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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허수경 산문집(양장)

저자
허수경 지음
출판사
난다 | 2018.08.08
형태
페이지 수 320 | ISBN
ISBN 10-1188862162
ISBN 13-9791188862160
정가
16,0001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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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 안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리움에 대하여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2003년에 펴낸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으로, 제목을 바꾸고 글의 구성과 책 표지 등을 변경해 1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독자들과 만난다.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과 우리 사람과 우리 시를 그토록 뼈저리게 사랑했던 저자가 이 땅을 떠나 막막한 독일 땅에 혼자 던져지게 되면서 자기 안에 고이게 된 이야기를 특유의 시와 같은 사유로 풀어놓은 총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더 이상 이 지상에 없던 마당을 가꾸고,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이라고 이야기하고, 지상의 삶과 지하의 삶이 그렇게 맞닿아 있다고 말하며 한국을 떠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손에 쥐고 있던 저자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사람을 휘게 하고, 구부리고 구부려서 끝끝내 부러지게 하지 않고, 모두 원으로 둥글려놓으며 우리에게 일찌감치 죽음을 공부시키고 훈련시킨다.

저자소개

저자 허수경

저서 (총 28권)
허수경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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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개정판 서문 ···························· 4
초판 추천사 ···························· 6

001―이름 없는 나날들 ······················ 15
002―마당 있는 집 ························ 16
003―동화라구요? ························ 17
004―정원사의 영혼 ······················· 18
005―꽃밥 ··························· 19
006―막걸리 속의 꽃잎 ······················ 20
007―가네쉬의 코끼리 머리 ···················· 21
008―작은 사람 ························· 22
009―늙은 학생 ························· 24
010―입맛 ··························· 26
011―썩어가는 쇠고기, 찢긴 인형 ·················· 27
012―대구 촌놈, 코스모폴리탄 ··················· 28
013―노란 잠수함 ························ 30
014―아픈가, 우리는?······················· 31
015―오래된 허기 ························ 32

첫번째 편지 : 베트남 요리책―이문재 시인에게 ··············· 33

016―시커먼 내 속 ························ 43
017―노새 이야기 ························ 44
018―증기 기관을 와트의 아버지가 아니라 와트가 발명한 까닭······ 46
019―묘비 없는 묘비명 ······················ 47
020―내 속의 또다른 나 ······················ 48
021―살아 있는 도서관 ······················ 50
022―이건 죽고 사는 문젠데 ···················· 51
023―가소로운 욕심 ······················· 52
024―베를린 시장 ························ 54
025―누구도 아님의 장미 ····················· 55
026―소녀 전사 ························· 56
027―종교의 중립성 ······················· 57
028―점심 비빔밥 ························ 58
029―별들은 ·························· 59
030―어두움, 사무침 ······················· 60

두번째 편지 : 수메르어를 배우는 시간―차창룡 시인에게 ··········· 61

031―비단집 ·························· 70
032―곰이 또 실수를 했나?····················· 71
033―처음 본 죽음 ························ 72
034―내가 날씨에 따라서 변하는 사람 같냐구요?············ 74
035―마음속의 등불 ······················· 76
036―축제 ··························· 77
037―단풍 ··························· 78
038―지구는 둥글다 ······················· 79
039―냉전 시대, 복제 인간····················· 80
040―욕지기 ·························· 82
041―날틀 ··························· 83
042―우리 모두는 ························ 84
043―북경오리 만드는 법 ····················· 85
044―살아가는 조건을 밝히는 숫자 ················· 86
045―간 먹는 계모 ························ 88

세번째 편지 : 발굴을 하면서 빛에 대하여 생각하기―김지하 선생님께 ······ 89

046―가족계획 실천 마을 ····················· 99
047―품종 개량························· 100
048―평화주의자 ························ 101
049―새장 ··························· 102
050―오스턴 ·························· 104
051―상처의 어두움 ······················· 106
052―불안한 날························· 107
053―모든 것의 시작을 좇는 자 ·················· 108
054―예쁜 뒤꼭지 ························ 109
055―진흙 개·························· 110
056―어이, 탑골이야······················· 112
057―잡초를 위하여 ······················· 114
058―호박잎 바나나잎 ······················ 116
059―울고 있는 마리아······················ 117
060―엘람인들의 비둘기국 ···················· 118

네번째 편지 : 종 모양의 토기, 그리고 과거를 바라보기, 아니 지나간 시간을
소처럼 우물거리기, 벗들을 그리워하기―주인석 벗에게·········· 119

061―하늘길, 지상길······················· 127
062―거품의 눈물 ························ 128
063―목장우유 ························· 129
064―사라의 집························· 130
065―고마웠다, 그 생의 어떤 시간 ················· 131
066―문화인 ·························· 132
067―하마 이야기 ························ 133
068―고추 말리는 마을······················ 134
069―목마름 ·························· 135
070―나는 단 한 번도 ······················ 136
071―새의 풍장························· 138
072―죽음을 맞이하는 힘····················· 139
073―호상 ··························· 140
074―인생? ·························· 142
075―호머 심슨의 세계······················ 144

다섯번째 편지 : 킬링 슈트라세, 양파 썩는 냄새가 나던 집 ········· 145

076―에어리어 51························ 164
077―부정 ··························· 165
078―광우병 ·························· 166
079―누워서 바다를 지나가기 ··················· 168
080―내 친구 히틀러? ······················ 170
081―원자력 발전소를 지나며 ··················· 171
082―끓인 맥주························· 172
083―목련꽃 그늘에 누워····················· 173
084―이 지상의 집값······················· 174
085―이른 봄 음식 ······················· 176
086―말, 말 ·························· 178
087―산지기의 집 ························ 180
088―전쟁과 졸업 ························ 182
089―그것 ··························· 184
090―지극한 마음 ························ 185

여섯번째 편지 : 기숙사의 봄을 맞으며 떠나올 때를 생각하기,
혹은 아직 낯선 곳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기―혜경에게······· 187

091―무소식 ·························· 194
092―팥죽 이별························· 195
093―유등놀이 ························· 196
094―피냄새 나는 이름들····················· 198
095―살기 좋은 곳 ······················· 200
096―옛날이 가지 않는 이름 ··················· 202
097―건조한 초원 지역의 목화밭·················· 204
098―독재자 ·························· 205
099―어느 측량사의 여행 가방 ·················· 206
100―전갈에게 물린 남자····················· 208
101―결정적인 순간을 앞에 두고 도망치기·············· 211
102―동백꽃 ·························· 212
103―공부할 만한 사람······················ 213
104―중세의 조건 ························ 214
105―보기에 민망하다, 고 느끼는 나는? ··············· 216

일곱번째 편지 : 난쉐와 그 여신이 보호했던 많은 이를 위하여 ······· 217

106―한 달 생활비 ······················· 226
107―인간이 점치지 못하는 일 ·················· 227
108―옛 동독 지방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228
109―칠성사이다 ························ 229
110―물고기떡 ························· 230
111―환한 멸치볶음 ······················· 232
112―한국 식품점 ························ 233
113―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 ·················· 234
114―도라지꽃 ························· 236
115―동생 ··························· 237
116―크리스마스 저녁 ······················ 238
117―거울을 바라보기 ······················ 239
118―미라 ··························· 240
119―아들과 아버지 ······················· 242
120―압살라 ·························· 243

여덟번째 편지 : 잊음을 위한 권유··················· 245

121―그러던 시절 ························ 255
122―어머니의 보통학교 동창회 ·················· 256
123―교양 부족························· 258
124―호적 등본························· 260
125―나를 위해서만 사는 삶 ··················· 261
126―그 사랑 노래 ······················· 262
127―길모퉁이의 중국 식당···················· 264
128―생선 ··························· 265
129―정선 아리랑 ························ 266
130―아직도 아가인 사람의 마음 냄새 ··············· 268
131―울산바위 ························· 269
132―쓰레기 고고학 ······················· 270
133―사진 한 장 ························ 272
134―청금석 ·························· 274
135―통일 후·························· 276

여덟번째 편지 : 이방에서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기, 친해지기,
마음속으로 들어앉히기 ····················· 279

136―베두인의 치즈 ······················· 302
137―내 마음속의 시장······················ 304
138―바론 호텔························· 306
139―우울했던 소녀 ······················· 308

발문 가장자리에서부터 종이가 울었습니다―수경 선배에게┃박준(시인) ···· 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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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

2018년 8월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를 펴냅니다. 이 책은 2003년 2월에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기도 합니다. 제목을 바꾸고 글의 넣음새와 책의 만듦새를 달리하여 15년 만에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은 시인의 요청에 의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지난 2월 시인이 알려온 자신의 아픈 안부와 더불어 단단한 당부가 제게 남았던 것입니다. 말기암을 앓고 있다고 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에 뿌려놓은 제 글빚 가운데 제 손길이 다시 닿았으면 하는 책들을 다시 그러모아 빛을 쏘여달라는 짧은 편지였습니다.
일체의 망설임도 보이지 못하고 재차 물음도 건넬 수가 없었습니다. 시인이 머물고 있는 그곳, 독일의 뮌스터에서 홀로 제 생을 정리하고 싶다며 아주 단호하게 그 어떤 만남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는 수 없이 아주 간간 어렵사리 시인과 통화를 하며 책을 만들어나갔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책을 쓴 시인이나 이 책을 읽은 저나 이 책이 나온 직후부터 너무 이 책을 사랑해왔기 때문에 그간 자주 대화를 나눠왔다는 기억에 기댈 수 있었던 안도였습니다.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김혜순과 김사인, 두 시인이 멀리 독일에서 어렵사리 공부하는 후배 시인을 위해 부모된 마음을 얹어주셨지요. 이번 책에는 신용목과 박준, 두 시인이 멀리 독일에서 극한으로 앓고 있는 선배 시인을 위해 자식된 마음을 바쳐주었고요.
워낙에 시인 좋아하는 시인이라 이 네 명의 시인이 평생 제 책 안에 머물게 됨을 보고 참 든든해했습니다.

이 책은 시인이 쓴 총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과 우리 사람과 우리 시를 그토록 뼈저리게 사랑했던 시인이 이 땅을 떠나 우리 자연이 아닌 우리 음식이 아닌 우리 사람이 아닌 우리 시가 아닌 막막한 독일땅에 혼자 던져지게 되면서 제 안에 고이게 된 이야기들을 특유의 시와 같은 사유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얼마나 배고플까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서러울까 하는 모든 상황을 건너서서 섬?섬? 놀라게 되는 문장들을 마주할 때가 대부분인데, 그때마다 내가 주춤하게 된 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인이 쥐고 있는 손수건이 '죽음'이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지요. 아, 한국을 떠나는 순간 시인은 죽었구나. 그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니까 거죽은 그대로 둔 채 삶과 죽음을 겁도 없이 오갈 수 있었던 거겠구나. 이 시인의 시가 언제듯 통곡의 가락일 수 있는 연유는 예 있었겠구나.

“더이상 이 지상에 없던 마당을 가꾸던 사람”, “나는 더 혼자이다”라고 말하는 사람, “사는 힘도 힘이지만 죽음으로 가는 힘도 힘”이라 말하는 사람, “지상의 삶과 지하의 삶이 그렇게 맞닿아 있다고”고 말하는 사람, “되돌아보면 아무 일도 내 인생에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꼭 다시 만나자, 네가 돌아오는 그날까지……”라고 말하는 사람, 시인 허수경.

사람 허리 창자를 끊을 만큼 무시무시한 말들인데 듣다 보니 묘하게 단련이 되는 것이, 그리하여 납득이 되는 것이, 우리에게 ‘죽음’을 일찌감치 공부시키고 훈련시켜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이게 받아들이게도 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사람을 휘게 하는구나, 구부리고 구부려서 끝끝내 부러지게 하지 않는구나, 모두를 원으로 둥글려놓는구나, 원이 원일 때 합하기도 좋게끔 그리 우리를 유연하게 하는구나.

허수경 시인에게 쓴 박준 시인의 편지에서 이 부분에 굵게 밑줄을 그었습니다. “그래도 시만한 선물은 없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선배의 선물을 저만 받은 것이 아니라 세상의 사람들이 함께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같은 것으로 보답을 드리고도 싶습니다. 선배의 것을 선배에게로.”

“고마웠다, 그 생의 어떤 시간”이라지만 나는 이 시간의 다른 이름이 ‘영원’임을 압니다.

책속으로

밤에 마당에 서 있으면 흰 꽃들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 꽃은 희게 빛난다. 문득 하늘을 본다. 하늘길 위를 비행기가 엉금엉금 걸어가고 있다. 하늘이 길인 것이다. 땅만큼 길인 것이다. 언젠가 하늘길을 다시 밟을 때 어둠 속에서 이 흰 꽃들을 다시 보았으면 좋겠다. 사무치는 빛. 그러면 하늘길을 돌아 지상의 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기에…… 하늘에 묻힐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늘길, 지상길」 전문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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