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비스

검색

검색

책 메인메뉴

책 분류

책본문

<조선을 찾아온 서양의 낯선 배들>

연합뉴스 | 2008.07.17 15:10
'악령이 출몰하던 조선의 바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조선의 관찬 사서에 서양인들이 등장하는 것은 16세기말이다. 그 이전의 조선에는 중국과 일본만이 외교관계의 대상이었을 뿐 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조선은 금단의 땅이었다.

'이상한 모양의 배'(이양선)들이 조선의 해안에 출몰하기 시작했지만 조선은 여전히 이들에게 문을 닫아 건 채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을 한사코 피하려 했다.

재단법인 아단문고의 학예연구실장인 박천홍 씨는 '악령이 출몰하는 조선의 바다'(현실문화연구 펴냄)에서 16세기부터 1860년대까지 서방세계에 문을 닫아걸었던 조선을 찾은 이방인들의 모습과 그들을 바라보는 조선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당시 조선 지방관들이 남긴 보고서와 서양인들이 남긴 일기, 여행기, 항해일지, 편지, 견문보고서 등의 기록을 함께 실어 어느 한쪽의 시각이 아닌, 균형잡힌 시각에서 근대를 맞이하던 조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단순히 당시의 상황을 복원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분과 위계, 공간과 거리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국왕을 정점으로 한 지배층은 공문서의 틀에 갇힌 채 막연하고 추상적인 실체로만 그들을 대했고 일부 지식인 역시 중국에서 입수한 서적에서 접한 단편적인 지식과 관념의 차원으로 서방인들을 체험했다고 분석한다.

지방관들이 남긴 보고서에는 배의 규모나 외국인의 복장, 행동 등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꼼꼼하게 묘사돼 있지만 정작 그들의 정체나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것.

하지만 이방인들을 가장 처음 접하는 일반 백성들은 뻣뻣하고 부자연스러운 관리들과 달랐다. 그들은 낯선 사람을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 속에서도 이방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백성들은 곧 이방인들에게 친절해졌고 호기심을 느꼈다. 물과 땔감을 날라주기도 하고 옷감을 만져보기도 했다. 혹은 담배를 권하기도 하고 낯선 나라 말을 따라하기도 했다.

저자는 권위적인 왕궁과 관청에 틀어박힌 지배층이나 관념의 세계에 사로잡힌 서재의 양반지식층, 그리고 피안의 세계를 갈망하던 천주교 신자들이 아니라 오히려 바다를 생존의 터전으로 삼고 일상의 노동에 충실했던 민중들의 세계에서 새로운 근대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접촉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조선은 법률이 규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들이 외국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해안에 와서 고기잡이를 하던 외국의 배가 뭍에 오르거나 바다 가운데서 조선 사람들과 만날 경우 배는 몰수되고 선원은 투옥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1832년 7월 영국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를 타고 조선을 찾아왔던 최초의 선교사 귀츨라프는 처음엔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조선인들의 모습에 불쾌한 인상을 받았으나 곧바로 친절한 어부들을 만나고는 보고서에 이같이 적고 있다.

"우리가 나중에 만난 조선인들은 이 어부들처럼 쾌활하고 친절했다. 조선인들이 낯선 이방인들을 적대적으로 대한 것은 정부가 심어놓은 철의 규율 때문이었다. 우리는 해안주민들이 보인 처형의 표시가 거짓으로 꾸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어디서나 이런 몸짓을 하는 것으로 볼 때 감히 이방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 하는 모든 규율 위반자들을 정부에서 사형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믿기 시작했다"(225쪽)

저자는 "시간을 거슬러 기원의 시공간으로 올라가 보면 훨씬 역동적이고 중층적인 가능성이 열려있었고 근대로 향하는 길목에는 여러 갈림길들이 놓여있었다"면서 "그 갈림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민중 세계였다고 분석했다.

808쪽.3만2천원.

zitrone@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퀵메뉴

TOP

서비스 이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