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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의 생생한 시 특강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는 근현대 시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시인이라 할 수 있는 미당 서정주의 시작법을 전해주는 책이다. 미당이 가장 왕성한 시작활동을 펼치던 시절에 펴낸 시론서들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추린 것으로, 현대시 100여 편이 각 항목마다 수록되어 있다. 현재 국문학 교수이며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교수가 기획하고 해설을 붙임으로써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 책은 단순히 논리적인 이론이 아닌 실천적인 시작법을 제시하고 있다. 생생한 미당의 육성을 바탕으로, 시란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할 것이며, 시의 유형ㆍ형식ㆍ언어ㆍ리듬ㆍ수사ㆍ이미지, 깊고 새로운 시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당의 쉽고 간결한 글을 읽고 난 다음 주제에 맞는 현대시를 감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주제와 작품을 종합 정리한 편자들의 명쾌한 해설이 이어진다. 미당 고유의 뚜렷한 시 철학이 각 항목마다 오롯이 새겨져 있다.
<1부 시를 알아야 시를 쓴다>
ㆍ시란 무엇인가
시란 언어는 적으면서 사상은 큰 것 - 김지하 '중심의 괴로움', 조오현 '벌레'
언어를 벗어난 사상은 없다 - 백무산 '호미', 이재무 '위대한 식사'
시의 공리는 예술성에 있는 것 - 신대철 '알스트로메리아', 신해욱 '섀도복싱'
시를 써야 시가 되느니라 - 서림 '오존주의보가 내려도', 김영승 '반성16'
작품을 통해 배워라 - 서정주 '격포우중', 문태준 '맨발'
ㆍ시에 어떻게 다가갈까
자기가 먼저 감동하는 시를 써야 - 최영미 '선운사에서', 송재학 '철아쟁'
새로운 세기일수록 강렬한 감동으 시를 - 방민호 '죽음의 나날', 배용제 '홀로코스트'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쓰기를 - 도종환 '접시꽃 당신', 이상국 '가난하다는 것은'
시심(詩心)이면 족하다 - 김기택 '사무원', 황학주 '루시'
향토정서를 존중하라 - 안상학 '아배 생각', 정기복 '단양 마늘'
ㆍ시가 갖추어야 할 것이 있으니
시에는 모름지기 '눈'이 있어야 - 유홍준 '상가에 모인 구두들', 지인 '호랑이의 곡'
감동이 주는 침묵을 기호화하라 - 이근화 '고베의 지진', 염명순 '꿈'
덜 익은 시상이 시를 망친다 - 박정대 '사곶 해안', 고두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인생의 모든 것이 시의 재료다 - 박원 '겨울방학', 송경동 '용접꽃'
언외의 암시력을 살려라 - 박형준 '저 곳', 이기인 '솜털'
ㆍ시인이 사는 법 : 허연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나의 시작 과정 : '국화 옆에서'
<2부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ㆍ시의 언어
생명 그대로의 최초 발성을 - 김혜순 '벼랑에서', 박진성 '목숨'
모국어의 묘미를 알아야 - 허수경 '대구 저녁국', 김선우 '나생이'
이디엄을 얕보지 말라 - 박철 '너희들 잠든 사이', 여태천 '저녁의 외출'
뼈를 울리는 언어의 음색에 주목하라 - 이대흠 '동그라미', 안도현 '봄똥'
시어는 표어가 아니다 - 안명옥 '붉은 수수밭', 한명희 '힘내라, 네팔'
ㆍ형식과 리듬
시 정신이 형식을 결정한다 - 오태환 '사랑', 김용희 '옛사람'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수립하라 - 이병률 '견인', 손택수 '화살나무'
행갈이와 연나눔의 기술을 알아야 - 장석남 '저녁 햇빛에 망?르 내어 말리다', 신용목 '갈대 등본'
리듬에 주목하라ㅡ시의 운율 - 김왕노 '실밥', 박상순 '스모그'
정형률의 가치에 새로운 시선을 - 정이용 '고향', 홍성란 '애기메꽃'
산문시도 산문의 서술은 아니다 - 박용하 '지구', 차창룡 '죽지 않는 나무'
ㆍ시적 수사
기교란 체험의 창조적 표현이다 - 정끝별 '흰 책', 정남식 '빛도 어둠도 아닌 사랑'
직유가 간단한 것은 아니다 - 박주택 '가로등', 김경주 '저녁의 염전'
은유는 낯선 세계를 보여준다 - 송찬호 '구두', 권혁웅 '방광에 고인 그리움'
상징은 시상의 깊이와 넓이에 기여한다 - 이은림 '태양중독자', 김혜영 '현무2'
ㆍ이미지
구상적 이미지가 감동을 준다 - 김상미 '사랑', 엄원태 '표충사 가는 길'
시각적 이미지는 시의 밑그림 - 이세기 '먹염바다', 박찬일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
이미지를 포식하지 말라 - 박판식 '밤의 피치카토', 이윤림 '삭발'
새로운 전형을 창조하라 - 김충규 '석양', 길상호 '감자의 몸'
음성 이미지에 귀를 기울일 것 - 이선영 '하루', 김영남 '푸른 밤의 여로'
ㆍ시의 유형
정조의 시 - 오세영 '고죽도', 전동균 '험허동천에서 오래 서성이다'
예지의 시 - 조기조 '새의 나라', 이종수 '자작나무 눈처럼'
의지의 시 - 장정일 '<중앙>과 나', 오봉옥 '꽃'
지.정의 제합의 시 -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박현수 '세한도'
ㆍ탈고의 자세 : 박서원 '문으로 가는 길'
시는 이렇게 고쳐라 : 실제 창작지도의 예
<3부 시는 어떻게 깊어지는가>
ㆍ시의 새로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시야가 좁으면 매너리즘에 빠지나니 - 정일근 '선암사 뒷간에서 뉘우치다', 허수경 '베를린에서 전태일을 보았다'
언어의 기성복을 벗어라 - 이윤학 '사다리', 유지소 '노인'
제목을 다시 보라 - 안현미 '곰곰', 유수연 '오목렌즈'
ㆍ시의 체험과 현실이란 무엇인가
지식보다 체험을 우선하라 - 김신용 '환상통', 양문규 '화정을 떠나며'
내면의 괴로움이 깊을수록 절제하라 - 이승하 '짐승은 자고 난 흔적을 남긴다', 허혜정 '밤의 스탠드'
시적 현실은 실제와는 다른 것 - 함기석 '국어선생은 달팽이', 김형술 '유리침대'
ㆍ시와 사상은 어떤 관계인가
자기 숨을 쉬기에 가장 적합한 세계를 - 최승자 '악순환', 장철문 '내 복통에 문병가다'
인식의 벽에 도전하라 - 최동호 '수염 없는 달마의 수염', 함민복 '죄'
동양적 세계를 탐구하라 - 조용미 '불멸', 유강희 '여승'
세계의 근원으로서의 무(無) - 서정주 '무의 의미', 강신애 '지옥의 환인'
시에서 독자의 의미 : 박영근 '빙벽'
앞선 시인을 이해하고 배우는 법 : 김소월론
출전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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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 서정주 시작법, 그 생생한 육성의 시 특강 】
이 책은 현대인에게 거의 처음으로 소개되는 미당 서정주의 시창작론이다. 이 책에 발췌된 미당의 글은 『서정주문학전집』(일지사, 1972), 『시창작법』(선문사, 1954), 『시창작교실』(인간사, 1956), 1972년 문학전집(『서정주문학전집』, 1972, 일지사)의 형태로 엮인 이후, 아직 미당의 이론적 토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단행본 형태의 책은 나온 바가 없었다.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서정주 시인의 생생한 육성이다. 서정주라는 이름에 값할 만큼 특유의 문체와 고유한 시관詩觀으로써 실천적이고 현장적인 강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서정주 시인다운 쉽고 간결한 문장 속에 강렬한 울림의 지침으로써 ‘미당 시작법’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시의 감동은 이젠 보통이어선 안 되고, 전선을 흐르는 전류만큼한 무슨 감전시키는 힘이 없으면 안 되게 되었다”(새로운 세기일수록 강렬한 감동의 시를),
“시는 짧고도 함축 있는 생명 그대로의 최초 발성이어야”(시어는 생명 그대로의 최초 발성),
게으른 시인들에 대해서는 “시를 작파하고 신문이나 잡지사에 취직해서 그걸로 타이틀을 만들어 붙이는 편집부 기자가 되는 편이 낫다”(시어는 표어가 아니다),
“애욕 많고 이빨 좋은 젊은 사람이여, 사과를 꼭 하나만 먹고 더 먹고 싶은 것을 절제하고 보라”(이미지를 포식하지 말라)
“적으나마 그들과 같은 정도로 인생 탐구의 열도熱度를 가진 사람들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가 일찍 이해하지 못한 제상을 그의 위대한 체험을 통해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가슴이 성큼할 정도로 그의 앞에서 저 잡다한 현대의 예술이 층이 한번 붕괴하는 것을 보았으면 좋겠다”(인식의 벽에 도전하라)
이와 같은 글을 통해 우리는 그 어떤 이론가도 흉내낼 수 없는 미당만의 체험적 지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 우리 시대 시인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으다 】
이 책은 현재 시인이며 평론가로 활동하는 세 명의 젊은 교수(방민호, 박현수, 허혜정)에 의해 기획, 편집된 것으로 미당 서정주가 펼치는 시의 향연에 우리 시대 젊은 시 100여 편을 초대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당의 시론만을 소개하지 않고 미당을 포함한 99명의 시 101편을 선별하여 항목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구체적인 시창작법을 이끌어내고 있다. 비유한다면, 세 편저자는 미당의 강의를 실내 강단에서 야외로 끌어내어 현대 시인들을 초청한 주선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 책은 단순한 논리적인 이론서에 머물지 않는 실용적 시작법으로 꾸려질 수 있었다.
불려온 시인들은 다양다층하다. 미당의 전대前代로는 정지용과 백석이 있고, 현 시단의 원로인 김지하․조오현․최동호․오세영․신대철 등이 있으며, 중진 시인 김혜순․안도현․김기택․도종환․송찬호 등이, 최근 주목받는 신진 시인 문태준, 김경주, 이병률 등이 초대되었다(전체 시인 명단과 약력은 339쪽 참조). 또한 서정시, 민중시의 구별을 두지 않는 선별로써 계열 계파를 초월한 시의 향연이 마련되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흥겨운 ‘잔치’ 같은 구성을 자랑한다. 두세 문장 또는 한 페이지, 길어야 두 쪽을 넘지 않는 미당의 쉽고 간결한 글을 읽고 난 뒤 주제에 들어맞는 현대시를 감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주제와 작품을 종합 정리해 주는 편저자들의 짤막한 해설로써.
【 가장 한국적인 우리말 시인의 시 정신과 세계관을 만나다 】
구성면에서 볼 때 기존의 시작법 관련 책들과 같이 시의 정의와 시쓰기의 방식과 조건, 시의 유형과 수사 등에 관한 항목을 모두 다루고 있다. 그러나 동양적 세계관을 토대로 한 모국어 시인의 고유한 시 철학이 담겨 있다. 미당의 시 정신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3부의 마지막 장으로(시와 사상은 어떤 관계인가), 시인이란 배운 재주만을 되풀이하기보다 니체나 톨스토이와 같은 사상가이자 철인으로서의 세계 탐구를 가져야 한다고 하였으며(인식의 벽에 도전하라), 그러한 측면에서 서양의 쉬르레알리슴보다 더 크고 넓은 동양 사상(불교)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였다(동양적 세계를 탐구하라). 또한 니힐리티가 아닌 동양의 ‘무(無)’ 정신을 이야기하면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세계의 근원으로서의 무).
한편 언어 표현의 면에서, 시인이란 모국어의 맛과 아름다움을 잘 알아야 하며, 민족이 공통으로 쓰고 있는 독특한 실생활어(이디엄)를 채택할 줄 알아야 하며, 사투리의 맛, 언어의 음색과 음향이 주는 감동을 섬세한 촉수로 잡아낼 줄 알아야 함을 역설하였다.
덧붙여 1부 뒤에 자신의 대표시 「국화 옆에서」의 시작 과정을 밝힌 글, 2부 뒤에 실제 습작품에 대한 창작지도의 예, 3부 뒤의 김소월에 대한 각별한 소회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것은 미당 특유의 시론을 뒷받침하는 추가적 구성으로써 이 책을 입체적인 시작법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영국의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에 ‘선녀를 만난 나무꾼’의 이야기가 있다. 이 나무꾼은 날마다 초저녁이면 마을 사람들이 많이 모여 노는 데 가서 그가 낮에 만나고 온 선녀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재미로 했던 것인데, 어떤 날 저녁에는 그걸 하지 못하고 영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여태까지의 이야기는 사실은 선녀를 만나지 않고 꾸며낸 멀쩡한 거짓말이었지만, 이날은 정말로 그 선녀를 만나고 왔기 때문이었다고 하고 있다. 시인의 언어는 이 이야기 속의 나무꾼의 거짓말 늘어놓기가 아니라,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그 체험된 감동의 침묵을 기초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감동이 주는 침묵을 기호화하라/78쪽)
시인이라면 그의 시상의 간절성 때문에 어떠한 언어의 기성복도 걸치기를 거부하고 영원히 맞닿을 곳 없는 파도처럼 서성거리며 부절히 소원하고 모색함으로써만 시의 이미지들이 비로소 아는 체를 하고 가까이 오던 기억을 얼마든지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단 한 마디의 직유의 형용어를 찾기 위해서 밥 먹을 때도, 뒷간에 가서도, 길 걸을 때도 그 많은 언어들을 골랐다간 버리고 골랐다간 버리고 하는 짓을 언제까지나 되풀이하고 사는 자 아닌가.(언어의 기성복을 벗어라/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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