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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탐구]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경향신문 | 2012.03.02 20:17

2007년 7월 개신교 샘물교회 소속 신도들이 분쟁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활동을 갔다가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을 벌인 끝에 대부분 무사히 귀국했으나, 일부 피랍자는 살해됐다. 이들은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음에도 무리하게 출국을 감행했다가 화를 당했다. 이후 한국 교회의 공격적 선교 방식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리처드 도킨스의 < 만들어진 신 > 한국어판이 같은 달에 출시된 것은 기막힌 우연이었다. 도킨스는 < 이기적 유전자 > 로 한국에서 유명한 데다 < 만들어진 신 >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 화제를 모으던 터였다. 그러나 604쪽에 달하는 두툼한 종교비판 서적이 16만부나 팔려나가리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어판을 출판한 김영사의 김윤경 편집부장은 "도킨스는 뛰어난 과학자인 동시에 좋은 글솜씨까지 갖고 있어 < 만들어진 신 > 의 완성도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면서도 "종교계의 반발은 우려했다"고 말했다.

이 책을 번역한 이한음씨는 도킨스의 글과 논리가 "깔끔하고 명쾌하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신학적 논의를 전개할 때도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윤경 부장은 "도킨스는 충성독자층을 가진 저자"라며 "2009년에 나온 < 지상 최대의 쇼 > 도 2만5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5만부 이상 판매됐다"고 밝혔다.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 만들어진 신 > 에 대해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과학자가 종교를 객관적으로 비판한 흔치 않은 책"이라며 "이 책 이후 무신론자인 과학자들이 종교를 비판하는 책들을 봇물처럼 냈다"고 말했다.

도킨스가 < 만들어진 신 > 을 저술한 계기는 9·11 테러였다. 이슬람교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에 미증유의 테러를 감행했고, 부시 정권은 개신교 신앙심과 애국심에 기반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반격했다. 장대익 교수는 "역사적으로 무신론자들은 많았지만 종교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9·11 테러 이후 종교를 가만히 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제3시대 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인 김진호 목사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한국 사회에도 많이 퍼져있었는데, 도킨스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데 좋은 도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만들어진 신 > 이 화제가 된 책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내용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김진호 목사는 "무딘 대상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휘둘렀다"고 표현했다. < 만들어진 신 > 이 비판하는 것은 대체로 근본주의 기독교인데, 도킨스처럼 고급 과학 지식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근본주의의 기반은 워낙 허약하다는 것이다.

안기석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역시 "도킨스는 오로지 근본주의자들이 이해하고 있는 신을 모든 종교의 본질로 생각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의 신 이해는 역설적으로 근본주의자를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참된 종교의 경전과 위대한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신을 존재물로 형상화하거나 특정한 개념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해왔다"며 "인류는 권위주의와 억압, 부패 등으로 얼룩진 제도 종교의 구조물 밑으로 이웃을 향한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 강처럼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킨스의 주장처럼 종교는 사라져야 할 '망상'에 불과할까.

김진호 목사는 "건강한 기독교도들이 포용할 수 있는 종교비판이 있으면 근본주의는 자연스럽게 위축될 것"이라며 "자본과 제국의 횡포에 대한 저항같이 종교인과 비종교인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장대익 교수는 "계몽을 통해 종교라는 망상을 없앨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종교를 없애려 하기보다는 더불어 사는 삶,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같이 종교 본연의 역할을 잘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들어진 신' 어떤 내용인가

< 만들어진 신 > (원제 The God Delusion)은 미국의 작가 로버트 퍼시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 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옥스퍼드대 석좌교수인 리처드 도킨스(69)는 < 만들어진 신 > 을 "무신론자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현실적인 열망이고, 용감한 행위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썼다"고 밝힌다.

도킨스는 종교가 세상 속 많은 악의 근원 중 하나이며, 종교가 없었다면 자살 폭파범, 9·11 테러, 런던 폭탄 테러, 십자군, 마녀 사냥도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무신론자임을 주장하면 과거의 유색인종이나 동성애자와 같은 탄압을 각오해야 한다. 도킨스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 맞서 '무신론자의 자긍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도킨스는 신이 생물계의 복잡성을 만들었다는 지적설계론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또 토마스 아퀴나스, 성 안셀무스, 파스칼 등 신의 존재를 옹호하는 사상가들을 논박한다. 이들이 증명한 신이란 잘못된 믿음이 주는 환각(delusion)일 뿐이라는 것이다.

집단의 환각일 뿐인 신을 믿음으로써 인류는 때로 커다란 비극을 경험하기도 했다. 종교는 강자가 약자를 쉽게 억압하기 위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해왔다. 잘못된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쟁에 나간 사람은 많아도, 믿음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전쟁에 나간 사람은 없다.

지구 나이가 1만년이라는 창조론의 가르침을 강요당한 나머지 혼란에 빠진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의 사례도 소개된다.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슬람 국가 시민, "조지 부시는 미국 투표자 중 다수가 선출한 것이 아니라 신이 임명했다"고 말하는 미국의 장군, "에이즈는 동성애자들을 묵인한 사회에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하는 목사 등은 광신의 나쁜 예다.

물론 종교의 좋은 면도 있다. 하지만 도킨스는 사람들이 종교에 집착하는 주된 이유는 "종교가 주는 위로 때문이 아니라 교육에 따른 무의식적인 수용, 그리고 대안(믿지 않음)에 대한 인식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도킨스는 존 레넌의 유명한 '이매진'을 노래한다. "상상해봐요. 종교 없는 세상을."

'주문을 깨다' 등과 함께 읽으면 유익

과학철학자 대니얼 데닛의 < 주문을 깨다 > (동녘사이언스)는 < 만들어진 신 > 을 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책이다. 종교를 '초자연'이 아닌 '자연' 현상으로 보면서 종교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살핀다. 데닛은 창형흡충이라는 뇌기생충에 감염돼 풀잎을 오르는 개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창형흡충이 자손들을 더 유리한 환경에서 번식시키기 위해서는 소나 양의 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개미가 풀잎 위에 올라 소, 양에게 먹히게 유도하는 것이다. 데닛은 종교가 바로 창형흡충과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제목의 '주문'은 종교를 과학적으로 탐구하려는 시도를 막는 금기를 뜻한다. < 만들어진 신 > 의 출간 이후 종교계의 격한 반발로 도킨스가 수세에 몰리자, 데닛은 < 주문을 깨다 > 를 통해 도킨스를 측면지원했다. 도킨스는 데닛을 자신의 '지적 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다.

< 종교전쟁 > (사이언스북스)은 김윤성, 장대익, 신재식 등 한국의 학자들이 각기 다른 입장에서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살피는 과정을 그렸다. 이들 모두는 한때 비슷한 수준의 기독교 신앙인이었으나, 성장 과정에서 신앙을 벗어나거나 오히려 심화해 받아들였다. 책은 특히 진화론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반응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현대 과학과 신학 양 분야에서 모두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라고 보기 힘든 '창조과학'이 유독 미국,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 신을 위한 변론 >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도킨스류의 무신론과 일부 종교인의 근본주의를 모두 비판한다. 종교를 과학적 가설로 비판하는 도킨스의 무신론 역시 종교적 근본주의의 다른 판본으로 본다. 또 테리 이글턴은 < 신을 옹호하다 > (모멘토)에서 현대 무신론자들의 오해를 지적했다.

<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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