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미국 드라마 '그레이스 아나토미(Grey's anatomy)'는 해부학 교재 '그레이 해부학(Gray's anatomy)'의 제목에서 첫 단어의 'a'를 'e'로 바꾼 패러디 제목이다. 영국에서 1858년 출간된 해부학 저서는 21세기 미국 드라마를 통해 그 이름이 일반인과도 한층 친숙해졌다.
의학 서적 '그레이 해부학'은 영국인 의사 헨리 그레이(1827~1861)가 저술한 백과사전식 해부학 책이다. 의사 겸 삽화가인 헨리 밴다이크 카터(1831~1897)가 그린 정교한 인체 그림이 더해졌고 현대 들어 의학 관계자는 물론 피트니스 전문가와 현대미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 키키 스미스도 탐독하는 등, 의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이 책, '해부학자'는 '그레이 해부학'의 집필 과정을 통해 헨리 그레이의 삶과 해부학의 역사를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는 성장기 때 한동안 의사 지망생으로 인체에 관심을 가졌고 현재 의학-과학 분야의 책을 펴내고 있는 미국인 저술가. 근육 뼈 기관에 대한 수백장의 그림을 수록한 '그레이 해부학' 책을 구입해 수시로 뒤적였다.
저자는 책의 유명세에 비해 전혀 알려지지 않은 헨리 그레이의 삶을 추적한 끝에 해부학자의 전기를 겸한 해부학 저서를 펴냈다. 그레이와 공동 작업하며 신체를 구체적으로 그린 삽화를 통해 의학과 미술을 연계한 헨리 밴다이크 카터의 삶도 새롭게 재조명된다.
저자는 헨리 그레이와 헨리 밴다이크 카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의대 해부학 강의를 청강하며 해부, 해부학자를 구체적으로 연구했다. 두 헨리의 발자취를 집요하게 추적했고, 의대생과 더불어 실습용 시신을 직접 만지며 해부를 직·간접으로 체험했다. 남다른 저자의 노력에 힘입어 해부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고 실감 나게 묘사된다.
시체에서 도려낸 심장을 만지며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느끼는 저자는 반으로 쪼갠 두개골을 대하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한다. 저자는 손을 위아래로 뒤집으며 관찰한 손, 팔의 뼈와 관절을 보며 인체의 경이를 생생히 기록한다.
1594년 파도바대학에서 해부학을 가르치고 배우며 구경하는 '해부극장'이 설립됐다. 극장에서 해부 현장을 구경할 만큼 오랜 세월 매혹적인 구경거리로 여겨져 온 신체 해부는 이 책에서 해부학자의 시각에 따라 또 다른 읽을거리, 볼거리로 재구성됐다.
책에는 16세기 중반 르네상스 시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의 저서인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 속 인체 삽화를 비롯해 심장, 뇌, 간, 피부의 단면도 등 인체 그림이 포함돼 있다.
천연두에 걸린 조카를 돌보다 자신이 천연두에 걸려 34세에 눈감은 그레이스의 자료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저자는 삽화를 맡은 카터의 일기 등을 토대로 해부학 책의 탄생 비화 등을 퍼즐을 맞추듯 그려 냈다. 1852~1856년 그레이와 공동 작업하며 해부학 책의 삽화를 그린 카터는 요절한 그레이와 달리 후에 빅토리아 여왕의 명예시의로 임명되는 등 의학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신세미기자ssemi@munhwa.com
▶< Why? >박근혜가 시장에서 산 풀빵 누가 다 먹었나?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서비스 약관/정책 I 권리침해신고 I 책 고객센터 I 책 서비스 이용 문의
Copyright (c) Daum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위 내용에 대한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자료제공사 또는 글쓴이에 있으며 Daum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