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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탐구]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경향신문 | 2012.07.20 21:14

21세기 인기 경영서 저자들 중에는 기자 출신이 많다. 언론사에서 대중적인 글쓰기 감각을 익힌 이들은 전문용어 대신 내러티브로 경영학 이론을 풀어냄으로써 경영학 교수나 기업인 출신 저자들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 의 토머스 프리드먼(59), < 롱테일 경제학 > 의 크리스 앤더슨(51),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48)이 그 대표다. 최근 출간된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의 < 경영의 대가들 > 은 이들을 언론인 세계의 "퍼스트 클래스 승객"이라고 표현했다. 언론사들이 경영과 영향력 면에서 쇠퇴기를 걷고 있지만, 이들 기자 출신 구루에게는 각 출판사들이 수백만달러의 선인세를 주면서 계약서를 내민다. 울드리지는 MBA나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가지지 않은 이들 기자 출신 구루가 폐쇄적이던 경영 이론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오래된 원죄인 단순화와 과장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글래드웰은 '황태자' '록스타'로 불릴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세번째 책 < 아웃라이어 > (김영사)는 이미 궤도에 올라 있던 글래드웰의 인기를 더욱 확고히 했다. 2008년 미국에서 나온 < 아웃라이어 > 는 이듬해 한국에서 번역돼 4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아웃라이어(Outlier)'의 사전적 의미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다. 글래드웰은 이를 '보통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확장시켰다. < 아웃라이어 > 는 성공의 비결을 살피는 자기계발서인 동시에 이를 가능케 한 사회·문화적 요인을 살피는 경영서다.

< 아웃라이어 > 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의 비결은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통상 어느 사람의 성공은 타고난 지능, 재능, 개인의 열정 등에 힘입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글래드웰은 사회가 주는 '특별한 기회'와 '역사·문화적 유산'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들 중에는 1분기에 태어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유소년 아이스하키 리그가 1월1일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하기 때문에 같은 해 출생자들 중에서도 발육 수준이 좋은 1~3월생이 코치 눈에 들어 좋은 훈련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들은 대부분 195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이들은 모두 최초의 개인 컴퓨터가 판매되기 시작한 1975년에 20대 초반이 됐다. 낡은 패러다임에 매몰돼 있을 만큼 나이가 많지도, 본격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할 만큼 어리지도 않은 이들은 컴퓨터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쳤다.

성공하기 위해선 재능뿐 아니라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서 글래드웰은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한다. 특정 분야에서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가량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밴드 비틀스는 독일 함부르크의 싸구려 클럽 등지에서 주 7일 연주했다. 그들이 본격적인 성공을 거두는 1964년까지의 연주 시간이 대략 1만 시간이었다. 청소년 시절의 빌 게이츠는 새벽마다 인근 대학의 컴퓨터실에 잠입해 프로그래밍에 몰두했다.

책 후반부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제시된다. 아시아인들이 수학을 잘하는 이유는 쌀농사, 그리고 언어 덕이다. 쌀농사는 그 어떤 농사보다 세심한 손길과 인내력이 필요한데, 여기서 비롯된 부지런함이 수학 문제를 푸는 지구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자에서 비롯된 숫자는 십일, 십이 하는 식으로 논리적이고 규칙적이지만, 영어권의 숫자는 eleven, twelve같이 불규칙적이다. 서양 아이들에게 산수는 작위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아시아 아이들은 규칙적인 숫자 체계 아래서 쉽게 산수를 배운다.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 사건도 아시아 문화권의 관습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된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이 같은 문화는 기장, 부기장 사이에도 적용된다. 당시 대한항공 여객기의 기장은 줄곧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었지만, 부기장은 이를 눈치챘으면서도 명시적으로 기장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결국 조종실 내 의사소통의 부재는 참사로 이어졌다.

김은섭 경제·경영 서평가는 "2007년 나온 자기계발서 < 시크릿 > 은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긍정의 심리학을 유행시켰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며 "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 아웃라이어 > 의 아이디어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혜영 김영사 편집장 역시 " < 아웃라이어 > 는 충분한 자료와 연구 결과에 바탕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다"며 "이것이 자기계발서의 주요 독자층인 20~40대 직장인 남성을 넘어 여성 독자까지 끌어들인 이유"라고 말했다.

< 아웃라이어 > 는 창의성, 자율성 대신 부단한 노력을 강조한다. 미국 학교에선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의 학력 격차가 있는데, 이는 3개월에 이르는 긴 여름방학 동안 상류층 학생은 보조 학습을 하는 반면 하류층 학생은 방치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런 점에서 < 아웃라이어 > 는 엄청난 학습량, 노동강도를 강조하는 한국의 학교, 직장 문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은 < 아웃라이어 > 를 '개인이 아닌 구조'를 강조하는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웃라이어'는 개인의 비범함이 아니라 사회·역사적 결절점에서 탄생한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선 소장은 " '1만 시간의 법칙'이 조기교육을 옹호하는 논리로, '아웃라이어'를 강조하는 것이 '한 명의 천재가 수백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논리로 소모된다면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말콤 글래드웰은 영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자랐다. 토론토대학 시절엔 기숙사 방에 로널드 레이건의 포스터를 붙여놓을 정도로 보수적인 청년이었고, 졸업 후에는 보수 성향 잡지 '아메리칸 스펙테이터'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글래드웰의 경력은 워싱턴포스트로 이직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87~1996년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했던 그는 "시작할 때는 바보였으나, 끝날 때는 전문가가 됐다. 그렇게 되기까지 10년 걸렸다"고 말했다. 글래드웰 스스로가 < 아웃라이어 > 에서 제시한 '1만 시간의 법칙'의 한 사례인 셈이다.

이후 뉴요커에 스카우트된 글래드웰은 2000년 < 티핑 포인트 > 를 내면서 경영서 저자로서의 명성을 쌓았다. 뉴요커에 쓴 인기 기사에서 유래한 이 책은 선인세로만 1000만달러를 받았다. 이 책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발생해 극점에 도달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유행, 범죄의 증감, 무명 저자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 등을 통해 제품, 메시지 등이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5년 낸 < 첫 2초의 힘 블링크 > 는 "신속한 결정이 신중한 결정보다 좋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상 비즈니스 전략을 세우거나 미래 배우자를 찾는 일은 오랜 고민과 계획의 산물이라고 여겨지지만, 글래드웰은 '직관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나의 짝은 누구일까 끝없이 고뇌하기보다 소개팅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라는 주장"( < 경영의 대가들 > 중)이다.

글래드웰은 언론인으로서의 경력과 베스트셀러 저서에 힘입어 '스타 지식인'이 됐다. 그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2005년 타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10인'(2008년 월스트리트저널) 등으로 꼽혔고, 한 차례 강연에 수만달러를 받는다.

많은 언론들은 글래드웰이 보여주는 명료한 표현, 풍부한 사례가 담긴 글쓰기를 상찬하지만, 일각에서는 일화에 의존해 결론을 내느라 "논리가 박약하고 설득력이 없다"(뉴욕타임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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