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호가 휴게실에 도착해서 차를 세울 무렵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내였다.
아직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무진으로 그를 보낸 것도, 자신과 아이는 서울 집에 그대로 남고 강인호 혼자 무진으로 가라고 결정한 것도 아내였지만 아내의 목소리는 서운함에 좀 젖어 있었다.
“운전 중이야?‘
“아니야, 잠깐 차 세웠어. 휴게소야.”
딱히 할 말이 있어서 전화를 건 것 같지는 않았다. 아내는 막상 그가 작은 이삿짐을 싣고 그녀를 떠나자 새삼 그 빈자리를 확인한 것 같았다. 강인호는 잠시 아내가 딱하게 생각되었고 이렇게 떠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졌다 .
“당신 또 담배 피고 있어? 이제 내가 없으니 잔소리할 사람도 없겠네.”
“… 너무 걱정하지 마. 봐서 내년 봄쯤 새미하고 무진으로 내려와. 여기서 유치원 입학시키면 되잖아. ”
아내가 웃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래, 정식교사 발령 받으면 말이야.”
강인호는 기간제교사로 임시발령을 받아 무진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것 또한 아내가 힘써주지 않았다면 어림없는 일이긴 했다. 우연히 만난 아내의 여고 동창이 마침 무진에 있는 자애학원의 일가였고 붙임성이 좋은 아내가 그 친구에게 강인호의 일을 부탁한 모양이었다. 한 때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교직에 몸담았으나 그는 곧 그 일을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작은 의류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지구촌을 뒤덮은 불경기의 여파만 아니었다면 그는 오늘 같은 일요일 중국 현지 공장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교직을 다시 떠올린 것은 아내였다. 6개월을 실업자로 지내고 난 후였고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다행히 사업이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그는 공장 문을 닫긴 했었다. 서울 외곽에 있는 아파트를 날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그러나 부었던 적금은 이미 해약한 지 오래였고 남은 보험들마저 깨진 상태였다
“교사? 특수학교 교사라구? 게다가 청각장애인 애들이라니……”
아내가 동창을 만나고 온 자리에서 그에게 처음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는 어리둥절했다.
“난 대학 때 받은 일반 교사자격증 뿐이야. 그게 언제 얘긴데 내가 가르칠 수가 있겠어?”
아내는 전리품을 가져온 사람처럼 그를 보며 웃었다.
“당신 그렇게 고지식하니까……”
아내는, 그러니까 사업을 망해먹지, 하는 뒷말을 우물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무렵 몹시 의기소침해진 그를 의식한 듯 아내는 애써 부드러운 말투로 다시 말했다.
“사립학교잖아. 이사장 집안하고 연줄만 있으면 그건 괜찮대. 다들 그렇게 취직을 하고 야간대학원에 다니면서 특수교육을 잠깐 전공하면 된대.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니까. 페이도 좋고 근무시간도 널널하고, 이보다 더 좋은 직장 없을 거라나. 어쨌든 열심히 해서 정식교사 발령을 받아요. 그러고 나면 또 어떻게 서울로 자리를 옮겨볼 수도 있는 거잖아.”
마지막 말을 마치고 아내는 그를 향해 빙긋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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