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수한 차림으로 우주의 비밀을 이웃 동네 이야기 들려주듯 풀어내던 과학자 칼 세이건의 책을 읽으면 왠지 갑갑한 가슴에 한줄기 바람이라도 불어오는 듯했다. 그의 책이 읽히던 때가 모든 게 꽉 막힌 것 같던 1980년대 초였기 때문에 더 그랬을까. 스티븐 제이 굴드의 생물학 에세이는 또 얼마나 감칠맛 났던가.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떠났다. 그렇다고 재능 있는 과학 저술가를 모두 잃은 건 아니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은 <이기적 유전자>로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은 때로 정치보다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도킨스가 지난해 펴낸 신간이다. <눈먼 시계공> 같은 책 때문에 그는 창조론자들과 맞대결하는 논쟁가이자 투사의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번 책은 다르다. 청소년부터 읽을 수 있도록 역동감 넘치는 삽화, 사진을 곁들여 과학의 개념을 쉽게 풀어 소개한다.
모두 12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단원의 제목만 두고 본다면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과학 도서와 다를 것 없어 보인다.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종류의 동물이 있을까?' '태양이란 무엇일까?'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 '현실이란 무엇인가? 마법이란 무엇인가' 등에서 맨 마지막 장 '기적이란 무엇일까?'까지 나아가다 보면 이 책이 문명사적 차원까지 겨냥한 독특한 과학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과학의 세계란, 당연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물론 인류 역사에 대해 일일이 간섭한다. 모든 일이 과학인 것이다. 사람들은 왜 나쁜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한다. '머피의 법칙'도 한 가지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과학적으로 그런 설명은 '난센스'고 '쓰레기'다. '나쁜 일도 좋은 일도 확률에 의거해 응당 벌어져야 하는 횟수보다 더 많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을 도킨스는 쉬운 확률의 원리로만이 아니라 생물계의 포식, 기생, 숙주, 경쟁의 행태를 다양하게 동원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모든 세대의 독자들을 위한, 정말 쉽고 재미있게 쓴 과학 입문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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