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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성찰을 돌아본다!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이론적 담론들을 집대성하여 한국 사회의 병리적 모순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사회비판총서」제 2권『포스트모던의 테제들』. 유럽사회의 ‘삶의 정치’와 ‘정치의 귀환’에 대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성찰을 돌아보며,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책이다. 이 책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들의 테제 즉, 주장들이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데 유효한지를 묻는다. 이 질문을 통해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데 유용한 참조점이 되어줌을 강조한다.
편집자 서문
1 카스토리아디스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적 상상 / 이유선
2 들뢰즈
존재론적 실천 원칙과 정치 / 박정태
3 푸코
진리게임식 인정 질서에 대한 비판 / 문성훈
4 데리다
보편성을 넘어 정의로 / 박영욱
5 네그리
제국 비판과 다중 / 김원식
6 바디우
포스트모던과 마주한 새로운 합리주의 / 서용순
7 아감벤
호모 사케르 / 고지현
8 지젝
정신분석과 포스트모던 이데올로기 비판 / 박영도
주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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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의 시대, 희망의 철학을 말하다
순응주의가 만연한 세상에 던지는 포스트모던의 도발적 사유
196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을 휩쓸었던 68혁명은 종종 현대 정치적 저항운동의 원형처럼 거론된다. 20세기 초반의 혁명운동과 달리, 68혁명은 국가의 일방적 지배에 대한 부정, 일상생활의 문제에 대한 시민적 의사표현, 지도부 없는 자발적 시위 같은 현대적 현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령 2008년 한국사회를 달궜던 촛불집회,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 등도 똑같은 양상을 보여준다. 이런 현대적 사회운동은 철학적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낳는 계기가 된다. 그때까지의 계급적, 냉전적 이념 대립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주어진 일상성 속에서의 삶을 바탕으로 한 대안적 사회 구성이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카스토리아디스, 들뢰즈, 푸코, 데리다 같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들은 68혁명을 경험하며 삶의 정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고 그런 고민을 통해 근대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철학을 만들었다. 이들의 철학을 한 단계 진전시킨 네그리, 바디우, 아감벤, 지젝 등은 ‘정치의 귀환’을 역설하며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급진적 변혁을 추구하는 정치철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은 유럽사회의 ‘삶의 정치’와 ‘정치의 귀환’에 대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성찰을 돌아보며,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모순된 현실을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책이다. ‘사회비판총서’ 2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들의 테제(주장)들이 한국사회를 비판하는 데 유효한지를 묻는다. 이 질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이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현실을 비판하는 데 유용한 참조점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삶은 곧 정치이고, 정치는 곧 삶이다”
포스트모던의 삶-정치적 저항
포스트모던 사상은 1990년대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수용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여러 사람들이 포스트모던 사상의 일부를 접했지만, 미학이나 문화이론 영역에 한정된 수용 탓에 포스트모던 사상의 급진적 정치성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실제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68혁명의 사상가’라고 불릴 정도로 현실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적인 사상을 추구했다. 그들 사상의 중심에는 언제나 삶의 정치, 정치적 삶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들에게 삶과 정치의 일상적 결합이 주된 관심사인 이유는, 포스트모던 사상의 핵심에 항상 존재론적 질문, 즉 삶의 토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단일한 주체보다는 다수의 개인, 동일성보다는 차이, 체계보다는 자율성을 인간 삶의 본성으로 본다. 즉, 이들의 관심은 사회적 동일성보다는 그 내부에 있는 수많은 차이를 중시하고, 억압된 삶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며, 기존의 정치적 인식이 망각해버린 타자들의 자리를 복원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삶이 곧 정치가 되고, 정치가 곧 삶이 되는 ‘삶-정치’를 주창하는 데로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모던 사상이 급진적 정치철학이 되는 이유이다. 왜냐하면 삶과 정치를 단절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진리의 적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무너뜨려야 할 폭력적 행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신자유주의적 경쟁만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경제지상주의, 의사결정의 효율만을 추구하는 대의민주주의 등 기존의 사회 시스템은 우리의 삶 자체가 가진 차이성과 저항성을 지우려는 행위, 삶과 정치를 단절시키려는 폭력적 행위임이 드러난다. 결국 삶을 망각하고 억압하는 왜곡된 정치에 저항해서, 삶을 긍정하고 복원하는 행동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적 행동이다.
“다중이 만드는 공동의 삶”
포스트모던의 대안적 사회상
오늘날 2세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이라고 불릴 수 있는 네그리, 바디우, 아감벤, 지젝 등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 더욱 현실과 밀착하여 구체적인 사회 문제들을 비판하고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네그리는 모든 것을 지배하는 ‘제국’이라는 세계 체제의 도래를 말하면서도 ‘다중’이 그런 제국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강조하고, 지젝은 가능한 것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작용을 비판하면서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즉 공산주의의 가능성을 옹호한다.
이제 정치는 단순한 삶이 아니라 ‘공동의 삶’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새로운 문제의식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욕망을 돈을 향한 획일화된 욕망으로 축소시키고, 개인을 파편화하여 지배 체제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결코 해방된 사회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우리 모두를 위한 공동의 삶과 공동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이렇듯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은 희망 없는 세계에서 새로운 희망을 말하고, 파국의 시대에서 새로운 정치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고정된 이론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삶의 모습과 변화를 인식하면서 삶의 풍부함을 옹호하는 포스트모던 사상의 기본 전제로부터 나오는 어떤 낙관주의이다. 통념과 달리, 포스트모던 사상은 가장 어려운 시기에조차 가장 혁명적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신뢰하는 ‘희망의 철학’인 것이다.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을 만나다
카스토리아디스부터 슬라보예 지젝까지
1장은 ‘상상적인 것’의 개념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에 혁명적 해석을 제시한 카스토리아디스의 사상을 살펴본다. 카스토리아디스는 절대적 진리, 총체적 이론, 객관적 관념을 포기할 것을 역설하며, 효율성이라는 단일한 기준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질서를 비판했다. 그는 사람들이 각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적 실천에 나서기를 촉구한 실천적 지성인으로서 포스트모던 사상의 급진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2장은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68혁명의 철학자 들뢰즈의 정치학에 초점을 맞춘다. 들뢰즈는 인간과 세계를 사건들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는 자기 고유의 ‘일의적 존재론’을 통해 정치, 경제, 정신분석, 예술, 과학 등 현대사회와 문화 전 영역에 대해 뛰어난 비판과 새로운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펠릭스 가타리와 함께 저술한 정치적 저술들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존재론적 비판과 그 대안이 담겨 있다.
3장은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상가 중의 한 사람인 푸코의 ‘비판적 존재론’을 소개한다. 푸코는 자기반성적 주체로서의 인간이 지식-권력-주체성의 결합이 만들어낸 임의적이고 역사적 산물임을 폭로하며, 이성주의적 계몽주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 해방과 자유 실현을 모색한다. 그가 사회적 지배를 넘어설 가능성으로 제시하는 ‘존재의 미학’이라는 새로운 주체화 양식은 개인의 주권적 자아 형성의 자유를 보장하는 급진적 대안이다.
4장은 독창적인 해체론을 통해 서양 사상의 뿌리를 전복적으로 해석한 철학자 데리다의 사회철학적 지평을 탐색한다. 데리다는 후기 저작인 『마르크스의 유령들』 『법의 힘』 등을 통해 보편적인 것이 폭력화되는 방식을 비판하며 정의의 정의롭지 못한 구현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해체할 수 없는 정의, 곧 진정한 의미의 보편성을 주창하는 그의 사상은 차이의 제거가 아닌 차이 자체의 인정으로부터 발생하는 새로운 정의론을 이야기한다.
5장은 자율주의라는 새로운 기획을 통해 좌파의 새로운 상을 그리는 정치철학자 네그리의 대안적 정치사상을 살펴본다. 네그리는 개별자의 차이, 특이성에 주목하는 포스트모던 사고에 기초하여 지구화 시대의 새로운 변혁 주체로서 ‘다중’ 개념을 제시했다. 단지 노동계급만의 혁명이 아니라 삶 자체의 혁명을 제시하는 그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급진적 전복에 대한 낙관주의적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6장은 근대에 대한 포스트모던의 비판을 전제하면서도 진리와 주체 그리고 혁명을 옹호하는 급진적 철학자 바디우의 사상을 소개한다. 바디우는 진리를 부인하고 주체를 기각하는 포스트모던에 맞서, 진리와 주체의 범주를 재조직하고 새로운 철학적 담론의 지평을 연다. 예술, 정치, 과학, 사랑이 진리의 영역임을 규정하는 그의 독창적 철학은 주체적 실천의 이어짐이야말로 진리를 인식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한다.
7장은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을 통해 현대 사상계에 큰 충격을 던진 아감벤의 사상을 철저히 해부한다. 아감벤은 근대적 사고가 추구하는 정의, 법, 주권 등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그 폭력성을 비판할 뿐 아니라, 법이 삶과 관계를 맺고 있는 본래적인 구조를 분석한다. ‘예외가 규칙으로 바뀌고 상시적인 예외상태가 실현된 시대’에 대한 그의 사상은 자유 보호라는 명분 속에서 실행되는 개인의 자유 제약에 대해 도발적인 비판을 제시한다.
8장은 최근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라캉주의적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사상을 살펴본다. 지젝은 진보적, 계몽적 사고가 봉착한 위기 상황에 주목하며, 근대적 이성에 의해 가려지고 배제되었던 무의식의 정치 영역의 가치를 복권시켰다. 고전적 이데올로기 비판을 무기력하게 만든 냉소주의와 근본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마르크스주의 사회 비판을 라캉적으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정치적 해방의 길을 보여준다.
사회비판총서 소개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의 뒤를 이어 사회 비판과 대안 모색을 위한 여러 책들이 ‘사회비판총서’로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연구모임 사회비판과대안이 기획한 ‘사회비판총서’는 현대의 다양한 철학적, 이론적 담론들을 집대성하여 한국 사회의 병리적 모순을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이다. 현대사회의 문제를 비판한 여러 사상가들의 핵심 테제를 통해 대안적 사회의 전망을 짚어보며, 동시에 유럽과 영미, 남성과 여성, 모던과 포스트모던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토대를 다층적으로 성찰하고자 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허구성과 기만을 고발하는 프랑크푸르트학파에 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을 시작으로 하여, 근대가 만들어낸 어둠에 이의를 제기하며 새로운 사회 비판의 장을 열어젖힌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에 대한 『포스트모던의 테제들』이 출간되며, 자유와 공동체, 정의와 배려 등 현대의 정치철학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현대 영미 정치철학에 대한 『현대 영미 정치철학의 테제들』, 그리고 『페미니즘 철학의 테제들』 『한국 사회에 관한 테제들』 등의 저작들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자본주의의 욕망은 본질적으로 파시즘적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치밀하게 준비된 세련된 기획과 프로파간다를 통해 사회 구성원들에게서 계속해서 결핍을 만들어내고 또 이 결핍으로 인해 획일화되고 억압된 욕망을 조종하면서 이윤을 끊임없이 극대화해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시즘적 욕망은 결코 병리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내재하는 욕망이자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성립 조건인 것이다. (박정태, 「들뢰즈 - 존재론적 실천 원칙과 정치」, 80쪽)
내게 특이하게 보이는 것은 오늘날 예술 작품이 개인이나 삶이 아니라 일반적 대상물과 관계하는 것, 그것도 전문가, 즉 예술가가 만들어낸 무언가 특수한 것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 각자의 삶이 예술 작품이 될 수는 없는가? 도대체 램프나 집은 예술적 행위의 대상이 된다면서도, 왜 우리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미셸 푸코, 「푸코 - 진리게임식 인정 질서에 대한 비판」, 116~117쪽)
정의란 그러한 불가능성을 열어놓고 타자의 한계를 인정하는 환대의 태도로부터 발생하는 것이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타자가 타자의 언어로 자신을 완벽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폭력적인 권위로부터 벗어날 때 강요된 법으로서의 정의가 아닌 해체할 수 없는 정의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보편성이다. 데리다의 해체 전략은 결코 보편성 혹은 보편적인 것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적인 것은 법이나 의무로서 강요되는 어떤 것이 아닌 타자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발생한다. (박영욱, 「데리다 - 보편성을 넘어 정의로」, 146쪽)
주체는 진리를 드러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이다. 진리에 충실한 주체가 없다면 진리란 없다. 만약 바디우의 진리가 갖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주체의 충실성을 통해서만 주어지는 힘일 것이다. 충실성 없이 진리란 있을 수 없으며, 주체의 충실한 실천 없이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서용순, 「바디우 - 포스트모던 과 마주한 새로운 합리주의」, 218~219쪽)
이제 나는 궁극의 이데올로기적 작동은 정반대라고 말하고 싶다. 즉 그 무엇과 대면하는 것을 지연하거나 회피하기 위해 그 무엇을 불가능성의 차원으로 올려놓는 것이야말로 이데올로기적이다. (슬라보예 지젝, 「지젝 - 정신분석과 포스트모던 이데올로기 비판」,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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