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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색]화씨 451

경향신문 | 2013.09.23 23:39
▲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황금가지

"이제 알겠소? 왜 책들이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렸는지? 책들은 있는 그대로의 삶의 모습을, 숨구멍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여지는 삶의 이야기들을 전해 준다오. 그런데 골치 아픈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저 달덩이처럼 둥글고 반반하기만 한 밀랍 얼굴을 바라는 거야. 숨구멍도 없고, 잔털도 없고, 표정도 없지. 꽃들이 빗물과 토양의 자양분을 흡수해서 살지 않고 다른 꽃에 기생해서만 살려고 하는 세상,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참모습이오. 우리는 꽃에 물을 주면 그것이 저절로 자라는 줄 알지만, 현실의 진짜 모습은 그게 아니지. 헤라클레스와 안타이오스의 전설을 아시는지? 거인 씨름꾼안타이오스는 어머니인 대지에 발을 딛고 서 있는 한 절대로 싸움에 지는 법이 없었다고 하는 얘기를 모르시오? 그러나 헤라클레스는 그를 번쩍 들어 두 다리가 땅에서 떨어지도록 한 뒤 손쉽게 제압했다고 하오. 오늘 이 도시에,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 고대의 전설에서 뭔가 깨닫지 못한다면 나는 완전히 미쳐 버릴 것이오. 자, 아무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가 무엇인지 말했소. 좋은 질, 정보의 짜임새가 얼마나 좋은가."

"그러면 두 번째는 뭡니까?"

"여가 시간이지."

"오, 그거라면 우리들은 근무 외 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있지 않습니까?"

"근무하지 않는 시간?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지. 그러나 생각할 시간이라면 어떻소? 당신은 … 가만히 앉아서 하릴없이 오락이나 즐기거나 거실에 앉아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벽면 텔레비전의 말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지."

△ 브래드버리는 소방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져서 더는 소방관이 필요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그렸다. 그 시대에는 오히려 불을 지르는 직책과 관서가 존재한다. 이들의 임무는 책이 있는 집을 색출해서 책과 집, 더러는 사람까지 불태우는 것이다. 그 시작은 사람들이 실용과 속도, 그리고 요약을 요구한 데 있었다. 이것이 전혀 말도 안되는 설정일까? 혹시 이미 그런 추세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 강대진 | 정암학당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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