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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기 싫어 '경영학과' 갔지만, 행복하지 않네요

오마이뉴스 | 2015.08.04 15:36

[오마이뉴스 한가람 기자]

대학 1학년 때, 교양 수업으로 철학과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역시 그다지 흥미로운 수업은 아니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책을 읽으려 노력하면서도 철학 관련 책은 항상 피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내 마음을 치유 받고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미움받을 용기>는 플라톤 <대화편>의 형식을 빌려 철학자와 청년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이 총 5일간의 만남을 통해 질문하고 답변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그동안 내가 가졌던 잘못된 가치관이 저자를 통해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건 나 자신조차 부정했고 외면했던 것이었다. '늘 타인의 의견에 나를 맞추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한다'라는 표지문구처럼,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앞으로 써내려갈 글은 책에 나오는 5일 중 둘째 날과 셋째 날에 초점을 맞춘 글이 될 것이다.

내 인생은 누구도 평가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미움받을 용기> 표지
ⓒ 인플루엔셜
가장 기억에 남는 챕터는 역시 둘째 날이었다. '나의 얼굴을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나뿐이다'라는 말은 나를 뼈저리게 반성하게 했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항상 남들 시선에 맞춰지기 일쑤였다. 한 가지 예로, 내겐 같은 지역에서 나고 자란 동갑 사촌이 있다. 그래서 우리 둘은 항상 어릴 때부터 가족, 친척들에게 비교 아닌 비교를 당해왔다. 그건 고3 수험생 시절 극에 달했다. 항상 내 목표 속엔 '선영이를 이겨야지'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경쟁은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았다. 나는 그 아이보다 훨씬 좋은 학교를 들어갔고, 그 아이는 수능을 망쳐서 야간대를 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항상 남들이 나보다 못하길 바랐기 때문에 나는 어느새 타인의 성공을 축복해주는 사람이 아닌 타인의 불행에 기뻐하는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대학교에 가서도 남들 시선에 나를 맞추는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내외 글짓기 대회에서 매번 상을 탈 만큼 글을 잘 썼고, 나도 글을 좋아했다. 그러나 머리가 굵어진 후 마주하는 세상은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은 세상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15년도부터 국어국문학과와 우리과가 통폐합된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졌다.

학과 회장은 서울까지 올라가 국회 앞에서 통폐합에 반대하는 1인 시위까지 진행했지만, 나는 당시 내 선택에 대한 회의감만 가득했다. 좀 더 나은 자리로 나를 끌어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이 자리는 '남들이 성공의 기준이라고 여기는 것'에 맞춰진 자리였다.

나는 2학년을 마친 다소 늦은 시기에 전과를 결심했고, 그 바람대로 경영학과 재학생이 되었다. 학교와 학과를 물어보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고, '우리 부모님에게 나는 어디 가서 부끄러운 딸이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밤 4년간의 대학 생활을 돌아보곤 한다. 나는 뭘 하고 싶어서 대학에 온 걸까,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때면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였다.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해줘야 할 존재는 바로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체의 모습을 항상 부정해왔다. 항상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가면을 써야 했고, 그 가면이 어느새 나를 짓누르고 있음을 몰랐다.

어떠한 경험도 그 자체로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아닌데 나는 타인의 인생을 기준에 두고 내 인생을 내 마음대로 저평가해왔던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내 인생은 누구에게도 함부로 평가받을 수 없는, 그 자체로 값진 것이었다.

미움받을 용기 가지기,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어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저자의 말처럼, 사람이 우주 한가운데 혼자 있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상생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중고등학생 때 이용하던 SNS에 가끔 들어가면 당시 내가 써놓은 일기에 피식피식 웃곤 하는데, 그 중에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적어놓은 글도 상당수였다. 이렇듯 나이를 불문하고 인간관계란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고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친구 중에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다. 이 친구는 모두에게 친절한 스타일인데, 정작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친한 아이는 몇 안 된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있다 해도 그 사람의 삶은 과연 행복할까. 정답은 없지만, 그러한 삶이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이 친구도 '미움받을 용기'가 부족해 점점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는 아이였다.

아들러는 우리에겐 세 가지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복해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미움받을 용기'가 바로 그것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진다면 우리는 남들 눈을 덜 신경 쓰게 되고, 그 속에서 주체적인 나를 키워낼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한 말 중 이런 대사가 있었다.

"남이 뒤에서 하는 말은 다행히 힘이 없어서 내 심장을 관통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대요. 그런데 가장 어리석은 짓은 그 떨어진 화살을 주워서 내 심장에 스스로 갖다 대는 것... 그게 가장 어리석은 짓이래요."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타인의 과제이지 내가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고, 안다 해도 실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앞으로 살아가며 이런 걱정을 할 날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지금부터라도 그런 상황에 단단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스스로 삶 속에서 배워나가길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매우 더뎠다. 글자 한 자, 문장 한 마디 모두 곱씹어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의 '원인론'에 대항하는 '목적론' 말하는 아들러. 이런 아들러의 심리학은 내 가치관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트라우마에 대한 핑계로 내가 하지 않는 일들을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않기, 내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날인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기, 내 결정에는 온전히 내가 중심이 되기 등 뻔하지만 새로운 말들은 나를 치유했고 반성하게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 느낀 이 감정과 결심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고자 책을 피는 일이 없기를, 나 스스로의 삶에서 배워 나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지음/전경아 옮김/인플루엔셜/ 2014.11./ 1만4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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