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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 월~금 연재RSS

싸우는 사람

일어서라! 전우여!
일어서라! 투지여! 죽지 않았으면 일어나 싸우라!
세찬 바람을 등에 지고 달려라
바람이 너의 화살이 되어 주리니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말라
공포란 계집의 머리를 잡아채 집어던져라
나약한 눈물 따윈 걷어차 버려라
신께서 우리를 지켜보신다
절망하는 자에게는 관을 던지고
싸우는 자에게는 칼을 주신다
일어서라! 전우여!
깃발을 세우고 투지를 일으켜라!
죽지 않았으면 일어나 싸우라!

밀려나갔던 풍뎅이들이 또 다른 무리에 쫓겨 다시 딱딱한 껍질째 달려들었다. 로이브는 손으로 얼굴부위와 가슴 쪽만을 방어한 채 달려드는 풍뎅이들을 무시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도 검붉은 불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불꽃들은 달려드는 풍뎅이들을 잡아먹으며 어둠 속에서 춤을 추었다.

“내 뒤로 바짝 따라 와!”

그의 말에 따라 아이거는 키나를 옆구리에 매단 채 달리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로이브의 앙상하게 마른 체구에서 솟아 오른 불꽃의 크기는 아이거와 키나를 합쳐도 넘칠 만큼 거대했다. 하지만 그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미 그의 온 몸은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독충들의 단단한 껍질에 맞은 곳이 부어오르고 찢겨 피가 터지기도 했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상황은 더 나빠질 뿐.

무식할 정도로 돌진하는 이들을 보면서 로이브는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미친 사형!”

풍뎅이 떼가 어느새 누런 메뚜기 떼로 변했다. 메뚜기들은 날카로운 날갯짓을 하며 로이브의 몸에 부딪치면서 들러붙더니 살갗을 베어 냈다. 그리고는 살점을 뜯어 먹으러 피부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토벌대를 스쳐 지나갔던 다른 벌레들도 되돌아와 날카로운 턱을 들이댔다. 풍뎅이는 때리고 메뚜기는 벤다. 신음이 절로 튀어 나왔다. 입 안에서는 단 내가 났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산 것들에게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죽음의 사제를 지키지 못 하면 언데드들이 들끓는 이곳에서 살아남을 가망성은 없다.

“사형! 이 무식한 사형!”

로이브가 악을 질렀다.

메뚜기 떼들이 온몸을 뒤덮고 물어뜯는 따가움은 더 이상 참고 견디기 힘들 정도였고, 옆구리 쪽은 이미 만신창이. 내장까지 들어찬 벌레들의 몸부림에 고통은 점점 끔찍해지고 있었다.

“버티라니까!”

로제스가 이를 갈며 소리쳤다.

앞도 뒤도 옆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벌레 떼의 날갯짓 소리에 덮여 일행들의 소리조차 죽었다. 시커먼 벌레 떼 안으로 뛰어든 일행들은 그저 미친 듯이 달리기만 하고 있었다.

신력으로 몸을 휘감은 채 벌레 떼들 사이로 돌진하는 그들에게는 맨 앞에서 치달리고 있는 로제스의 불꽃만이 선명한 지표였다.

“벌레에게 이런 걸 쓰다니! 육시랄 것들!”
욕설과 함께 로제스는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가 다시 입을 벌렸다. 그의 목구멍이 어두운 동굴처럼 열리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검붉은 새가 튀어 나왔다.

제비처럼 생긴 검붉은 새는 그의 입 안에서 튀어 나오자마자 벌레로 뒤덮인 새까만 어둠 속을 유영하기 시작했다. 파닥파닥 소리를 내며 벌레들이 터져나갔다. 불길이 치솟는 붉은 새의 날개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자 터져나가 죽는 벌레들의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새의 날개는 그물이 되었다. 검붉은 그물이 벌레들을 움켜쥐고 터뜨린다.

벌레들을 태우며 동굴 안에 작은 태양이 떴다. 태양을 머금은 새가 불길을 토한다.

“허, 허, 헉...”

로제스는 얼굴에 달라붙은 메뚜기들을 손으로 떼어 내는 대신 입으로 씹어 삼켰다. 입 안으로 독이 섞인 메뚜기들의 진액이 넘쳐흘렀다. 그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지만 중독되진 않았다. 오히려 아찔하게 느껴지는 입안의 고통에 탈진해 있던 그의 몸에 광기를 되살렸다. 아픈 만큼 화가 나 광기가 치솟는다. 그는 입 안 가득 들어찬 메뚜기들을 무시하고 힘을 모아 다시 한 번 포효했다.

 그 순간 그의 살점을 뜯어먹던 벌레들이 ‘펑펑’ 소리를 내며 그의 몸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신성한 붉은 새는 그의 포효에 호응하듯이 계속 덩치를 키웠다. 제비처럼 보였던 새의 덩치가 매처럼 변하고 마침내 동굴을 가득 메울 듯이 부풀어 올랐다. 불꽃도 더 커졌다.

파사사사.

벌레들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을 모르던 벌레들도 신성한 불꽃의 새를 피해 이리저리 달아났다. 하지만 붉은 새는 거대해진 덩치를 자랑 하듯이 일행의 머리 위를 돌며 허공을 유영했다. 새의 날개에 닿은 벌레들은 새까만 재가 되어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엄청난 열기에 습했던 동굴 안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이글대는 열기 속에 벌레들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벌레들이 재가 되어 떨어져 내리는 광경을 보며 일행들 모두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크흑, 커어억.”

마침내 왈칵 로제스가 피를 토해냈다. 바닥에 주저앉은 그의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 사형! 미쳤소? 불꽃의 아미라를 소환하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그의 곁으로 만신창이가 된 로이브가 달려들어 몸을 주물렀다.

그러자 허공을 떠다니던 새가 그들을 내려다본다. 태양처럼 노란 눈을 가진 불새는 그들의 머리 위를 한 바퀴 돈 다음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격렬한 기침과 함께 로제스가 다시 왈칵왈칵 피를 토해냈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가 반백으로 하얗게 변했다. 강건해 보이던 얼굴이 삽시간에 나이를 먹자 로이브의 얼굴도 굳었다.

“사형!”

“시, 시, 시끄러! 그럼 가만히 앉아 죽으랴?”

피를 줄줄 토하면서도 로제스는 로이브의 턱을 후려쳤다. 하지만 그것도 힘에 부쳤는지 제풀에 넘어졌을 뿐이다.

“생존자 확인해.”

헐떡이면서 명령을 내리는 그를 보다말고 로이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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