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탄탄한 구성과 살아있는 디테일의 추리소설을 만났다. 일본의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매스커레이드 호텔'이다.
겉은 화려하고 우아하지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 없는 비밀스런 공간, 저마다 최상의 대우를 받으려는 투숙객들과 능수능란한 호텔리어들의 신경전이 팽팽한 곳. 작가가 연쇄살인사건의 무대로 고급호텔을 설정한 것은 그러한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면무도회(masquerade)'와 같은 호텔에서 인간의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을 가려가는 수사과정은 추리극의 핵심요소인 반전과 상상력의 맛을 극대화시켜준다.
소재는 도쿄에서 연이어 발생한 세 건의 살인 사건이다. 특이하게 범행현장에는 모두 수수께끼 같은 숫자 메시지가 남겨져 있고, 이를 근거로 경시청은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으로 규정한다. 그 숫자들은 위도와 경도의 조합으로 밝혀지고, 네번째 범행 예고장소가 드러난다. 바로 코르테시아도쿄 호텔. 경시청은 네 번째 살인을 막기 위해 호텔에 수사관들을 급파하고, 이들은 호텔직원으로 위장해 잠복근무에 돌입한다.
이 수사팀에 포함된 닛타 고스케 형사는 여성 호텔리어인 야마기시 나오미와 파트너가 된다. 투숙객을 무조건 의심하는 고스케와 호텔리어의 자존심이 강한 나오미는 내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인다.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설득력있는 묘사다. 작가가 유도하는 대로 얼키고 설킨 인간관계에 빠져들다보면 어느덧 실생활에서 접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얻게 된다. 가면을 쓰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과 마주치는 것이다.
특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핵심 인물들의 캐릭터들이 선악의 정형성에서 벗어나 "그럴만 하다"는 공감을 얻어냄으로써 휴먼드라마로서의 재미가 배가된다. 오락성 강한 추리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그런 연유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면무도회를 즐기기 위해 호텔에 찾아온다"는 나오미의 말을 곱씹게 된다.
작가는 "상상력을 극한까지 쏟아부었다"고 했는데, 곳곳에 배치된 복선과 암시가 추리극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양윤옥 옮김.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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