642년에 영국에서는 내란이 일어나 사회가 혼란스러웠으며, 젊은 날의 로크는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1652년 로크는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옥스퍼드 대학에서 철학·자연과학·의학 등을 배웠고, 1659년 대학에서 자유로이 연구할 수 있는 항구적 장학연구생이 되었다. 이후 학생 지도교수가 되어 그리스어와 수사학 도덕철학을 가르쳤다. 한편 의학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결국 1675년에는 의학 특별연구원이 되었는데 그 명성이 상당했다고 한다. 한때 당대 유명한 정치가이며 휘그당의 창시자인 앤서니 애슬리 쿠퍼(샤프츠베리 백작 1세)경과 친교 맺으면서 영국의 정치에도 관여하였다. 그러나 가톨릭 정책과 관련하여 국왕 찰스 2세와 갈등하던 샤프츠베리 백작(애슐리경)이 투옥되면서 1673년 대법관에서 파면당하자 로크도 관직에서 물러나 1683년 네덜란드로 망명하였다.이후 폐결핵으로 프랑스에서 4년 동안 요양생활을 하며 주로 연구에 집중하였다. 1679년 영국으로 다시 돌아온 로크는 어수선한 정세 속에 다시 네덜란드로 망명을 떠났다.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영국으로 귀국하였다. 이후의 그의 말년은 평탄했으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통치론』과 『인간오성론』을 비롯하여 『교육에 관한 서한』, 『기독교의 합리성』 등의 저작물들이 비슷한 시기에 출간했다. 평생을 독신으로 보낸 그는 1704년 경건했던 그의 삶처럼 의자에 앉은 채로 조용히 72년의 생애를 마감했다고 한다.주요 저서로 『자연법론』 『관용에 관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학교에서 사회과학연구소 소장(2001~2003)과 사회과학부 학장(2009~2010)을 역임했으며 현재 현대정치연구소 소장에 재임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2005~2007),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발간하는 『코리어 저널』(Korea Journal) 편집위원(1999~2007),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좋은 책 선정위원회’ 위원(2009~2011) 등을 지낸 바 있다.주로 현대 한국 정치사상사와 비교정치사상을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서양 정치사상, 동서 비교정치사상, 현대 한국 정치의 사상화 작업이다. 한국정치학회에서 수여하는 학술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2004년, 저술 분야; 2012년, 논문 분야). 저서로 『서구중심주의를 넘어서』(2004), 『한국 정치의 이념과 사상』(2009, 공저) 등이, 역서로 『로마사 논고』(마키아벨리, 2003), 『군주론』(마키아벨리, 2008, 공역), 『정치와 비전 1ㆍ2ㆍ3』(셸던 월린, 2007, 2009, 2013, 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루소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정치 참여에 대한 고찰: 시민의 정치 참여에 공적인 토론이나 논쟁이 허용되는가?”(2009), “율곡 이이(李珥)의 정치사상에 나타난 대동(大同)ㆍ소강(小康)ㆍ소강(少康): 시론적 개념 분석”(2010) 등이 있다.
제1장 서론
제2장 자연상태에 관하여
제3장 전쟁상태에 관하여
제4장 노예상태에 관하여
제5장 소유권에 관하여
제6장 부권에 관하여
제7장 정치사회 또는 시민사회의 기원에 관하여
제8장 정치사회의 기원에 관하여
제89장 정치사회와 정부의 목적에 관하여
제10장 국가의 형태에 관하여
제11장 입법권의 범위에 관하여
제12장 국가의 입법권, 집행권 및 연합권에 관하여
제13장 국가권력의 종속에 관하여
제14장 대권에 관하여
제15장 부권, 정치적 권력 및 전제적 권력에 관한 총괄적 고찰
제16장 정복에 관하여
제17장 찬탈에 관하여
제18장 전제에 관하여
제19장 정부의 해체에 관하여
영국 법조인들은 재판정에 들어갈 때 특이한 모양의 가발을 쓴다. 그들이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지금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가발을 쓰는 이유는 재판에 임하는 순간만큼은 개인 자격 이상의 특권을 부여받았음을 대중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영국은 근대식 민주주의가 가장 먼저 뿌리내린 나라다. 모두 아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을 기초로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인권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법 개념으로 보면 인간을 재판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에게 권리를 허락해준 하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다 보면 인간이 인간을 재판할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때 등장한 것이 가발이다. 가발을 쓰고 재판정에 선 법조인들을 '하늘의 대리인' 역을 하고 있다고 인정해주기 시작한 것이다.바로 이 천부인권 사상에 공동체 개념을 부여해 영국 입헌군주제의 이론적 기틀을 만든 사람이 존 로크다. 그의 이론은 영국뿐 아니라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 역할을 했고, 지금도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사람들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로크의 대표적인 저서는 '통치론(Two Treatise of Government)'이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통치에 관한 두 논문'이라는 책인데, 이 책은 근대 민주국가 형성과 통치 원리를 최초로 개념화한 책이다. 책은 당연히 천부인권에 대한 거론으로 시작한다. 로크는 책 서두에서 "모든 인간은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작품"이라고 전제하고 "인간은 각자가 자기를 위한 재판관이고 집행자인 상태"라고 인정한다.그렇다면 왜 인간은 자연법에 의해 유지되는 자연상태를 포기하고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을까. 이때 로크가 제시하는 개념은 편파성이다.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면 그 내부에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같은 공간에서 누구는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하자고 하고, 또 누군가는 흥이 나니까 노래를 하자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 위주의 편파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같은 편파성을 제한하고 조절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른바 정치권력이 탄생하는 것이다."어떤 사람이 천부적인 자유를 포기하고 시민사회의 유대관계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합의하여 공동체에 합류하는 것이다. (중략) 일정한 수의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기로 동의했을 때 그들은 하나의 정치체를 이룬다." 로크에 따르면 이렇게 탄생한 정치체라고 해서 무한한 권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그 권력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정치권력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사형 등 모든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을 정하는 권리다. 또 정치권력은 그러한 법을 집행하고 외세 침략에서 국가를 지키기 위한 공동체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정치권력은 오로지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한다." 로크 이론은 군주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시민들 저항권까지 인정한다.군주나 권력자가 입법부가 선언한 법률을 바꾸거나, 입법부의 집회를 방해하거나, 국민 뜻과 달리 선거방식을 훼손하거나, 입법부 권한을 외세에 넘길 때 이에 저항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1632년에 태어나 왕과 의회, 가톨릭과 신교 간 전쟁을 지켜보며 살아야 했던 로크는 경험주의 철학을 내면화한다. 그는 순간의 창조성으로 이론을 확립하지 않았고, 자기가 지켜본 비극적 경험에 근거해 벽돌을 쌓듯 이론을 완성해 나갔다. 그렇게 완성한 그의 정치이론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모든 나라의 헌법에 아로새겨져 있다.만약 후대에 끼친 영향만으로 철학자 순위를 매긴다면 그 첫 번째 자리는 단연 로크의 것이다.[허연 기자 @heoyeonism(트위터 계정)]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