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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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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진 상당히 과묵하신 분이다. 좀처럼 남에게 인사를 하는 법도 없고 아들인 나에게도 1년에 한 두 마디 말씀조차 건네시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가 원래부터 말씀이 별로 없으셨던 분은 아니라고 한다. 유일하게 어머니께만 수다스러울 정도로 떠드시는 걸 종종 목격했는데 그걸 보면 어머니 말씀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아버진 어머니를 제외한 타인들에게 말씀을 잘 안 하시는 걸까? 왜 아버진 몇 십 년 동안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들에게조차 간단한 인사 정도도 못하시는 것일까?
그 이유는 남들 앞에서 창피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다. 아버진 활발한 성격이긴 했지만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내성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성격이셨던 아버진 공부도 잘했고 달리기도 잘하셨다. 헌데 이런 아버질 할아버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자식을 세경 안 드는 농사꾼으로 키우려고 했는데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수학선생님이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에 열을 올리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진 어렸을 때부터 장사도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는 허울 좋은 명목을 내세워 10살 정도 밖에 안 되었던 아버질 밖으로 내돌리셨다.
그런데 아버질 공부방에서 시장바닥으로 내몬 건 결코 장사기술을 익히게 할 목적이 아니었다. 이건 아버지로부터 공부할 시간을 뺏고자 했던 할아버지의 음모였다. 할아버진 증조할아버지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공부만 했던 분이셨다. 장사라고는 털끝만큼도 모르셨던 분이셨다 이 말이다. 그러셨던 분이 아들에게 장사기술을 배우게 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집에 머슴도 있었고 논밭일 하는 사람들도 따로 여럿 있었는데 공부 잘하는 아들에게 굳이 장사기술을 익히게 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아버진 남들 앞에서 장사는 것이 너무 부끄러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도 못 걸으셨다고 한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창피해 고개를 푹 숙인 채 장사 아닌 장사를 하셨던 것이다. 이와 같은 할아버지의 삐뚤어진 자식교육에 때문에 아버진 적극적이고 활발한 소년에서 남들에게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건네는 소극적이고 의기소침한 사람으로 변해버리셨다. 그로 인해 아버진 지금도 마음을 튼 어머니를 제외하곤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말씀을 못하신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책은 어렸을 때의 경험이 훗날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고급 스포츠클럽의 마사지 트레이너인 아오마메와 입시학원 수학강사이자 소설가 지망생인 덴고를 등장시켜 가정폭력과 아동성폭행, 아동학대 그리고 사이비 종교문제 등 다소 무거운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은 한 때 일본을 떠들썩하게 했던 옴진리교 사건과 한동안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JMS 사건을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둘 다 사이비 종교가 잘못 성행하면 사회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오는지를 극명히 보여준 사건들이라 난 잊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컬트 종교 집단이었던 옴진리교는 신도들을 풀어 지하철에 신경 독가스인 사린을 살포해 12명을 사망하게 했고 3800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리고 2009년 4월 23일 대법원 선고에 의해 징역 10년형을 확정 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의 교주 JMS는 자신과 성관계를 맺으면 하느님과 만난다는 무척이나 황당무계한 감언이설로 젊은 여성 신도들을 현혹해 육체와 정신을 유린했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사이비 종교 문제였지만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은 비슷하다. 잘못된 종교가 나라에 얼마나 심각한 해를 끼치는지를 아주 잘 보여준 사건들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책은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아동성폭행 문제를 다루어 그 심각성과 대책마련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 벌어지는 아동성폭행 문제는 소수의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주변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에게 다시금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아동을 학대하고 자신의 뜻대로 마구 부려먹는 것은 그 아이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도 저자는 주인공들의 현재 삶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이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나도 또한 이런 일들이 내가 사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책은 총 2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 난 내가 주목한 것들 위주로 그 내용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덴고가 일요일을 몸서리치게 싫어하게 된 사연’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NHK 수금원이었던 덴고의 아버지는 일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어린 덴고를 앞세우고 수금을 다녔다고 한다. 덴고의 아버지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가면 수금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알고는 가기 싫어하는 덴고를 억지로 끌고 다니며 NHK 수신료를 받으려 다녔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라는 걸 처음부터 안 덴고는 아버지와 함께 돈 받으러 다니는 일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싫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반 아이들 모두에게 알려져 ‘NHK'라는 별명까지 얻어 별종으로 취급받고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톨이로 어린 시절을 살아야 했다. 이와 같은 경험으로 인해 덴고는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게 된 것은 물론이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없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다행히 수학에 뛰어나 학원 강사를 하면서 밥은 굶지 않고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의욕을 불태우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게 되어 자기가 좋아하는 글쓰기 분야에서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있다.
덴고의 아버지는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원치 않으면 일을 시키지 말았어야 했다. 자신도 과거의 경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으면서 왜 자식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과 뛰어놀길 원하고 휴일엔 유원지에 가길 원하는 아이를 가지고 끌려 다니는 걸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계속해서 돈 벌이에 이용한 것은 부모로서 할 짓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덴고가 자신의 아버지가 친아버지가 아닐 거란 생각까지 했겠는가! 재능을 제대로 살려주진 못할망정 공부를 방해해 어린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히고 훗날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한 덴고의 아버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아오마메와 노부인이 아동성폭행에 대해 이야기한 장면’이다. 종교단체 선구로부터 홀로 탈출한 쓰바사는 수없이 반복된 성폭행의 흔적이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상처로 인해 쓰바사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정상적인 성관계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쓰바사의 ‘부모가 자신의 친딸을 누군가에게 성폭행 당하게 허락’했다는 데 있다. 심지어 ‘허락을 넘어 장려’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건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다. 부모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 친자식을 남에게 성폭행당하도록 권할 수 있단 말인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와 같은 일이 소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일이 특정 종교 단체에서 벌어져 사회에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뉴스 보도 및 특집 편성을 통해 아동성폭행이 암암리에 벌어졌다는 사실이 세상에 전해진 것이다. 여기서도 문제가 됐던 것은 자신의 아이가 성폭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가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지 않고 오히려 장려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종교에 정신이 팔렸어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의 분신인 자식을 짐승 같은 놈들에게 노리개로 줄 수 있단 말인가! 난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고 용서도 할 수도 없다. 법은 왜 존재하는가? 권력자들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진정 법의 존재 이유란 말인가! 이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들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하는 것이 무슨 법이냐 이 말이다. ‘조두순 사건’을 통해서도 우린 법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제 2,제 3의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강력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바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내가 주목한 것은 ‘덴고와 후카에리가 『1984』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다. 덴고는 후카에리에게 조지 오웰의『1984』를 들려주면서 “올바른 역사를 박탈하는 것은 인격의 일부를 빼앗는 것과 똑같은 일이지. 그건 범죄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역사라는 건 집단의 기억을 말하는 거야. 그것을 빼앗으면, 혹은 고쳐 쓰면 우리는 정당한 인격을 유지할 수 없어.”라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한다. 코웃음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이걸 아는 민족이 다른 나라 역사를 박탈하고 조작했나? 역사라는 것이 하나의 민족에게 어떤 것인지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인간들이 36년 동안 남의 나라 역사를 마음대로 변질시키고 왜곡시켰냐 이 말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비록 한 사람의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지만 그의 영향력이 일본을 대표할 정도로 상당하기에 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사학자들은 한국의 역사를 연구하고 조사했을 때 분명 진실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똑바로 전했다가는 자신들에게 이득 될 것도 없고 괜히 우리민족에게 자긍심과 도전정신만 안겨줘 지배하는데 방해가 될까봐 한민족의 역사를 고쳤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무리 푼돈으로 죄 값을 치렀다고 해도 이건 그냥 넘어가선 안 될 일이다. 이런 내용을 다룬 저자부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의 추억은 미래를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게 때문에 우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줘야 하고 올바른 정신을 심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은 어른들이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있어서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인상적인 글귀
“세계라는 건 말이지, 아오마메 씨,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 소년은 자란다 | 햇살 소리 | 2009-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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