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익현기자]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란 영화가 있다. 신출귀몰하게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는 당돌한 10대 이야기를 다룬 그 영화는 내용만큼이나 '잡을 테면 잡아봐'란 제목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영화에서 가출 소년인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조종사로 위장해 모든 항공 노선에 무임승차하는가 하면, 회사 수표를 위조해 전국 은행에서 140만 달러를 가로챈다.
첨단 보안을 자랑하는 항공사 직원들이 10대 소년에게 무기력하게 속아넘어가는 것이 다소 의아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프랭크는 항공사의 기본 시스템을 숙지한 덕에 전혀 의심을 받지 않고 맘대로 휘젓고 다닐 수 있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던 케빈 미트닉이란 해커가 있다. DEC, 모토로라, 썬 등 당대 최고 IT 기업들의 전산망을 제 집 드나들 듯했던 희대의 해커였다. 미트닉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 못지 않은 신출귀몰한 솜씨로 경찰의 추격을 따돌렸다.
하지만 미트닉은 결국 1995년 2월 자신을 끈질기게 추격한 FBI 수사관에서 체포된다. 그리곤 5년 동안 꼬박 감옥 생활을 한 뒤 2000년 1월 출감했다. 출감 이후에도 컴퓨터, 인터넷 사용이 철저하게 금지됐다. 경찰에겐 그만큼 위험한 인물이었던 셈이다.
은 실존하는 최고 해커로 꼽히는 케빈 미트닉의 자서전이다. "웬 범죄자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미트닉은 지금은 미트닉 보안컨설팅이란 회사를 통해 보안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사회공학'이란 용어다. '사회공학의 귀재'로 통하는 미트닉은 이 책에서 실제로 사회공학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 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무용담을 자랑하기 위한 건 아니다. 무방비 상태로 뻥뻥 뚫리는 보안 담당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해킹 피해를 막을 수 있을 지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일급 해커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는 지 알아야만 해킹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트닉은 사회공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말투나 몸짓을 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이렇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남을 흉내내는 행동을 익히고 연습하게 된 셈이다. 이런 행동을 사회공학이라고 부른다. 사회공학은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여서 평상시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전혀 의심을 사지 않으면서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을 말한다." (26쪽)
실제로 미트닉은 기업의 보안 관리자들을 부하직원처럼 마음대로 조종했다. FBI가 포위망을 좁혀올 때는, FBI 정보원을 역이용해 한 발 앞서 도망갔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건 첨단 해킹기술 못지 않게 사회공학적인 수법에 능통한 덕분이었다.
이 책의 더 큰 매력은 '재미'다. 흥미진진한 스릴러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FBI 수사관들과 미트닉의 불을 뿜는 두뇌 싸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서 벗어나는 신출귀몰한 모습. 특급 해커의 허를 찌르는 상상력과 기술들이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은 지난 해 출간되자 마자 아마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자칫 블랙 해커의 무용담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이 책이 인기를 누린 이유는 뭘까? 스릴 넘치는 서술과 함께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해킹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해킹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제 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하더라도 보안 교육을 소홀히 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케빈 미트닉이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도 바로 그 부분이 아닐까?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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