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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자후기 묶어낸 번역가 김석희씨

연합뉴스 | 2008.06.24 13:27
20여년 번역작업 정리한 '번역가의 서재'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역자의 이름 만으로도 반쯤은 먹고 들어가는 책들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프랑스 중위의 여자' 등을 옮기고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석희(56)씨도 이렇게 책에 '프리미엄'을 주는 번역가 중 한 명이다.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번역가의 길을 걸어온 김씨가 최근 20여년의 번역 작업을 정리한 책 '번역가의 서재'(한길사 펴냄)를 펴냈다. 이 책에서 김씨는 그동안 번역한 150여 작품, 200여권의 책 중 99편의 역자 후기를 모아 실었다. 김씨는 "원래 발표했던 글을 고치거나 덧붙이기도 했고 1997년에 출간했던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에서도 30여편을 골라 재수록했다"며 "이 책을 20년 번역 작업의 서지(書誌)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책에는 김씨가 1979년 친구의 강권으로 처음 번역한 '아돌프'부터 최근작인 쥘 베른의 '황제의 밀사'까지 프랑스와 영어, 일어를 넘나드는 김씨의 번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불문학을 전공하고 후에 일본어를 독학한 김씨는 '아돌프' 이후에도 '용돈 벌이' 삼아 책 몇 권을 번역하긴 했지만 '밥벌이'로서의 번역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1987년부터라고 말한다. 1988년 제주 4ㆍ3사건 40주년에 맞춰 출간될 예정이던 재일동포 작가 김석범의 소설 '화산도' 번역을 맡으면서 번역의 참맛을 느끼게 됐단다. 마침 1988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기도 해서 그 무렵 김씨에게는 두 개의 문이 활짝 열려있던 셈이었다. 김씨는 "그때는 우리 사회가 군사정권이 종식되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면서 선택의 여지가 많아졌을 때인데 개인적으로도 그때 소설과 번역이라는 떡을 양손에 쥐게 됐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그 떡의 크기가 비슷해 김씨는 부지런히 번역을 하는 틈틈이 소설도 써 1989년에 '이상의 날개'라는 단편집, 1991년에 '섬에는 옹달샘'이라는 장편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점점 번역의 비중이 커졌는데 완전히 번역으로 기울게 하는 계기 내지는 명분이 됐던 작품이 1995년에 번역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1997년 번역한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였다. '로마인 이야기'는 '번역가 김석희'의 이름 석자를 뚜렷하게 인식시킨 작품이었고,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글쓰기의 욕망과 창작의 갈증을 대리만족의 형태로나마 충족시킨 작품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이렇게 좋은 소설들이 있는데 여기에 미치지 못할 거면서 소설 쓰는 꼴이 우습기도 해서 소설과 멀어지게 된 면도 있다"며 "소설과 번역을 병행하기에는 능력도 부쳤고 또 번역이 체질상 잘 맞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 두 작품은 첫 작품인 '아돌프', 최근까지 진행하고 있는 쥘 베른 선집 등과 더불어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반면 아쉬움이 남는 작품도 있는데 본격 번역 입문작으로 꼽는 '화산도'의 경우 1988년에 5권 짜리로 1부가 번역된 후 아직 2부를 선뜻 출간할 출판사를 찾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깝고 저자에게도 민망하다고 말했다. 언젠가 번역작업을 고통과 쾌락이 함께 하는 '장미밭에서 춤추기'에 비유하기도 했던 김씨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읽기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원문이 보이지 않게" 번역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 번역이 단순히 독해 작업이 아니고 글쓰기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문에 갇혀 있기 보다는 완성도 있는 문장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요새 활동하는 번역가 중에서도 성귀수, 이세욱, 김난주 등 문장력을 갖춘 번역가들을 높이 평가했다. 번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김씨이기에 우리 나라의 번역 풍토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김씨는 "근본적으로 출판사나 번역을 하는 사람이나 독자나 번역에 대한 진정성이 모자란 것 같다"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근대화 과정에 무임승차한 부분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특히 번역에 대한 인식이 낮게 형성된 것 같다"고 말한다. 여기에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서 임의로 수정하는 관행이나 전문번역가의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 등이 맞물린 것이 우리나라 번역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부분이라고 김씨는 진단했다. 하루에 8시간 자고, 8시간 놀고, 8시간 일하는 '8ㆍ8ㆍ8원칙'을 고수하며 일하고 있는 김씨는 4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내년초쯤 고향인 제주도로 터전을 옮길 생각이라고 한다. 김씨는 "앞으로 10년만 더 작업한 뒤에 세 번째 역자후기 모음집을 펴내면서 은퇴하고 싶다"며 "더 늦기 전에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그 속에서 건져지는 것이 있으면 글로도 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624쪽. 1만8천원. mihye@yna.co.kr (끝) <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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