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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에 1조 손실...`골드만삭스의 굴욕` 전모

파이미디어 | 2007.08.28 10:26
[북데일리] 지난 7월 24일 장중한때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넘었다. 꿈의 주가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선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는 축하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보름 후. 주가는 16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그야 말로 “봄날은 짧았다”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악재는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제도는 대출이 쉬운 반면 이자율이 높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 이는 곧 대출금 연체로 이어져 해당 투자펀드가 파산 위기 처하며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한마디로 가문의 위기. 설상가상으로 집안분위기 파악 못하고 막나가는 문제아가 있어 충격을 더한다. 바로 세계굴지의 투자회사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에쿼티 오퍼튜니티즈 펀드’가 그것. 금융과학의 정점이라며 자신 있게 등장한 이 ‘퀀트(Quantitative)펀드’는 8월 둘째 주에만 무려 14억 달러, 우리 돈 1조 3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이 재앙이 현재의 위기 요인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 이 사태가 속칭 ‘골드만삭스의 굴욕’이라 불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순간 유망 투자 상품에서 한낱 골칫덩이로 전락한 ‘퀀트펀드’란 무엇일까. 또한 그것이 순식간에 주저앉아 몰락의 기미를 보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마침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퀀트(Quant)>(승리. 2007). 부제는 ‘물리와 금융에 관한 회고’로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금융공학자 이매뉴얼 더만(이하 이매뉴얼)이 쓴 자서전 형식의 이론서이다. 공교롭게도 그는 골드만삭스의 전무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경험이 있어 주목을 끈다.

먼저 목차를 보자. 물리학자의 길, 산업 세계, 다시 상아탑으로, 이렇게 세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이것은 저자의 인생여정의 큰 변화를 나타내는 동시에 퀀트의 역사를 암시한다. 이제 이를 염두에 두고 책장을 술술 넘기면 한 사람의 인생과 금융시장의 큰 물결을 만나게 된다.

때는 1980년대, 월스트리트에 물리학자들이 대거 몰려들기 시작한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이론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매뉴얼도 그 중 한명. 순수물리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눈에 보이는 산업 세계에 발을 디딘 이들은 퀀트라는 신조어로 불리며 이내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꾼다.

가장 큰 변화는 정량(定量)금융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모델(프로그램)의 탄생에서 나타난다. 증권의 가치를 판별하는 이 모델은 기존 투자가의 예측에 의존하는 주식거래 시스템 자체를 바꾼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면 레시피(recipe. 조리법)에 비유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당신을 과일샐러드 제조업자로 사과와 오렌지를 섞어 만든 통조림을 생산한다고 가정하자. 설명을 간단히 하기 위해 주재료인 과일만 고려한다. 최초 조리법의 사과 대 오렌지 비율은 반반. 하지만 사과 값이 오르자 그 비율을 줄이고 오렌지의 비율을 높이며 조리법을 부분 수정한다.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 재료의 전체 양이 결정하는 판매가를 유지하며 일정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이다.

이 단순한 비율조정법이 퀀트가 만들고 발전시킨 ‘블랙-숄스 방정식’이다. 실제로는 더 복잡하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과일통조림 조리법과 같이 주식을 배분해야 한다. 즉, 해당 주식이 고평가되면 팔고, 저평가되면 추가 매수해 전체 규모는 유지한 채로 이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상당히 안정적인 투자전략으로 보이며 최근까지 순항중이였다.

하지만 결국 퀀트펀트는 몰락했다. 이론대로 저평가된 주식을 무조건 사들인 것이 문제였다. 감정을 가진 투자자는 폭락장의 주식 매입을 꺼린다. 시장을 정성(定性)적으로 예측하고 모험을 꺼리기에 당연한 결과다. 반대로 퀀트가 만든 이론모델은 양(量)만을 보고 설계대로 매수에 나선다.

이때 그 주식에 폭락을 거듭한다면 어떨까. 극단적으로 가격이 제로가 될 때까지 매입만하다 소멸될 수도 있다. 물론 우량주 위주로 매입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예상이지만 퀀트펀드의 맹점은 명백히 드러났다. 이것이 곧 ‘골드만삭스의 굴욕’ 사건의 전모다.

현재 이매뉴얼은 한때 물리학자의 길을 열어준 모교 컬럼비아대학에 있다. 지도 과목은 물리학이 아닌 금융공학이다. 이렇게 그는 잘나가던 월가를 버리고 다시 상아탑으로 돌아온 다. 퀀트와 그들이 주도하는 정량금융의 한계를 체감한 탓이다. 그 한계는 곧 물리학과 경제학의 차이로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

‘물리학은 조물주가 만들어 낸 세상의 비밀을 알아내는 학문이고 경제학은 그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학문이다. 물리학은 지레짐작의 경우에도 불변의 진리를 찾는 것이고 경제학은 변덕스러운 인간을 대상으로 가정한다. 이 둘의 차이는 신과 인간의 본질에서 확연하다. 다시 말해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반면 인간은 그렇지 않다.’

끝으로 그는 퀀트에게 괴테가 되라고 제안한다. 예술과 과학 양쪽에 업적을 남긴 괴테처럼 대상을 최대한 아름답게 최대한 있는 그대로 파악하라고 말한다. 이로써 경제학을 진리가 아닌 인간사 자체로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따끔하지만 애정 어린 충고다.

[이광준 시민기자 yakwang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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