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는 곳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채우기 위함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되기도 한다. 자신과는 다른 다른 이들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길. 그것은 어느 시대에서나 어느 곳에서나 발전된 나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속한 곳에 남아 새로운 방법을 찾아낸다. 비록 직접 먼 길을 떠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그것을 위해 책을 통해 새로움에 눈뜨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티베트, 그곳을 흐르는 조금 느린 시간
티베트를 연상하면 무엇을 떠올리는가? 푸른 초원지대의 양들, 이곳보다는 공기가 훨씬 맑을 것 같은 고원지대. 그리고 주황색의 옷을 입은 라마교의 승려들 정도가 아닐까? 티베트는 우리에게 아직도 조금은 느리게 시간이 가는 곳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천천히 초원을 걷는 라마교의 승려들에 대한 미디어의 자료화면을 너무 자주 본 탓일테다. <소년은 자란다>는 바로 그 조금은 천천히 걷는 그리고 시간조차도 여유를 부릴 것 같은 곳. 티베트의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1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들은 다른 단편 소설집이 각자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것에 반해 지촌이라는 이름의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각자의 사연들을 묶어 한권의 이야기로 만들어낸 책이다. 때문에 단편이지만 각자의 배경이 전혀 다른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한 마을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들의 삶과 변화들을 묶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의 시간도 흐르고, 변화하고, 때로는 달려간다.
<소년은 자란다>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정적이고 고요한 분위기의 티베스 라마교 승려들에 관련한 이야기부터 그곳에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변화의 흐름, 그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고 있을법한 아주 평범하지만 그러나 일반적이지는 않은 작거나 혹은 큰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문화혁명으로 환속당해 세인이 된 승려의 세상 적응기부터, 어머니를 위해 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라야만 했던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지촌이라는 그 마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라마교의 현자에 대한 전설과 작은 마을을 떠나기 위해 애쓰고 몸부림치는 어린처녀의 이야기까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성장의 이야기와, 사회적인 흐름을 부정하는 자와 순응하는 자 사이의 갈등, 그리고 좀 더 넓은 세계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의 작은 희망들은 그곳이 티베트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독특한 상황이 아니라, 그곳 역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가장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년은 자란다>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가 그동안 겪어왔던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라기엔 조금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아마도 그것은 그곳이 여전히 다른 곳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디게 흐르기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에서 오는 특유의 분위기이리가. 나는 아직 티베트를 가보지 못했다. 나 역시도 미디어가 만들어낸 티베트의 고정된 이미지 이외에는 다른 특별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이 한권의 책.<소년은 자란다>를 통해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곳에도 사람은 살아가고, 그곳도 흘러간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티베트의 작은 마을, 그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대문명이 넘쳐나는 곳 보다는 조금 느리게 시간이 흘렀으면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뒤 그곳에서 우리가 놓친 과거를 찾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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