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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의 마을 창틈으로 들여다본 미래사회의 속살
『산 위의 신부님』은 저자가 생애 처음 농부가 되어 산 위의 마을에서 흙을 밟고 살아온 6년간 생활하면서 썼던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예수 제자의 길이라는 믿음 하나로 꾸린 ‘산 위의 마을’ 공동체에서 저자는 농부의 삶과 농사일에 대한 경외심, 사계절 자연을 통해 신의 섭리를 배우고, 소박한 밥상의 기적과 마을에 처음으로 태어난 아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비록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간 가족들에게도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공동체 마을의 역사와 삶의 의미에 대해 일깨워준다.
추천사: 사람아, 흙으로 돌아가라! _마쓰우라 고로(가톨릭 주교, 일본 오사카교구)
머리말: 하느님의 선물, 자연이에게
하나. 노아의 방주를 찾아서: 서울을 떠나다 / 도와주세요 / 16년 전, 트라피스트 / 걸어서 천국까지 / 자신과의 약속으로 / 지각 인생 / 박달재의 이철수 화백 / 여기가 내 살 곳인가요?
둘. 가난한 자는 복福으로 산다: 천천히 오십시오 / 창세기 / 전기 없는 날 / 소박한 밥상 / 멧돼지, 고라니에 대한 유감 / 승용차와 버스 / 한 가정에 열 평 / 소화와 마리아
셋. 태초에 하늘과 땅과 농사가 있었다: 우리는 농부다 / 비닐멀칭을 하다 / 콩밭 매는 아낙네야 / 송아지 태어나다 / 소와 농업 경제 / 소 코뚜레를 하다 / 노동의 부활을 꿈꾸며 / 귀농 인큐베이터
넷. 산 위의 마을,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 해우소解憂所 / 이발소 홍 사장 / 돌 축대를 쌓다 / 향토문화 / 가곡초등학교 보발분교장 / 공동체 생활유학 / 구제역 / 박 사장! / 성탄등을 달며
다섯. 불편한 삶이 순교보다 어렵다: 구두에 꽃이 피다 / 목사님, 신부 살려주세요 / 고기와 술 / 난방에 대한 고민 / 전교생 1명의 꼬뮌스쿨 / 엠마오 /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
여섯.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의 일생: 고혈압약을 끊다 / 소에게 배운다 / 몸을 벗은 영혼은 하늘을 달리고 / 울지 마 톤즈 / 그날 밤에 보았네 / 아름다운 마무리 / 유서: 선종의 은혜를 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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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띄운 우리 시대 ‘노아의 방주’ 이야기
2006년, 한 가톨릭 사제가 서울에서 단양까지 ‘걸어서’ 길을 떠났다. 사제복과 로만칼라는 옷장 깊숙이 집어넣고, 대신 고무신과 작업복, 추운 산 아래 겨울 날씨에 대비해 두터운 파카를 챙겼다. 5박 6일을 걸어 도착한 곳은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산 위의 마을’이다.
이 책은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스승의 부르심에 답해온 박기호 신부가 생애 처음 농부가 되어 산 위의 마을에서 흙을 밟고 살아온 6년의 좌충우돌 체험기이다. 40여 년 만에 서울을 떠난 그는 ‘돌아온 탕자’처럼 할머니와, 은하수와,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가 아직 살아 숨 쉬는 흙으로 돌아갔다. “해체되어버린 신화와 전설의 세계를 동경하는 삶으로, 그래서 위성안테나가 아니라 영성 세계에 주파수를 맞추는 귀의의 삶”이다.
“스승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걱정하지 말라, 오직 하느님 나라를 찾으라’ 하셨다. 가진 것을 내어놓고 공유하며 살았더니 ‘그들 가운데 가난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사도행전에 기록해두었다. 우리는 말씀대로 따름이 제자의 길이라 믿었고 이곳 산 위에 우리 시대 ‘노아의 방주’를 띄웠다.” 그 후 방주의 문을 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현재 30여 명의 가족들이 소비문명사회의 자발적 소외자를 자처하며 노동의 기쁨으로 더불어 살고 있다.
진정한 진보는 ‘작은 삶’에 있었다
공동체란 90세 노인부터 갓 태어난 아기까지 모두 자기 몫의 밥벌이를 하며, 인간답게 태어나 인간답게 노동하다 인간답게 마무리하는 삶이다. 그런 삶에 대한 탐색야말로 우리 시대 ‘예수 제자’의 길이라는 믿음 하나로 꾸린 것이 ‘산 위의 마을’ 공동체다.
그러나 막상 겪게 된 공동체는 ‘운동’이 아니라 ‘삶’이었다. 결코 이론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뭘 해도 어수룩한 초보 농부들은 그동안 귀농 수업료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농약 잔류성분 덕에 농사가 잘된 줄도 모르고, 땅이 살아났구나 기뻐하다 이듬해에 된통 뒤통수를 얻어맞고, 송아지 펀드에 가입하라고 동료 신부들을 ‘꼬드겨서’ 모은 돈으로 사들인 송아지는 간신히 새끼 한 마리를 낳은 채 수백만 원의 손해를 입히고, 비알밭 잡초를 태운다며 산불을 내고, 심지어 소들까지도 ‘초보농부’라고 만만하게 보는지 쟁기질 훈련에 동참해주지 않는다. 그 사이 ‘공동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가족들이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6년 동안 얻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삶과 경험들을 떠올리면 당연히 치러야 하는 수업료였다고 박 신부는 믿는다. 농부와 농사일에 대한 경외심, 사계절 자연을 통해 배우는 신의 섭리, 소박한 밥상의 기적, 전교생 1명의 꼬뮌스쿨, 마을에 처음으로 태어난 아기, 공동체 생활유학을 통해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 비록 적응 못하고 떠나간 가족들에게도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 귀중한 체험이었으며 이후 삶을 제대로 잡아줄 방향키가 되었다. 그들이 결코 이전 삶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다. 박 신부는 세상 곳곳에서 마음 다친 이들이 속속 찾아와 새 삶의 희망을 찾고, 조만간 산 위의 마을이 추수 일꾼들로 북적이게 될 거라 믿는다.
<추천의 글>
산 위의 마을 어린이들과 식탁을 마주하고 함께 기도하는 동안 어린 시절의 ‘오래된 그리움’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감정은 나만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그냥’ 내면에 지니고 있는 본래적 느낌이자 원체험과 같은 기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 신부님께서 말하는 “원안의 삶”이란, 바로 이 ‘오래된 기억’이 태초의 인간과 자연 생태가 조화를 이룬 삶으로 이어져 있으며 그 사회적 실천 형태를 의미한다고 여깁니다. _마쓰우라 고로(가톨릭 주교, 일본 오사카교구)
[책속으로 추가]
고목나무, 기암절벽, 계절마다 변하는 산하와 농작물, 모든 것이 학습도구요 놀이터인 산골에서 아옹다옹 살다 보면 어느새 사계절을 다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마을에서는 1년을 마치고 퇴촌하는 아이들에게 졸업장을 대신하여 기능사 자격증을 수여한다. 장작 패기 3급, 쇠죽 쑤기 3급, 연탄재 버리기 2급, 기도찬양 1급……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귀하고 대단한 자격증들이다. 인생의 어려운 고비에서 스승이 되고 용기를 주는 은사恩賜가 될 것이다. -216쪽
읍내 장날에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할머님 세 분을 만났는데, 인사를 하자 한 할머님이 “뉘구시어?” 하고 물었다. 곁에 계시던 최씨 할머님께서 “쩌어게 나마실에, 산 위의 마을 신부님!” 하셨다. 나도 동네에서 오는 전화를 받을 때면 “안녕하세요? 산 위의 마을, 박 신붑니다!” 하고 인사한다. 아직도 습관적으로 ‘박 사장’이라 불렀다가, ‘신부님’이라 불렀다가 헷갈려 하는 분도 있다. ‘박 사장’이건 ‘박 신부’건 나도 동네 주민들도 전혀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지낸다. -228쪽
예수님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청사초롱을 만들었다. 헌옷을 잘라 천을 마련하고 마을과 가족들의 청원을 써서 걸었다. 안에다 꼬마전구를 켜놓으니 산촌의 밤을 수놓은 울긋불긋한 색감이 아주 멋있고 아름답다. 태어나실 예수님도 무척 기뻐하실 것 같다. 부처님 오신 날의 어느 작은 암자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 예수께서 재림하여 오실 때는 성당과 사찰, 교회와 모스크라는 구분이 따로 없을 것이다. -231쪽
자연은 곡선의 세계이고 인공은 직선이다.
산, 나무, 계곡, 강, 바위, 초가집…… 그 선은 모두 굽어 있다.
아파트, 빌딩, 책상, 핸드폰…… 도시의 모든 것은 사각이다.
생명 있는 것은 곡선이고 죽은 것은 직선이다.
어쨌든 도시나 산촌이나 사람만은 곡선이다. 아직은 자연이다. -236쪽
서울과 대도시에서 살던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입촌하거나 생활유학을 오게 되면, 마을에 들어온 순간부터 형식이란 것이 해체되어버린다. 고무신을 신고 학교 가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가 하면, 쌀쌀한 날 아침에 간이 담요를 배트맨처럼 어깨에 두르고 가는 애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자유이고 자연이고 야성이고 내가 평소에 그렇게 강조하는 생활인데, 곰팡이 핀 구두를 보니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책임자 신부인 나의 폼생이 이러면 가족들이나 아이들이라도 깔끔하고 스마트하면 좋을 텐데, 이건 뭐 그 신부에 그 식구들이다. 하기야 각자 마음을 내려놓고 제 폼대로 살려고 온 사람들인데, 아이든 어른이든 내 입맛대로 요구할 수는 없다. -241쪽
우리 마을 가족들은 좋은 일꾼을 보내달라고 세 번째 천일기도를 하고 있다. 전문성과 경험과 자격증까지 가졌다면 더욱 좋은 일이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자신의 관심 분야를 더욱 성장시켜나가며 양성을 격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산이가 커서 뭔가 하나는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엇을 하게 될까? 유치원 때는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는데 1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축구에 빠져 프로 축구선수가 꿈이다. 빨간 유니폼에 박지성의 7번을 달고 다니더니, 요즘은 줄무늬 옷에 ‘메시 10번’을 달고 다닌다. 우리 아이들이 어느 세월에 커서 공동체의 일꾼으로 사는 모습을 보게 될까? 우선 나부터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249쪽
제멋대로 생활하라.
그러나 타인의 행복을 존중하라.
하고 싶은 대로 생활하라.
그러나 서로에게는 선을 행하라.
좋은 것에 감탄하고 기뻐하며 하느님의 손길로 춤추고 노래하라.
천국에 갈 수 있는 자격은‘신발 정리’를 잘하는 것이다.(어린이 캠프 훈화) -280쪽
어미의 태 속이 송아지 본래의 집이요 학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태胎’라는 것을 생각한다. 인간이란 생명에게 가장 완벽한 환경이 태 속이다. 알맞은 수분 함량과 영양성분, 안전한 놀이터, 쾌적한 보온과 완벽한 보호 시스템, 어미에 의한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 태 속은 남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환경이다. 바로 거기서 자기 존재가 시작되었기에 사람들은 그곳을 고향으로 삼는다. 힘들고 어려울 때 본능적으로 원초의 환경을 회고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 옛날 어느 때인가 가장 완벽한 사랑 안에서 행복했던 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예수님도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 그렇게 기도하셨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의 손에 맡깁니다!” “아버지, 제가 창세 이전에 아버지와 함께 있었던 곳으로 저를 불러주십시오.”
이때의 아버지는 가부장 시대 친밀성의 비유일 뿐 남녀의 성性이 아니다. 하느님은 절대 존재이시기에 반쪽짜리 개념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하느님 어머니’로 부를 수 있다. -296쪽
선생님이 묻는다.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
도시 아이가 대답한다. “물이 됩니다.”
산골 아이가 대답한다. “봄이 됩니다.”
선생님이 묻는다. “이 두 마리의 사슴 그림은 무엇을 뜻하지요?”
도시 아이가 대답한다. “먹이를 두고 싸우고 있는 겁니다.”
산골 아이가 대답한다. “짝짓기를 하려고 합니다.” -68쪽
달이 뜨면 마을의 밤은 그야말로 백야다. 유럽의 백야만큼 밝지는 않지만 반달만 떠 있어도 책을 볼 수 있을 정도여서 화장실 가는 데도 손전등이 전혀 필요 없다. 소백산 선녀들이 달빛을 타고 구봉팔문九峰八門을 들락거리는 듯하다. 달이 뜨지 않는 날 밤의 골짜기는 칠흑 같은 어둠속에 갇히게 되는데 그러면 하늘의 별들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빛난다. 겨울이 아니어도 별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밤에는 별들이 아주 가까이 떠 있어서 장대로 휘두르면 엄청 쏟아질 듯하다. 이런 풍경을 누리는 것은 귀농하여 사는 이들, 특별히 산촌 깊이 들어와 사는 이들만의 특권일 것이다. 감사할 일이다. -78쪽
소비문화는 우리의 삶을 가장 완전하게 지배한다. ‘원전건설반대’나 ‘방사능폐기장반대’ 운동은 잘할 수 있지만 전기문명 생활은 조금도 버리지 못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가령 신제품을 출시한 기업이 “이건 당신의 비즈니스와 가정의 행복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라고 속삭이면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내게 없다는 말이다.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악령이 내 의식을 지배하고 조종하기 때문이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리인 삼동 린포체는 말했다. “40년 동안 중국의 군사적 점령, 통치 하에서 티베트 민중은 온갖 억압을 당하면서도 티베트 문화를 훼손하지 않고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티베트에 불어 닥친 소비문화는 티베트의 전통문화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단 10년 만에!” -87~88쪽
콩밭을 망치는 놈은 두 번에 걸쳐 등장하는데 콩을 심어놓고 새싹이 나올 무렵에는 산비둘기와 긴꼬리까치가 씨콩과 콩 싹을 파먹는다. 햇빛에 반사되는 줄을 쳐놓고 허수아비도 세우지만 효과는 며칠뿐이다. 새들은 아예 허수아비 팔에 앉아 바람을 쐬기도 한다. “농사짓기 힘들지?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다 이렇게 공생하는겨!” 콩잎이 한 뼘 이상 자라날 무렵이 되면, 이번에는 노루와 토끼가 부드러운 콩잎을 잘라 먹는다. 그럭저럭 꽃이 필 무렵 이후라면 콩잎을 잘라먹어도 따먹은 줄기에서 콩이 더 많이 열린다. 콩이란 본래 잎을 일부러 낫으로 쳐주기 때문이다. 이거 딱 한 가지만 서로 공생이 된다고 할까. -99쪽
어머니가 거친 손으로 출가하는 아들의 손을 잡고 당신의 얼굴에 대면서 말씀하신다.
“아들아, 내가 보고 싶거든 네 손바닥을 보렴.”
스님은 자기 손바닥을 들어다보는 것이 화두가 되었다. 그 안에서 어머니의 역사와 삶을 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그 손으로부터 큰 사랑이 쉬지 않고 흘렀다. -122쪽
송아지를 낳은 어미 소에게는 특식으로 미역국과 쇠죽도 쒀주고 사료와 볏짚도 듬뿍 준다. 산후조리서비스다. 어미젖에 매달려 있는 송아지나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소의 모습은 ‘평화’이고 ‘자비심’ 자체다. 자기 역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식물은 열매와 씨앗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낸다. 꽃은 과정일 뿐이다. 동물은 새끼를 가짐에서 자기 생명의 완성을 노래한다. 피어나는 꽃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시들어 지는 꽃은 ‘거룩하다’고 말해야 한다. “송아지 안녕? 반가워! 난 박 신부라고 해.” -152쪽
보통 사람들은 겨울에 농사를 쉬는 걸로 알지만 사실 농사는 겨울에 시작한다. 고추, 야콘 모종은 이미 2월 중순부터 시작한다. 봄이 되어 농사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농부가 움직이니 농부를 위하여 봄이 오는 것이다. 얼음이 녹고 날씨가 풀렸기 때문에 새싹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눈과 얼음 아래 이미 푸른 생명의 기운이 약동하고 있기 때문에 봄이 나타난다. 새싹이 먼저 나와 봄을 맞이하는 것이다. 봄은 게으름뱅이다. -166쪽
아이들은 대부분 편식이 지독하다. 그러다가 두세 달 지나면 달라진다. 산 위의 마을 식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나 튀김, 즉석 식품류는 거의 없고, 대부분 푸성귀다. 활동량이 많아 배는 고픈데 굶지 않으려면 먹어야지 제가 어쩔 것인가. 운동화 끈을 묶을 줄 모르는 아이들 문제도 간단히 해결된다. 방법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것이다. 처음엔 밤마다 부모님께 장문의 편지를 쓰며 훌쩍거리지만 그것도 한두 주면 끝이다. 오히려 부모가 섭섭해한다. 닭똥 냄새에 코를 막던 아이들이 닭장에 들어가 생계란을 꺼내먹고선 시치미 떼고 나온다. 담당구역 청소도 깨끗이 한다.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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