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검색

검색

책 메인메뉴

책 분류

책본문

‘번역가의 서재’펴낸 김석희 “번역은 고통속 쾌락― 장미밭서 춤추기”

국민일보 | 2008.06.26 09:05
번역가 김석희(56)씨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1987년 번역의 세계에 뛰어든 후 영어 일어 불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150여작품, 권수로는 200권 넘게 번역했다. 그가 20년 번역인생을 갈무리하는 책 '번역가의 서재'(한길사)를 펴냈다. 첫 번역작인 '아돌프'부터 번역가로 명성을 얻은 '로마인 이야기'를 거쳐 최근작 '황제의 밀사'까지 99편의 역자 후기를 담았다. "번역은 글쓰기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외국어 문장을 허겁지겁 따라가다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원문을 해체하고 한국어로 다시 쌓는 과정이죠. 외국어를 좀 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말 실력은 물론이고 일반 교양지식까지 갖춰야 하는 힘든 작업이에요. 중간에 던져버리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소임으로 알고 버티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번역을 "엉덩이가 아프도록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정의하는 김씨가 이 일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친구의 부탁 때문이었다. "79년 군 제대 후 복학(서울대 불문과)을 했는데, 유신치하의 긴급조치로 학교에서 쫓겨나 호구지책으로 출판사를 차린 친구의 간청에 못 이겨 시작했어요. 그때 연습 삼아 번역한 작품이 '아돌프'이고, 87년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렸지요." 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한 그는 창작과 번역을 병행하다 얼마 후 작가의 길을 접었다. "시시한 소설을 쓰느라 끙끙대느니 좋은 책을 번역해서 많은 사람이 읽는다면 훨씬 뜻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번역은 조강지처 같고 소설은 애인 같다는 흰소리를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과감히 애인과 헤어지고 아내한테 돌아갈 수밖에 없었지요." 김씨는 이즈음 번역을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와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글쓰기의 욕망과 창작의 갈증을 동시에 대리만족시키는 작품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웬만한 두께의 책은 한 달 안에 번역을 끝낸다. 하루에 8시간 자고, 8시간은 놀고, 8시간은 일하는 '8·8·8 원칙'을 고수한다. 살림집 겸 작업실 공간을 '번역공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열정으로 번역한 책들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번역가의 서재'는 '사상의 모험' '인간의 초상' '역사와 문명' '사랑과 예술' 등 9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원 제목, 문체 특성, 타 작품과의 연관성, 원서를 처음 대했을 때의 인상, 번역까지의 곡절 등을 번역가이자 서평가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그는 "20년째 다양한 외국 서적을 접하다 보니 잡학박사가 된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번역은 고통 속에서 쾌락을 맛보듯, 장미밭에서 춤추기와 같다"는 김씨에게 "우리 서적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어떠냐"는 질문을 던졌다. "메커니즘과 영역이 달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번역 대상국의 관습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외국에서도 쉽게 읽히는 좋은 번역물이 나오지 않아 안타까워요." 번역 10년째인 97년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을 펴낸 저자는 "앞으로 10년만 더 작업한 뒤에 세번째 역자 후기 모음집을 내면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퀵메뉴

TOP

서비스 이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