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 이상 성인 1명당 338잔. 지난달 27일 관세청이 발표한 '최근 커피시장 수입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커피수입액은 2007년 2억3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1700만 달러로 210.7% 증가했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38잔으로 5년 전 207잔 보다 131잔을 더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2~3년 전의 '된장녀 논란'이 무색할 정도로 점심 식사후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길게 줄을 선 직장인들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세계 20여개국에서 출간된 < 올 어바웃 커피 > 는 와인에 이은 '제2의 신이 내린 음료'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기까지 커피의 역사를 들여다 본 책이다. '전세계 100만 바리스타의 필독서'라는 부제가 붙었지만 인문과 역사의 옷을 입힌 커피 이야기는 일반인들에게도 술술 읽힌다.

■신부에게 커피를 허하라
커피의 발상지는 이슬람 문화권. 금지와 허용을 오가는 부침을 겪기는 했지만 세상에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아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오로지 커피를 마시기 위해 구걸에 나서는 사람도 흔했다. 당시 오스만제국에서는 남편이 부인에게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하거나 부족하게 대접할 경우 이혼사유가 됐다. 또 남자들은 결혼식에서 '신부가 커피 없이 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란 서약을 해야 했다.
■사탄의 음료에서 신의 음료로
16세기 후반 서유럽에 전파된 커피는 기독교 광신도들에 의해 추방당할 위기에 빠진다. 일부 성직자들이 커피를 '사탄의 음료'라고 비난하며 교황 클레멘트 8세에게 음용금지를 호소한 것. 커피는 사탄이 자신의 추종자인 이슬림교도들에게 허용한 지옥처럼 시커먼 즙이란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교황은 사탄의 음료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커피 맛을 본 교황의 말씀. "어째서 사탄의 음료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교도들만 이를 즐긴다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당장 커피에 세례를 내려 사탄을 쫓아내고 이를 진정한 기독교의 음료로 명할지어다."
■미국, 차 대신 커피를 마시다
영국인들이 홍차를 마시는 것과 달리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에서는 커피를 즐긴다. 미국 독립혁명의 시발점이 된 '보스턴 차 사건'은 커피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다. 이 사건 이후 차와 홍차에 대한 미묘한 편견이 미국인들 사이에 생겨났고 관습을 바꾸면서 커피는 '미국인의 아침 식탁의 제왕'으로 떠올랐다. 이후 미국이 세계의 초강대국이 되면서 커피는 세계인의 음료로 자리를 굳힌다. 만약 보스턴 차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 거리 곳곳에 커피전문점 대신 홍차 전문점이 즐비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혁명을 부르는 음료
커피의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커피가 전래되는 곳마다 혁명이 불붙었다는 점이다. 시내 전체가 커피하우스가 되다시피 한 대혁명 직전의 파리가 대표적이다. 커피의 유행은 대개 커피하우스의 유행으로 이어졌다. 17세기 영국에서 커피하우스는 '1페니 대학'으로 통했다. 이용료 1페니를 내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했고, 대화와 논쟁을 즐길 수 있는 배움터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런 것이 아니더라도 각성의 효과와 묘한 이미지로 인해 사람들을 사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커피는 급진적인 음료다. 세 집 건너 한 집일 정도로 커피하우스가 즐비한 오늘날 한국에서 커피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세상의 아침. 542쪽. 1만8000원
< 조진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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