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줄 알았어.”
그는 황급히 그들 두 사람을 기사들 뒤로 밀었다. 파다다닥 하고 로이브의 등으로 벌레들이 날아와 부딪치자 불꽃이 일어났다. 낡아빠진 회색 신관복 위로 신어가 빛나고 있었다.
“앞줄 버텨!”
악을 쓰는 로제스가 호통을 쳤다.
“신께서 함께 하시니!”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타고 웅장한 기운이 터졌다.
“차가운 이성으로 광기를 태우라!”
순간, 로제스의 전신에서 잔물결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투쟁심이 살육의 광기와 함께 퍼져나가 싸우는 자들의 몸을 뒤덮었다.
피가 끓고 심장이 뛴다. 바로 옆에서 싸우는 전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리더의 부름에 따라 철저하게 움직인다. 본능 속에 숨겨진 투지가 비등점을 넘은 물처럼 끓어올라 밖으로 튀어 나왔다.
“전진하고 전진해 승리를 쟁취하라. 앞으로 나아가라. 자신을 믿어라! 전우를 믿어라! 신을 믿어라! 리더를 믿어라! 공포를 짓밟고 용기를 삼켜라.”
로제스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그의 전신으로 검붉은 광휘가 떠올랐다.
1급 신관의 전투의 노래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맨 앞으로 달려나갔던 기사들이었다.
선두를 지탱하던 기사들은 이미 탈진해서 이제 달려드는 벌레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레 성기사단의 기사들의 몸은 이제 시커먼 풍뎅이로 뒤덮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로제스의 노래에 호응했다. 그들은 쓰러지는 대신 온 몸을 불태우는 뚝심을 발휘했다.
“움직이지 마.”
등을 맞대고 있는 로이브의 숨소리도 거칠었다.
아이거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움직여 키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작은 몸이 품 안에 들어오자 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저기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눈도 돌리지 못했다. 키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이거. 데스가움의 사제는 살생을 하지 않습니다.”
“하, 하, 하지만...”
“벌레 한 마리도 못 죽입니다.”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소름이 끼치고 오한이 치민다.
바로 앞에서 죽음이 다가오는데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던 그 공포. 잊고 있던 현실의 벽이 눈앞에 도래했다.
“아이거, 살기를 버리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죽이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면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심호흡하고 침착하게. 죽이려는 게 아니라 치우려는 것이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근조근 들려왔다.
“하아, 하아.”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아이거는 핏발이 선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달려드는 시커먼 벌레 떼를 막아서고 있는 것은 로이브였다. 전쟁의 신관은 죽음의 사제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맨 앞에서 지휘하고 있는 로제스의 몸은 검붉은 신력에 휩싸여 산채로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전화(戰火)가 그의 몸을 뒤덮고 있다. 그의 주변에서 견고하게 버티고 있는 기사들과 전투 신관들이 보였다.
아이거는 자신이 그동안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사실 그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에서 약자는 하나도 없다. 단지 그 끔찍한 키메라와의 상성이 나빴을 뿐이다. 죽음의 사제가 벌레 한 마리에 죽어버릴 수도 있는 것처럼.
“고개 숙여!”
로이브의 외침에 키나는 멍하니 있던 아이거의 목을 잡아 당겼다.
콰직콰직 소리와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시커먼 풍뎅이 떼가 지나갔다. 하지만 그도 잠시, 지나갔다 싶었던 벌레 무리가 로이브를 향해 질풍처럼 날아와 부딪치기 시작했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돌멩이 부딪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박이 와 부딪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싯누런 벌레의 진액이 줄줄 흘러 튀어 올랐다.
“피해, 독이야.”
너무 근접거리에서 독충을 밀어낸 덕분에 터져나간 풍뎅이의 진액이 로이브의 몸에까지 달라붙었다. 하지만 신관이 벌레의 독에 당할 수는 없는 일. 퍽퍽 벌레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헐떡이는 로이브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그의 귓가에 달라붙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과 분노가 뒤섞이는 순간, 아이거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키나의 몸을 의식했다. 그녀는 이 상황에도 그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울컥 했던 감정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을 뻗어 키나를 다시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방금 전까지 빳빳했던 몸이 절로 움직인다.
“그래! 가만히 있는 게 날 돕는 거야!”
그의 마음을 눈치 채기라도 했는지 로이브가 악을 썼다.
“두 번째 무리가 또 온다!”
앞에 있던 기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빌어먹을!”
여기저기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끝도 한도 없다! 이제부터 돌진한다! 저쪽도 달리고 이쪽도 달리는 거다!”
로제스의 악을 쓰는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자, 신관들 사이에서 이를 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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