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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 스님의 미소'인 까닭

파이미디어 | 2009.08.24 14:59

[북데일리] 냉면의 계절 여름이다. 냉면을 좋아하는 이들은 맛있는 냉면집을 찾아다닌다. 마치 청국장 애호가가 토속의 진국 청국장 집을 찾아다니듯 말이다.

쫄깃쫄깃한 면발에 시원한 육수가 생명인 냉면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평양냉면이다. 평양사람은 국수틀을 아예 솥 위에 걸쳐놓았을 정도로 냉면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냉면 이야기는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화제의 다규멘터리 < 누들로드 > 에도 당연히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 영상물은 방송이 되기 전에 세계 10개국에 판매가 될 정도로 주목을 받았으며, 올해 초 방송된 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 누들로드 > 가 활자로 출간(예담. 2009) 되었다. 영상에서 다 하지 못한, 흥미진진한 국수 탐험 담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책에 따르면 냉면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고종이다. 그 역시 냉면을 아주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종은 또한 커피를 좋아했다. 냉면 한 그릇에 커피 한잔. 그 순간만큼은 걱정과 시름의 양이 줄었을 터이다. '누들로드'의 진행자였던 켄 홈 역시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국수로 냉면을 꼽았다.

켄 홈은 한국의 냉면에 대해, 얼음까지 넣어 국수를 차게 먹는 나라는 없다고 했다. 옛날 문서에 따르면 냉면은 한민족이 겨울철에 가장 많이 먹던 음식으로 기록되었다. 추운 겨울임에도 냉면을 차갑게 해서 즐겼다. 왜 우리나라만 냉면을 그렇게 먹을까.

< 누들로드 > 는 음식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한겨울에도 부서진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를 즐긴다. 바로 이 시원한 냉 김치 국물 문화가 냉면을 차갑게 먹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책엔 국수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저자는 혼슈 중서부에 있는 후쿠이현의 유명사찰 '에이헤이사'에서 깜짝 놀랄 모습을 봤다. 절에서는 음식 먹는 시간 역시 고요한 침묵의 연속이다. 밥을 먹으면서 소리를 내선 안된다. 그런데 에이헤이사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른 음식과 달리 국수를 먹을 때 '후루룩' 소리를 내며 면을 먹었다. 승당 안은 수십 명의 승려들이 면을 빨아들이는 소리로 요란했다."

더구나 예전엔 일반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국수를 먹었다고 한다. 일본의 한 요리전문가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국수를 먹을 때만큼은 금기를 깰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스님들은 해방을 느낀다고 합니다"

한가지 스님과 국수에 관한 지식. 스님들은 국수를 '승소'(스님의 미소)로 부른다. 스님들이 국수만 보면 좋아서 웃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운문사 선재스님의 말.

"국수에는 육식을 하지 않아 스님에게 결핍되기 쉬운 '글루텐'이란 단백질이 많아서 국수만 보면 몸이 당기거든요. 그래서 국수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서 미소를 짓게 돼 승소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 누들로드 > 는 '세상에서 국수를 가장 처음 먹은 사람을 누구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저자 이욱정PD는 2005년 영국의 한 누들바에서 수많은 손님들 사이에 있는 일본식 라면을 보았다.

"육수 속에 잠겨 소용돌이치듯 엉켜 있는 면의 모양이 새삼 기묘하게 보였다. 순간 아시아뿐만 아니라 런던의 중심가에까지 뿌리내려 사랑받고 있는 이 기이한 형태의 음식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지구상에 국수가 처음 등장한 때는 언제일까. 어디에서, 누가 처음 국수를 만들었을까?"

저자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1년여 동안 관련 자료를 찾았다. 그러던 중 네이처(Nature) 지를 통해 발표된 중국 칭하이성 황허 유역의 '라자' 유적에서 발굴된 '인류 최초의 국수'에 관한 기사를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그는 국수가 뻗어나간 경로를 추적하여 국수에 관한 역사적, 문화적 지도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사내 기획공모에서 당선됐다. 이후 그를 기다리는 건 2년 여 시간과 10개국의 길고 흥미로운 여정이었다.
다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아시아인에게 국수는 영혼을 담은 음식'이라는 멋진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됐다.

요즘 도심에선 맛있는 냉면 집 찾기가 녹록하진 않다. 하지만 이 더위에, 새콤 달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로 즐겁다.

김지우기자 / dobe0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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