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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과학·글로벌이슈.. '贊 vs 反' 으로 풀어보는 세상

문화일보 | 2015.02.09 09:57
당신의 선택은? (전3권) / 토머스 A 이스턴 외 엮음, 박중서 옮김 / 양철북

종종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보편적 진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읽은 양에 비해 현실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자책 때문이다. 이른바 '죽은 공부'에 길들여진 탓이 아닌가 싶다. 책 읽기를 직업으로 삼은 시간이 쌓여 갈수록 읽는 행위 자체보다는 읽고 난 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요즘은 읽는 사람도 점점 줄어 이런 말을 하는 게 쑥스럽지만 어쨌든 누구나 다 하는 읽기보다는 읽고 난 후가 문제다. 읽기의 궁극적 목표는 쓰기, 토론하기 그리고 실천하기다. 이 과정을 충분히 배우고 익히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해결은 간단치 않다. 쓰고 토론하고 실천하기는 오랜 시간과 연습을 전제로 한다. 지금처럼 학교에서 성적을 매기고 우열을 가려 줄을 세우는 데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다. 그 결과는 어떤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 전문가라도 막상 글을 받아보면 읽기 부끄러운 수준이고, 정치인들의 토론은 보고 있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듣고 말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결국 다시 원점이다. 인간에게 유익한 거의 모든 것은 훈련의 산물일 뿐이다.

'당신의 선택은?' 시리즈는 이런 고민을 하는 현장에서 필요한 책이다. 권당 평균 페이지가 무려 700여 쪽에 이르는 '무식한' 두께를 자랑하지만 알고 보면 만만하고 쓰임새도 분명하다.

원제는 'Taking Sides', 즉 '편을 정하라'가 책의 콘셉트다. 각 분야의 최신 이슈들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글을 실어 서로 다른 견해를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를 위해 논문, 칼럼, 연설문을 뒤져 생각해 볼 만한 이슈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개진한 글들을 골랐고, 사전 이해를 위한 배경지식을 전진 배치하고 더 읽을거리를 후방에 소개하며 한 챕터를 마무리한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쟁점들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게 한 다음, 토론을 이끌어내기 적절한 구성방식이다. 특히 교육현장에서 다르게 생각하기, 함께 의견을 나누고 이야기하기, 내 생각을 글로 써보기 등의 훈련을 위한 좋은 교재다.

1권의 주제는 '기업 윤리다'다. 애덤 스미스와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격돌한다. '이익 증대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일까?'라는 주제에는 밀턴 프리드먼과 마이클 E 포터가 맞붙고, 아이라 T 케이와 에드거 올러드 2세는 '실적이 CEO 보상의 명분이 될까?'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털어놓는다.

이런 책이 그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겠다는 강박을 버리고, 읽고 싶은 주제를 찾아 선택적으로 읽어나가면 흥미로운 독서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찾은 읽고 싶은 주제들은 예컨대 2권 '과학기술'에서 '휴대전화가 암을 유발한다고 결론 내릴 과학적 증거는 충분한가?', '외계 생명체 탐색은 과연 성공할까?', '세계의 모든 도서관을 디지털화해야 하는가?' 등이고, 3권 '글로벌 이슈'에서는 '세계의 도시화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까?', '중국은 차세대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인가' 등이다.

시리즈가 특히 우리 시대 교양인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은 1권의 주제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기업윤리'라는 점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자살'에서 '개인이 도덕적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뒷받침을 제공하던 가족과 교회가 붕괴하면 그 역할을 기업이 맡게 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말한 것처럼 기업은 이미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책은 바로 그 기업이 어떤 역할을 맡아주기를 바라는지를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자고 권한다. 예를 들어 천문학적 액수를 받는 기업 CEO의 연봉은 정당할까.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탐욕이 너무 크다면 국민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경영실적에 따라 CEO의 연봉이 책정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자본주의의 이념을 실현한 것, 부를 증가시키기 위해 애쓴 대가다. 연봉은 주주를 대표한 이사회가 자발적으로 경영자와 맺은 계약의 합법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CEO들의 연봉 상승률이 가팔라진 시기는 정확히 주식시장에 거품이 가득했던 1990~2000년대부터였다. 회사 가치를 크게 성장시켜 최고의 CEO로 평가받은 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의 거품이 꺼지자 제너럴일렉트릭의 주가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다시 말해 거품을 바탕으로 CEO의 보수가 가파르게 오른 탓도 있으며, 더 큰 문제는 불황이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CEO의 급여는 끝없이 인상되고 심지어 해고수당까지 두둑이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 당신은 어느 편인가. CEO의 높은 연봉은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정당한가 혹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일인가?

시리즈를 편집한 이들의 말처럼 '우리 중 그 누구도 진리를 온전한 상태로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진리에 이르기 위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세워 남에게 알리고, 다른 사람이 그 의견에 답하게 하고, 그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 일이 진리로 가는 길일 뿐이다.

본격적인 주제에 들어가기 전 권마다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 머리말을 실었는데, 기업윤리, 과학 기술, 글로벌 이슈에 대해 알아야 할 핵심과 현재적 문제의식을 간명하고 솜씨 좋게 정리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미국 맥그로힐 에듀케이션이 출간한 시리즈는 50여 권에 이른다. 이 중에서 기업윤리, 과학기술, 글로벌 이슈 등 3권을 먼저 소개했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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